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작은 정부’를 추구할 경우 시민단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현 정부가 이를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를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안철수 석좌교수는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아름다운재단 10주년 기념 콘퍼런스 강연에서 “(작은 정부는)반드시 시민단체를 적으로 돌리면 안 된다. 작은 정부는 포용력이 필수 덕목”이라며 “그런데 지금 보면 그러지 못한 모습들이 보이는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안철수 교수는 “큰 정부, 작은 정부가 실제로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할의)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해야 한다”면서 “오해일수도 있지만 (현 정부는)본질에 대해 이해가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

   
  ▲ 안철수 KAIST 석좌교수. ⓒ노컷뉴스  
 
이같은 지적은 ‘시골 의사’로 알려진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역할”에 대해 묻자, 이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안 교수는 “큰 정부는 기본적으로 세금을 많이 걷어서 전 국민의 복지를 책임지는 것이고, 작은 정부는 가능한 세금을 안 걷는 대신에 여력이 생기는 많은 단체의 힘을 빌어 정부의 몫을 다하게 하는 것”이라며 “사회 모든 단체와 협력을 하는 것이 작은 정부이고, 그것이 상식”이라고 밝혔다.

이날 안 교수는 애초 기부를 주제로 강연을 한 것이어서, 40여 분간의 강연에서 관련된 현 정부의 구체적인 문제를 지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나라당의 부자 감세 논쟁 등을 비롯해 현 정부의 경제·복지 정책과 부자들의 기부 문화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이같은 지적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총괄상임이사가 ‘국정원이 시민단체와 관계를 맺는 기업을 모두 조사해 시민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민간사찰 의혹을 제기하는 등 현 정부와 시민사회 단체의 갈등이 불거진 상황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박경철 원장은 “감세 논쟁 등을 보며 내가 속한 그룹에서 세금을 줄여주면 속으로 박수를 주고, TV의 슬픈 사연에 ARS로 2000원을 모금하고 자위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에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오늘은)완곡하게 표현했지만 (2일 만남에선 안 교수가)저한테는 심하게 (현 문제를)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날 강연에선 안철수 교수는 기부 문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안 교수는 “전통적 의미의 기부는 가진 사람이 안 가진 사람에게 시혜성으로 나눠주는 것이었는데, 미래 기부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사회 각 구성요소들, 정부와 NGO가 잘 협력하는 모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 교수는 “정부가 그걸 잘 조율하는 모습이 미래의 기부 모습이 될 것”이라며 “돈 기부만이 아니라 시간, 재능 기부 등 다양한 형태가 미래의 기부 모습”이라고 밝혔다.

   
  ▲ 11월4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기념관에서 개최된 아름다운재단 10주년 콘퍼런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던 나눔에 관한 질문들'에 참석한 안철수 KAIST 석좌교수(왼쪽)과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400여 명이 참석해 강연을 들었다. ⓒ아름다운재단  
 
실제적으로 안 교수는 미국에서 실제로 나눔의 모델이 되고 있는 홈페이지로 △시민들끼리 무이자로 돈을 빌리고 갚는 무담보소액대출사이트 KIVA(www.kiva.org) △페이스북 등으로 친구를 맺은 사람들끼리 생일날 선물 대신 기부로 소원을 풀어주는 CAUSES(BIRTHDAYCAUSE.COM, 참조 사이트- 미국 빌클린턴 전 대통령의 기부 사례 http://www.huffingtonpost.com/2010/08/12/bill-clintons-birthday-wi_n_680431.html) △가상농장을 다룬 온라인 게임인 팜빌(FARM VILLE, http://www.farmville.com/)에서 아이템으로 씨앗을 살 경우 학교 건립 기부금을 지원하는 소셜게임 서비스 회사 징가(Zynga)를 주목했다.

안 교수는 미래의 3가지 경향으로 “IT 기술을 수단으로 활용해 혁신적 아이디어의 도입이 늘어날 것이고, 시민단체에 (회사처럼)경영이 본격 돌입될 것이고,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소셜 벤처가 늘어나 NGO와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아름다운재단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던 나눔에 관한 질문들'이라는 주제로 콘퍼런스를 개최했고, 안철수 교수 외에도 논객 김어준(딴지일보 총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이선재 협력사업본부장, 글로벌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 EBS 김진혁 PD(전 지식채널 e PD), 노숙인 잡지 '빅이슈'의 노숙인 판매원, 해방촌 게스트하우스 '빈집'의 장기투숙객, 김광수경제연구소 선대인 부소장, 도법스님,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조한혜정 교수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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