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MBC 사내망에 접속해 정보를 유출한 것을 시인하며 유감 표명을 한 것과 관련해, MBC 노조와 시민사회 단체들이 ‘언론 통제’라며 철저한 진상규명, 사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MBC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 등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MBC 노조는 4일자 특보에서 삼성 발표에 대해 “언론사의 취재 정보와 기사를 훔쳐보는,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을 법한 무시무시한 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이에 대한 반성의 빛은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며 “이렇게 명백한 잘못 앞에서도 제대로 된 사죄 한마디조차 하지 않는 그 뻔뻔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라고 밝혔다.

MBC 노조는 또 “백 번 양보해 삼성의 변명대로 그저 직원 한 명이 ‘호기심’에서 저지른 잘못이라고 치더라도 해당 직원을 잘못 관리한데 대해서 진심어린 사죄부터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가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 삼성 본관 모습. ⓒ연합뉴스  
 
MBC 노조는 MBC 경영진에 대해서 “우리가 또한 참을 수 없는 건, 삼성의 이런 적반하장식 태도에 대해 현 경영진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삼성을 향해 엄중하게 경고하고 책임을 물어도 모자랄 판인데, MBC를 대표한다는 사장의 글에는 삼성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김재철 사장 등 경영진에게 “더 이상 MBC와 MBC 구성원들의 자존심에 먹칠을 하지 마라”며 “공영방송 MBC를 유린한 삼성의 파렴치함을 단죄하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3일 오후 “재벌이 광고를 통해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정보를 직접 통제해 여론을 왜곡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며 비판 논평(‘삼성의 MBC 훔쳐보기’ 진상을 밝혀라)을 냈다.

민언련은 “삼성 측은 ‘자체 조사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솔직히 삼성이 진상을 밝히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MBC가 정보 유출의 방식과 내용 등을 철저하게 따져 삼성의 조직적인 개입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MBC에 대해 “삼성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나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외압’을 행사한 경우가 있다면 이 역시 공개해야 한다”며 “진상을 밝히는 데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면 이 또한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MBC가 ‘삼성’이라는 거대 자본권력 앞에 진실은 묻어두고 정보를 유출한 내부 직원 한 사람 징계하는 선에서 어물쩍 넘어가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언론인들에 대해서도 “‘개인적 관심’이라는 주장을 믿기 어려울뿐더러, 백번 양보해 그 말을 믿는다 해도 방송사의 공적 정보를 빼냈다는 사실만으로 언론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윤리의식이 바닥을 친 것”이라며 “현장의 언론인들이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시에, 언론인의 윤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3일 오후 논평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언론사의 뉴스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비판적인 내용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삼성의 감시와 통제는 경악스러운 일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삼성이 이번 사건에 대해 ‘직원이 한 일’이라고 믿지 못한 변명을 늘어놓을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거쳐 이번 사건의 전말을 정확히 공개하고 책임자 문책과 공개사과 등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부사장)은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기자실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삼성의)오 부장은 (MBC)퇴직 후에도 본인 MBC 아이디가 살아있어서 개인적 관심으로 접속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며 “MBC 내부정보 유출 파문 관련 어떤 식으로든 삼성 직원 관련됐다는 점에서 유감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삼성은 이번 사안이 회사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다만 세간의 잘못된 의혹 시선 바로잡기 위해 내부적 조사 후 적절한 조치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유감 표명에 대해 4일자로 발행된 전국단위 아침신문(경향, 국민, 동아, 서울, 세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중 한겨레(4일자 10면), 한국일보 (4일자 14면)만 관련 내용을 전했다. 지난 1일 MBC 노조를 통해 이 사태가 공개적으로 알려진 뒤, 현재까지 국민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는 발행된 신문에서, KBS MBC SBS는 저녁 메인 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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