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속을 확 좀 풀어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 탤런트 고현정이 SBS ‘대물’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말이다. 시청자들이 현실 정치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선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8회까지 오면서 극복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우선, 정치적 외압 논란이 있다. ‘대물’은 방송이 시작된 뒤 작가와 PD가 연달아 교체되는 일이 벌어졌다. 작가와 PD가 대본 작업 과정에서 겪는 이견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했고,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양쪽 모두 밝혔지만, 여전히 의혹이 일고 있다. 황은경 작가가 언론에“국정원에 불려가는 것 아니냐 불안했다”고 밝힌 대목은, 제작진들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의 정도를 잘 보여준다.

더욱이 외압 논란 이후 주인공들이 ‘순둥이’로 변해 시청자들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작가와 PD가 교체된 뒤, 고현정이 연기한 서혜림 캐릭터의 변화 때문이었다. 직장 상사, 국가기관에 ‘쓴소리’를 서슴없이 던지던 서혜림은 5회에선 우유부단하고 의존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대통령에게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했던 그녀가 선거운동에선 마지막 연설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발언을 하지도 못했다.

   
  ▲ SBS 수목 드라마 '대물'ⓒSBS  
 
극중 정치적 사안을 다루면서 정치적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서혜림은 파란색 계통의 현수막을 사용했고 기호 1번으로 출마한 반면, ‘흑색선전’을 마다하지 않는 무소속 후보자는 연두색 옷을 입고 나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상징색과 중첩되는 대목이다. 또 탄핵을 주도한 ‘민우당’ 명칭에 대해서도 제작진은 “국민의 친구”라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당 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정치권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무엇보다 ‘대물’이 결국 ‘박근혜 드라마’ 아니냐는 의구심을 얼마나 떨쳐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대물’이 본격적인 정치드라마로 성공을 거두자면 ‘정치’를 다루면서도 ‘정치’를 희화하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2일자 경향신문 칼럼 <드라마 ‘대물’이 위험해 보이는 이유>에서 “손쉬운 ‘감동적 명대사’에 의존하는 의학드라마는, 의학을 포기하고 그저 단순한 선악대결의 드라마로 전락한다”며 “드라마 <대물>도 이런 대목에서 위태위태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치가 우리에게 주어야 하는 것이 값싼 감동이 아니라 올바른 정책임을, 이 드라마는 과연 알려줄 수 있을 것인가”라고 과제를 던졌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대물’은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7회 25.5%, 8회 27.3%로 6회 28.3%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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