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조선일보가 삼성쪽이 MBC 내부망에 접속해 1년 여간 정보를 유출한 것을 두고, 삼성의 대언론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태가 공개적으로 알려져 확인된지 이틀이 지난 상황에서, 대다수 언론은 여전히 단신조차 쓰지 않았다.

한겨레는 3일자 사설<‘삼성의 MBC 훔쳐보기’, 이것뿐일까>에서 “삼성 쪽에서는 직원이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사람은 별로 없다”며 “정확한 진상을 가려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더는 이런 파렴치하고 반언론적인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의혹이 더 커지기 전에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공개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삼성 직원이 취득한 정보가 삼성 내부에서 어떻게 유통됐는지도 철저히 가려야 한다”며 “그 직원이 취득한 정보가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유통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3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또 “그동안 몇몇 언론사의 내부 정보가 통째로 외부로 유출됐다는 소문이 간간이 나돌았지만 진상이 가려지지 않은 채 흐지부지되곤 했다”며 “언론노조와 기자협회 등이 공동으로 취재 정보의 외부 유출 실태를 조사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번 일에 대한 공동 진상조사가 그 첫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이 사태 관련 만평을 유일하게 싣기도 했다. 장봉군 화백은 이건희 회장을 닮은 인물이 핸드폰으로 MBC 내부 정보를 보며 “소셜 네트워크? 우린 이미 구축”이라고 말하는 장면을 그렸다. 장 화백은 소셜 네트워크를 ‘SN(삼성 네트워크)’라고 꼬집었다.

   
  ▲ 한겨레 장봉군 화백 만평.  
 
조선도 사설<삼성 직원이 방송사 취재 보고 왜 들여다봤나>에서 “삼성측은 ‘MBC에서 정보를 캐냈다는 오 부장이 상부에 보고한 적이 없어 그룹 차원에서 유감을 표시하거나 해당 직원을 징계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며 “한국의 대표 기업답지 않은 자세”라고 비판했다.

조선은 “삼성 직원이 언론사 내부 정보를 빼내거나 몰래 열람한 것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9조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라며 “과거 독재 정권들은 정보기관을 통해 이런 수법으로 언론사 내부를 상시(常時) 엿봐 왔다”고 삼성의 행태를 ‘독재 정권’에 비유하기도 했다. 지난 1일 MBC 노조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공개적으로 알려진지 이틀만에 조선도 10면 하단 2단 기사에 관련 소식을 전했다.

   
  ▲ 3일자 조선일보 사설.  
 
한편, 2일에 관련 소식을 담지 않은 경향신문은 3일자 23면 기사 을 전했고, 사설은 쓰지 않았다. 앞서, 전국단위 아침신문 9곳 중 지난 2일 한국일보, 동아일보, 한겨레가 관련 기사를 내보낸 바 있지만, 현재까지 국민일보 중앙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는 관련 기사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MBC 감사실은 △보도국 뉴스시스템을 담당하는 사원이 삼성으로 이직한 MBC 퇴직사원인 현 삼성경제연구소 부장에게 정보를 건넨 상황 △IP 주소가 삼성으로 돼 있는 컴퓨터에서 MBC 보도국 뉴스 시스템에 장기간 접속해 온 사실 △뉴스 시스템에 오른 취재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증권가 정보지에 토씨하나 다르지 않게 등장한 일 등을 파악했다. MBC 사원은 이 같은 감사결과에 따라 지난달 29일 대기발령을 받았으며, 현재 MBC는 정밀 조사 중이다.

MBC 노조쪽은 성명에서 “정보가 생명인 언론사의 심장부가 유린된 것”이라며 “이미 불거진 의혹처럼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언론사 내부 정보를 수집해 이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언론의 역사에서 전대미문의 중차대한 사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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