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트위터에서 인기인이다. 술 마신 다음 날 눈이 퉁퉁 부은 사진을 올리거나 자선 바자회에 저녁 식사 경품권을 내걸기도 하고 온갖 신변잡기를 쏟아내면서 누리꾼들의 소소한 질문에 친절하게 답변을 하는 등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그러나 어느날 "중앙대 학생 사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중앙대는 두산그룹에 인수된 뒤 학과 통폐합 등의 문제로 학생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총학생회 간부들이 퇴학 처분을 당하기도 했고 두산중공업 직원이 이 가운데 한 학생을 밀착 감시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나 평소 수다스럽던 박 회장은 이와 관련 "중앙대 총장의 해명이 사실"이라고 밝혔을 뿐 언급을 꺼렸다.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트위터. (@Solarplant)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역시 트위터에서는 알아주는 유명 인사지만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신세계 이마트가 슈퍼슈머마켓(SSM)을 확장하면서 동네 상권을 무너뜨리고 최근 피자매장까지 개설한 것을 두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싸고 맛있으면 되지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다. 정 부회장은 "당신들은 소비를 이념적으로 하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나우콤 문용식 대표가 "구멍가게를 울리는 짓이나 하지 말기를, 그게 대기업이 할 짓이니"라며 공격하자 "네이버에 이 분 검색해 보니 그럴 만도 하세요"라고 문 대표의 학생운동 전력을 거론한 바 있다. 감정적인 발언을 먼저 꺼낸 건 문 대표였지만 "감옥까지 갔다 오신 분" 운운하는 정 부회장의 반응 역시 대기업 회장답지 않게 옹졸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 회장이나 정 부회장이 트위터에서 아무리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한들 중앙대 학생들의 거센 반발과 동네 구멍가게 주인들의 분노를 감출 수는 없다. 이들이 정말 대중과 벽을 허물고 소통하고 싶다면 가장 곤란한 질문에 먼저 답변을 해야 한다. 숨기고 싶은 약점이 있다면 다른 재벌 대기업 회장들처럼 차라리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트위터. (@yjchung68)  
 

박 회장이나 정 부회장은 엄청난 부자인데다 인간적인 매력까지 갖춘 좋은 트위터 친구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트위터에서 친구들에게 친절한 것과 이들이 좋은 기업의 좋은 경영자인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이들은 트위터에서 저녁 메뉴나 아이패드를 주제로 농담을 하곤 하지만 자신들이 경영하고 있는 기업의 어두운 측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기업 CEO가 대중 앞에 나서려면 쏟아지는 모든 종류의 비판에 정당하고 설득력 있는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박 회장은 학교를 기업으로 만들지 말라는 중앙대 학생들의 호소를 묵살했고 정 부회장은 골목상권을 남겨달라는 중소·영세상인들의 호소에 조롱으로 응수하고 있다. 싸고 맛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발언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박 회장은 지난 2006년 286억원을 횡령하고 분식회계한 혐의로 박용오·박용성 등의 형제들과 함께 실형을 받았으나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정 부회장은 1998년 자회사인 광주신세계 지분을 헐값에 사들여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겨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들은 이 같은 전형적인 재벌 비리와에 대해 아무런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못한다.

특히 정 부회장은 최근 이마트 피자 논쟁에서 "유통업의 존재를 부정하느냐", "요즘 마트 가면 떡볶이, 오뎅, 국수, 튀김 등 안 파는 게 없는데 왜 피자만 문제냐", "님이 걱정하는 만큼 재래시장이 님을 걱정하겠느냐"고 반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의 낮은 현실인식과 빈곤한 철학 수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정 부회장은 "소비자들이 좋아서 찾는데 뭐가 문제냐"고 말하지만 이미 국회에 대형 마트의 시장 진입을 규제하는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등이 계류돼 있다. 대형 마트의 개설 지역은 물론이고 개점 시간 등을 규제하는 나라도 많다. 정 부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 경영에 대한 생산적인 논쟁을 피하면서 마냥 생떼를 쓰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이른바 파워 트위터리안이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이제 그의 팔로워들은 안다. 그가 유머러스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지만 고집스럽고 꽉 막힌 데도 있다는 사실을. 그와 트위터에서 대화를 주고 받을지언정 진짜 친구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안다.

이들이 준 교훈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당당하지 못하다면 차라리 나서지 않는 게 좋다. 나서고 싶다면 부끄러운 과거를 정리하고 이제부터라도 윤리적으로 올바른 경영을 해야 한다. 비판에 맞서 합리적인 해명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보편 타당한 논리를 갖춰야 한다. 반쪽짜리 소통을 하려면 트위터 따위는 접는 게 맞다. 그게 그의 기업과 그의 홍보팀을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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