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정책을 총괄하는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대해 불교계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28일 불교방송 보도에 따르면, 박 차관은 27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신임 인사차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최근 일부 기독교인의 불교계 폄훼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박 차관은 이 자리에서 "오늘 오전에 (정부의 템플스테이 예산을 문제삼은) 대구기독교총연합회에 종무실장을 보내 정부의 뜻을 전달했다"며 "어느 단체든 소수 과격한 사람들이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말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박 차관의 의견에 수긍하기 어렵다. 종교간 대립문제는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이어 "종교정책을 담당하는 문화부가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일부 과격한 사람들의 소행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 (왼쪽)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자승 스님은 또한 "사회혼란을 우려해 불교계가 참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기독교 단체의 압력에 의해 예산이 축소되는, 우려되는 상황을 소수 극단자로 치부하면 우리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문화부 쪽은 "차관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문화부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불교방송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개신교계의 반불교적인 행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비판했다.

27일 면담은 국무총리실 요청으로 김황식 국무총리와 이재오 특임장관, 임채민 총리실 국무조정실장, 박선규 문체부 제2차관이 배석했고, 조계종 총무원에서는 자승 스님을 비롯해 총무부장 영담 스님, 기획실장 원담 스님, 문화부장 효탄 스님, 사서실장 경우 스님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박 차관과 자승 스님의 대화는 영담 스님과 원담 스님이 최근 발생한 봉은사 땅밟기와 불교비하 동영상, 대구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 백지화, KTX 울산역 통도사 명칭 누락 등의 사건을 거론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자승 스님은 "첫 인사오신 분들에게 부담을 주느냐"면서도 "종교간 갈등 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고 김 총리는 "비합리적인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신경 쓰겠다"고 답변한 뒤 박 차관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편 불교방송은 "최근 들어 제주도에서 사찰이 모조리 누락된 지도 수십만부가 제작, 배포됐고, 한국철도공사는 개신교계의 조직적인 반대에 KTX울산역(통도사)에서 통도사를 빼버렸다"며 "김범일 대구시장도 개신교계의 조직적 반발에 공약으로 내걸고 계획했던 팔공산 역사문화공원 예산을 백지화한데 이어, 대구기독교총연합회에서 템플스테이 예산을 문제삼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독교인들이 서울 강남 봉은사와 대구 동화사 등에서 불교를 우상숭배집단으로 매도하며 경내에서 이른바 '땅밟기'를 하는 무례 등을 잇따라 저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 인터넷에서 논란을 낳았던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 캡쳐화면.  
 
문제가 된 봉은사 땅 밟기는 27일 오전 찬양인도자학교의 대표인 최지호 목사와 담당간사, 동영상을 만든 학생 등 10명이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찾아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날 최지호 목사는 "학생들을 잘못 가르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저희의 무지와 무례를 호되게 꾸짖어 달라"고 사과했다. 이에 명진 스님은 "한국 기독교의 배타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면서도 "이번 사건이 종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한국 사회의 화합을 다지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뜻에서 사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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