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국회 국정감사가 끝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과 언론 시선은 다른 곳에 가 있다. 대검 중수부가 다시 몸 풀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수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끝난 수사 이후 1년 4개월 동안 ‘동면’에 들어갔다. 무리한 압박수사에 따른 여론 악화가 심상치 않았고 ‘중수부 폐지’ 여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중수부가 다시 칼을 빼들었다. 

그 대상은 검찰 내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미 힘이 빠진 C&그룹을 다시 타깃으로 삼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 분석에는 공통점이 있다. 목적은 C&그룹 자체가 아니라 전 정권 실세 정치인에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참여정부를 향해 칼을 갈고 있는 대검 중수부의 행보가 이번에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주목된다.

다음은 22일자 전국단위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대기업 비자금·로비 의혹 검찰 '본격 수사' 칼 뺐다>
국민일보 <구 여권 정치인들에 로비 포착>
동아일보 <전 정권 유력인사에 로비 정황>
서울신문 <탈레반 테러조직원 국내 잠입했다>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4대강 입찰정보 사전유출 의혹>
한국일보 <'사정의 칼' 서슬퍼런 전주곡>

C&그룹 수사, 전 정권 정치인 겨냥

   
  ▲ 동아일보 10월22일자 1면.  
 
10월 22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는 C&그룹 임병석 회장 체포 소식이 비중 있게 배치됐다. 조선일보는 “전 정권 실세에 로비 혐의”, 동아일보는 “전 정권 유력인사에 로비 정황”, 국민일보는 “구 여권 정치인들에 로비 포착”이라고 분석했다.

대검 중수부가 다시 꺼낸 칼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칫하면 검찰을 정권의 정치 목적에 이용한다는 역풍을 받을 수도 있지만, 방향타는 이미 정해졌다. 검찰이 태광그룹 등을 상대로 칼날을 빼냈을 때 다양한 관측이 나왔지만, 물줄기는 하나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 실세들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지금의 검찰이 현 정권 실세 비리를 파헤칠 수 있겠느냐는 냉소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임기 반환점을 지났다.

다음 대통령 선거는 2년 2개월도 남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올해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가 ‘이명박 정치’를 펼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이후에는 대선 소용돌이로 빨려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겨레 "하필 호남? 다시 참여정부 쪽 수사 대상"

   
  ▲ 한겨레 10월22일자 3면.  
 
이명박 정부는 야심차게 준비했던 G20 정상회의(11월11~12일) 이후 대대적인 치적 홍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을 활용한 ‘사정’을 통해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을 견제할 가능성이 크다. 조기 레임덕 우려의 싹을 처음부터 잘라놓겠다는 포석이다.

그런 점에서 대검 중수부의 이번 C&그룹 수사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특히 야권을 겨냥한 사정의 칼날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은 22일자 5면 <'사정정국 오나' 여의도 초긴장>이라는 기사에서 “야권은 검찰의 수사 확대가 '전 정권'으로 불똥이 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3면 이라는 기사에서 “"하필 호남이냐"는 반응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1년여 만에 시동을 건 중수부가 다시 참여정부를 포함한 야권 쪽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정치적 의심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C&그룹,  MB정부 출범 초 '손봐야 할 10개 기업' 첫머리

   
  ▲ 한국일보 10월22일자 1면.  
 
대검 중수부가 첫 번째 타깃으로 C&그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일보는 1면 <'사정의 칼' 서슬 퍼런 전주곡>이라는 기사에서 “중수부가 첫 타깃으로 비교적 규모가 작고 이미 사실상 와해된 C&그룹을 선택한 데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일보는 “C&그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검찰 주변에서 나돌던 '검찰이 손봐야 할 10대 기업' 리스트의 첫머리에 올랐던 회사다. 참여정부 시절 M&A 몸집을 불렀다면 당시 정권 실세들이 분명 연루됐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라고 분석했다. 

C&그룹 의혹은 정치권을 뒤흔드는 파괴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동아일보는 3면 <검 "C&비리, 한화-태광과는 비교도 안될 것">이라는 기사에서 “수사의 최종 타깃이 임병석 회장의 비리에 맞춰져 있는 게 아니라 전 정권 때의 C&그룹 급성장 이면에 있었던 정치권과 금융계, 고위관료들과의 커넥션을 파헤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한화그룹 수사도 전 정권 실세 잡기 위한 것"

   
  ▲ 조선일보 10월22일자 4면.  
 
결과적으로 대검 중수부가 참여정부 등 전임 정권을 겨냥해 칼을 빼들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3면 <비자금 종착지 추적…야 정치인 3~4명 거명돼>라는 기사에서 “전남 영광 출신인 임 회장은 DJ정권과 노무현 정권 때 급성장해 이번 수사가 과거 정권 비리 수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3면 기사에서 “C&그룹 수사와 관련해 현역 야당의원 P씨, L씨, 또 다른 P씨 등 서너 명과 경제관료 출신으로 관계와 재계에 영향력이 큰 L씨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4면 <"수사기업 모두 전 정권 관련 연루 정치인 상당수 나올 것">이라는 기사에서 “여권 내부에서도 '이번에 수사 대상이 된 기업들은 모두  '지난 정권 관련'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면서 “재계는 이미 '한화그룹 수사는 전 정권 실세인 모 의원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검 중수부의 수사 목적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한 ‘공정한 사회’는 정적 견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대검 중수부 수사가 C&그룹에서 멈추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앙일보 "제2, 제3의 대기업 수사 가능성"

   
  ▲ 중앙일보 10월22일자 3면.  
 
대검 중수부 2과가 C&그룹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면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중수부 1과는 아직 본격적인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재계 안팎에서는 재계 서열 10위권 안팎의 대기업이 다음 타깃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는 3면 <대검 "C&그룹 수사는 워밍업"…그럼 본게임은?>이라는 기사에서 “중수부의 수사 체제를 봐도 제2, 제3의 대기업 수사가 이어질 가능성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면서 “수사 착수 시기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월11~12일)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검 중수부의 대기업 수사도 정권의 정치보복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한국일보는 3면 <중수부 1년6개월 만에 몸풀기…정치권이 '최종 타깃' 예상>이라는 기사에서 “L기업은 현 정권 들어 서울과 충청지역에 대규모 타운조성과 관련한 특혜 의혹과 함께 최근 일자리 나누기 등 정부시책에 전혀 동참하지 않은 등의 이유로 청와대에 수사를 촉구하는 제보가 들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조기 레임덕 막기 위한 '사정정국 길닦이'"

   
  ▲ 경향신문 10월22일자 5면.  
 
검찰, 특히 대검 중수부를 향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본연의 역할보다는 권력 핵심부의 의중에 따라 사정의 칼을 갈아왔다는 비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국민 여론에 힘을 받을 때는 살아 있는 권력의 실세를 향해 ‘정의의 칼날’을 들이댈 때였다.

지난 정권 인사, 야당 인사를 향해 매섭게 칼날을 들이대면 공정한 사회를 위한 행보로 인식되기보다는 살아있는 권력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는 검찰이라는 인식을 줄 가능성이 크다. 경향신문이 5면 기사로 전한 내용은 의미심장하다.

“이번 수사가 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을 막기 위한 '사정정국 길닦이용' 아니냐는 의구심도 여야에서 공히 제기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