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이 지난달 13일 발표한 최종 보고서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교수는 17일 공개한 1차 분석 보고서에서 "합조단의 보고서는 천안함이 어뢰의 의한 수중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했다는 결론을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를 비롯한 재미 학자들은 세 차례에 걸쳐 공동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향후 별도의 단행본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서 교수는 "침몰 해역에서 수거된 어뢰 추진동력장치와 선체의 변형형태, 관련자들의 진술내용, 부상자 상태 및 시체검안, 지진파 및 공중음파 분석, 수중폭발의 시뮬레이션, 백령도 근해 조류 분석, 폭약성분 분석, 수거된 어뢰부품들은 근거리 비접촉 수중폭발이 없었으며, 어뢰 추진체와 천안함의 파손이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어뢰가 북한제라는 증거가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그 근거로 "합조단은 TNT 250~360kg에 상당하는 폭발물이 수심 6~9미터에서 폭발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폭발이 있었다면 남아야 할 파편과 충격파 및 버블효과의 흔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 정도 규모의 폭발에서 발생되었을 물기둥에 온 몸이 젖은 선원도 없고 이를 목격한 증인도 없다"면서 "이러한 증거에 기초하여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그러한 폭발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근거리 비접촉 수중폭발이 있었다면 네 가지 효과가 발생해야 한다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파편과 충격파, 버블효과, 물기둥이다. 서 교수는 "이 가운데 하나라도 증거가 있다면 비접촉 수중폭발의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지만, 단 한 가지의 증거도 없다면 근거리 비접촉 수중폭발설은 폐기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조단 보고서는 단 한 가지의 증거도 입증하지 못했으며 따라서 근거리 비접촉 수중폭발이 없었다는 게 서 교수의 결론이다.

첫째, 깨끗한 함체 표면… 파편은 모두 어디로 갔나.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금속성분으로 판단되는 164점의 증거물을 채증했지만 어뢰의 파편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 금속은 식별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합조단은 파편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가 조류에 휩쓸려 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서 교수는 "250kg의 폭발물이 천안함에서 약 3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폭발했다면 가벼운 파편들은 선체에 깊숙이 박히거나 선체를 뚫고 지나갔어야 정상이기 때문에 합조단의 전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무거운 어뢰 추진체가 30m 이상 밀려났는데 그보다 작고 가벼운 파편이 3~4m 떨어진 절단면까지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게 뭘까.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어뢰 외부 재질이 주로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되어 있어 폭발 시 물에 녹거나 미세한 파편으로 분해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서 교수는 "알루미늄 합금이 폭발로 물에 녹는다는 것은 아직 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세계 최초의 이론으로 보인다"고 일축했다.

   
     
 

 

   
  ▲ 합조단이 지난달 공개한 천안함 보고서에 실린 시뮬레이션 결과. 1.9초 분량의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천안함이 두 동강 나고 가스 터빈실이 떨어져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둘째, 버블 보다 더 강력한 충격파는 왜 없었나.

합조단은 버블효과만 강조하고 있지만 어뢰가 폭발할 때 발생하는 충격파가 버블효과보다 6~10배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교수는 "TNT 250kg의 비접촉 수중폭발이 있었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최소 1만5천psi의 충격파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5psi만 돼도 집이 무너질 정도인데 3천배가 넘는 충격파가 덮치면 무쇠로 만든 선박이라도 만신창이가 됐을 거라는 게 서 교수의 주장이다.

서 교수는 "충격파의 2차적 충격이 있었다면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던 선원들, 특히 견시병 같이 갑판이나 외부에 노출된 병사들은 허공으로 튕겨나갔을 것이고, 그 충격의 여파로 선체 부품들의 이음매, 부착물, 무기체계 들도 원위치에서 이탈하거나 파손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합조단이 공개한 기관실 사진을 보면 이러한 충격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절단면 부근에서 발견된 시신에서은 익사 이외의 사망 원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셋째, 버블효과 만으로 두 동강 나지는 않는다.

천안함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버블효과 역시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 서 교수는 "TNT 250kg 정도가 수심 6~9m에서 폭발할 때 발생하는 버블효과는 30~80bar 정도"면서 "가정에서 상용하는 에스프레소 커피머신의 압력이 15bar인 것에 비교하면 군함이 그 2~5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났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버블효과만으로 선박을 절단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합조단이 공개한 시뮬레이션에서는 함저 가운데 부분이 절파되어 벌어질 것임을 보여준 반면, 가스터빈실이 떨어져 나가면서 세 동강으로 절단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버블효과가 있었음을 입증하기 위해서 제시한 유일한 근거인 시뮬레이션은 오히려 버블효과가 없었음을 확증한다는 이야기다. 서 교수는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시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렇게 버블효과를 의심의 여지없이 부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서재정 교수는 이 시뮬레이션 결과는 오히려 천안함이 버블효과로 절단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합조단이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포토샵 작업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 교수는 특히 "합조단은 시뮬레이션 결과와 천안함의 파손 모습을 오버랩시켜서 천안함이 버블로 인한 손상을 입었다는 착시현상을 일으켰다"면서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합조단은 수많은 시뮬레이션 결과 사진을 게재하면서도 위의 오버랩에 사용된 시뮬레이션 사진은 별도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이 사진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시뮬레이션이 끝나는 1.9초까지도 선박은 절단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면서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포토숍으로 절단해서 천안함의 사진과 오버랩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시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렇게 버블효과를 의심의 여지없이 부정하고 있다"면서 "합조단은 시뮬레이션 결과를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절단하여 천안함 절단과 유사하다는 결론을 억지로 도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넷째, 아무도 못 본 물기둥, 과연 있기는 했던 건가.

합조단은 보고서에서 TNT 250kg이 수심 6m에서 폭발했을 때, 물기둥의 높이가 최대 82m, 직경은 최대 23m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서 교수는 "이 정도 물기둥이라면 좌현과 우현의 견시병은 온몸이 물에 흠뻑 젖었을 것이고 갑판에 있지 았던 선원들도 물기둥을 봤거나 물이 천안함을 뒤덮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견시병이 한명 있었을 뿐 물기둥을 봤다는 생존 장병은 단 한 명도 없다.

서 교수는 "합조단의 주장대로 어뢰의 비접촉 수중폭발이 있었다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파편, 충격파, 버블효과 및 물기둥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합조단 보고서는 근거리 비접촉 수중폭발설을 결론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분석과 데이타는 천안함 인근에서 TNT 250~360kg의 폭약이 수심 6~9m에서 폭발한 것과 같은 근거리 비접촉 수중폭발은 없었다고 입증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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