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명품녀' 인터뷰, 장동건·고소영 득남, 김정은 관상 보도…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위원장 김용준)가 최근 조선일보가 보도한 기사 가운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기사들이다.

조선은 지난 11일 열린 독자권익위 10월 정례회의 내용을 정리해 15일 33면에 게재했다.

<"신문이 '인터넷 떠도는 얘기'를 확대 재생산해서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자권익위원들은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을 계기로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를 받아쓰는 데 급급한 한국 언론의 행태를 지적했다.

   
  ▲ 10월15일자 조선일보 33면  
 
한 위원은 "인터넷이 별것도 아닌 내용을 확대 보도하고 부추길 때 언론은 이를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인터넷에 난무하는 내용들을 신문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원도 "우리 언론은 개인의 명예와 인격에 관련된 것인데도 인터넷에서 뭔가 이슈화됐다 하면 그걸 중계하듯이 기사로 싣는 경향이 있다"며 "조선일보만이라도 인터넷에 올라온 사실들을 전달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늦더라도 사실 여부를 명확히 따진 후 보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계하듯 기사로 싣는' 행태와 관련해 지난달 14일 조선이 보도한 '4억 명품녀' 인터뷰 기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위원은 "인터넷 기삿거리에 불과한 내용이 어떻게 그 큰 지면을 차지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그냥 한 번 떠들고 나면 끝인 것을 왜 그렇게 크게 보도했는지 언론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해 김정은을 비하하는 듯한 보도를 한 점도 문제 기사로 지적됐다. 한 위원은 "10월 1일자 A1면 <혼자 살찐 평양의 황태자>라는 제목은 좀 거슬렸다"며 "북한이 아무리 우리와 적대적인 관계라고 하지만, 그들을 질책할 때도 냉정함과 격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권익위원은 같은날 4면에 보도된 <관상가들이 본 김정은 - "호랑이상…군대라면 출세, 정치하면 폭정 가능성"> 기사를 지목해 "관상이 나름대로 과학적이라고는 하지만 오락면도 아닌 정치면에서 관상만 가지고 결국 '김정은은 폭정한다'고 기사화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지도력이 뛰어난 인상” “나라를 말아먹을 흉(凶)상” 등 김정은의 사진을 보고 관상학 전문가들이 내놓은 의견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장동건·고소영 부부가 아들을 낳았다는 5일자 기사에 대해서도 "연예인들의 결혼 소식을 기사화하는 것은 세태가 그러니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를 낳은 것까지 시시콜콜 보도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벨상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 위원은 "노벨상 관련기사가 너무 크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나온 문학서들이 소개되지 못했다"며 "노벨상에 대한 관심이 큰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노벨상 기사를 천편일률적으로 크게 다루거나 비슷한 시각으로 기사를 쓰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다른 위원은 "노벨문학상이 발표됐을 때 누가 보아도 스페인 문학 전문가라고 할 만한 송병선 교수의 기사가 실려 전문성이 돋보였다"며 "이런 준비된 기사가 나왔다는 것은 조선일보의 강점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한편,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란과 관련해 타블로가 자신의 지도교수라고 소개했던 스탠퍼드대 영문학과 토비아스 울프 교수를 조선일보가 이메일로 취재해 지난 5월22일 면에 게재한 <가수 타블로 학력위조설 알아보니 위조설이 위조!> 기사는 "타블로의 학력이 사실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은 보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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