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었다. 지난 8월5일 칠레 코피아포 산호세 광산 붕괴 사고로 매몰됐던 광부 33명이 69일만에 모두 구조됐다. CNN, BBC 등은 이 ‘각본없는 드라마’를 전 세계에 전했고, 이를 지켜보며 세계가 행복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14일자 조간신문들은 칠레 광부들의 기적의 생환 소식을 사진과 함께 1면으로 타전했다. 다음은 이날자 주요 종합일간신문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올해 6조4천억 쏟아붓는 4대강 새 일자리 1222개>
국민일보 <2010.10.13 칠레의 광부들 세상에 기쁨을 주다>
동아일보 <“우리는 신과 함께 34명이었다”>
서울신문 <“나는 신과 악마와 함께 있었다”>
세계일보 <“비바”…기적을 끌어올린 생환드라마>
조선일보 <‘69일 드라마’ 칠레가 세계를 감동시켰다>
중앙일보 <‘막장’서 건진 ‘희망’…인간은 위대하다>
한겨레 <태광그룹 수천억대 비자금 의혹>
한국일보 <‘희망의 힘’…여명 퍼지는 조국의 새벽을 맞다>

‘그들이 돌아왔다’ 칠레 광부 33명, 69일만에 ‘기적의 생환’

13일 오전 0시11분(현지시간) 지하 622m 암흑 속에서 광부 플로렌시오 아발로스가 매몰된 33명의 광부 가운데 처음으로 구조됐다.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지켜보던 피녜라 대통령은 “기적 같은 밤”이라면서 “구조작업은 칠레인의 진정한 정신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두번째로 구출된 마리오 세풀베다는 지하에서 가져온 돌멩이들을 구조대원들에게 기념품으로 건네기도 했다. 광부들은 약 1시간 간격으로 구조되고 있다.

   
  ▲ 10월14일자 국민일보 1면  
 
언론은 광부들의 생환 배경에 ‘우르수아 리더십’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33명 광부들의 반장이자 마지막 지상 귀환자가 될 루이스 우르수아에 대해 외신들은 그가 지상행 구조용 캡슐 ‘불사조’ 승차권의 최후 번호를 받은 데는 직책도 작용했지만 70일 가까이의 극한 생활 동안 그가 보인 리더십과 헌신성으로 미뤄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전한다.

언론들은 우르수아가 자칫 혼란과 분열이 오기 쉬운 지하생활을 조직적 규율과 훈훈한 인간애가 오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우르수아는 또 축구 코치로서의 경험, 지형전문가로서의 경험 등을 토대로 생존과 구조를 위해 터널을 만들고 지형정보를 수집케 하는 등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특히 우르수아는 광부들에게 처음 할당한 적은 양의 음식을 놓고 소모적인 싸움을 하지 말도록 독려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지상으로부터 캡슐을 통해 음식이 내려왔을 때는 배탈 등을 염려해 무리한 섭식을 자제하게 하고, 음식이 모두 도착할 때까지 누구도 음식을 입에 대서는 안 된다는 규율을 정하기도 했다.

지하공간도 작업공간, 취침공간, 위생공간으로 나눠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게 했고, 매몰된 트럭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활용해 낮밤을 구분하게 했다. 동료들은 그가 모두의 건강을 유지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시련을 견디게 해줬다고 전했다.

한편, 구조팀은 건강상태가 좋은 4명을 먼저 구조한 뒤 고혈압·당뇨·피부질환 등이 있는 광부들을 구조하고 마지막으로 우르수아를 구조할 예정이다. 구조된 광부들은 광산 인근에 설치된 간이 진료시설에서 간단한 검진을 받고, 헬기편으로 코피아포시 인근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된다. ‘생환의 기적’을 쓴 33명의 광부들은 지난 2월 지진으로 고통받은 칠레인들 뿐만 아니라 세계 인류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종편 특혜·수신료 인상 바라보는 다른 시각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종편 사업자에게 ‘황금 채널’을 주겠다는 구상을 밝혀 월권과 특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KBS는 종편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2-TV의 광고를 축소하는 대신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작업중이다. 미디어 공공성의 축소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날 이 문제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각의 칼럼이 실렸다.

   
  ▲ 10월14일자 경향신문 31면  
 
장덕진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경향신문에 게재한 정동칼럼 <너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에서 “복지가 가져올지도 모를 시장의 왜곡과 동기부여의 훼손에 대해 그리도 분개하는 그들(보수진영)이 그보다 훨씬 더 큰 왜곡과 훼손에 대해서는 한번도 불평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정권의 출발부터가 그러했다”고 꼬집었다.

장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한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대해 “정치적 레토릭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나마 신자유주의라도 제대로 하겠다면 친기업이 아니라 친시장을 하겠다고 해야 한다”며 “정부가 기업의 편을 드는 순간 시장원리는 무너져 내리는데"도 “이 담대한 시장왜곡 선언에 대해 분개하는 보수인사를 본 적이 없다”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최 위원장이 행정지도를 통해서라도 종편에 황금채널을 배정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렇게 되면) 신문시장의 독과점이 방송시장으로까지 이어질 것이고, 결국 국민들은 더 비싼 돈을 내고 특정 집단이 자기 이익을 대변하는 앵무새 같은 목소리만 듣게 될” 텐데도 “그들(보수진영) 중 아무도 언론시장의 왜곡에 대해 분개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KBS 시청자위원장을 맡고있는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는 국민일보에 게재한 시론 <수신료와 공정방송>에서 “공영방송인 KBS만이라도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공정할 수 있고, 그것은 시청자들을 성숙하게 하고 다른 언론매체들의 공정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법률에 따른 수신료로 운영되면 정치권력의 간섭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이어 “공영방송에 대한 우리의 수신료는 거의 시대착오적”이라며 “독일의 3만4000원, 영국의 2만6000원, 일본의 2만2600원에 비해 한국의 수신료 2500원은 너무 낮고 그것도 30년간 동결되어 있어 물가상승도 반영되어 있지 않아 KBS 운영비의 60%를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KBS가 먼저 공정해야 수신료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보다는 수신료가 인상돼야 공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더 논리적”이라며 “KBS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공정해져야 하고 나도 시청자위원장으로서 이를 위해 모든 힘을 다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안을 논의하는 KBS이사회를 앞둔 12일, 서울과 지역의 KBS 전·현직 시청자위원 38명은 ▲ KBS의 정치적 독립성 회복과 방송의 공정성 확보 방안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되어야 한다 ▲ KBS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강행처리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또, KBS 시청자위원회가 단 한 차례 회의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만장일치 찬성’ 결정을 내려 수신료 인상의 들러리 노릇을 한다는 비판이 일기도했다.

훈장-현충원 예우 ‘우파 포퓰리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게 1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고 그의 시신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한 것을 두고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우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동아는 6면 <“훈장·현충원 예우 과하지 않나” 右右 논쟁> 기사에서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12일 주재한 당 국정감사 점검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는 ‘황 전 비서에 대한 정부의 훈장 추서는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 당직자가 13일 전했다”며 “‘비운의 망명가’인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를 애국자로 추앙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고 전했다.

   
  ▲ 10월14일자 동아일보 6면  
 
동아는 “황 전 비서가 북한 내부의 권력싸움에서 밀려 망명한 데다 그의 비판은 김정일 독재에 대한 것이었지 독재 정권의 이데올로기로 활용된 주체사상에 대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없었다는 점도 거론됐다’고 말했다”,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의 독재를 공고히 하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한 황 전 비서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면 참전용사나 국가유공자 유가족들의 반발을 사 보수진영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는 이 당직자의 말을전하기도 했다.

동아는 “보수진영이 북한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황 전 비서의 죽음을 활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 “보수진영 내에서도 정부의 대응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보수성향의 대북전문가’의 말을 인용 보도하면서 “경우에 따라선 황 전 비서에 대한 예우 수위를 놓고 보수 진영의 내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우려했다.

동아는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이 “목숨을 걸고 남쪽으로 망명해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온몸을 바치신 황장엽 선생은 훈장 수여는 물론이고 현충원에 묻힐 자격이 충분하다”고 공식적으로 논평한 점을 들어 12일 국감 점검회의는 “한나라당의 공식 대응 기조와는 기류를 달리한다”고 지적했다.

어미 주머니 속 새끼 캥거루’ ‘김정은’에 대한 상반된 평가

북한의 3대 세습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정은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은 이날 칼럼 <이번에도 북한 세습을 도울 것인가>에서 “김정일은 22세이던 1964년에 조선노동당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고, 32세이던 1974년에 후계자로 공식 지명됐으며, 그 후 20년 가까운 권력 장악과정을 거쳐 세습을 완결했다”며 “이에 비해 김정은은 그야말로 어미 캥거루 주머니 속의 새끼 캥거루 같다”고 밝혔다. 배 주필은 “이런 세습이 21세기 문명시대에 ‘코리아’로 불리는 한쪽 체제에서 연출된다는 사실은 남북과 지구촌의 8000만 한민족을 더없이 부끄럽게 만드는 민족 모독”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북한의 3대 세습 과정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 10월14일자 동아일보 34면  
 
반면,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칼럼 <김정은을 우습게 보지 마라>에서 지난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열병식 주석단에서 74세인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겨우 스물일곱인 김정은에게 몸을 숙여 겸손한 자세로 응대하는 모습을 상기시키며 “두 사람의 이 짧은 몸짓은 김정은이 너무 어려 권력 장악에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뭔가를 말해주고 있다”면서 “김정은, 아무런 준비 없이 하루아침에 후계자가 됐다고 생각하지 말자”고 밝혔다.

   
  ▲ 10월14일자 경향신문 31면  
 
이 위원은 이어 “(김정일이)2대 수령의 아들이라는 지위로 그동안 당·군의 주요 사업을 배우고 지도했을 것”이라며 “‘김일성 조선’에서 아들 혹은 손자에 맞서 핏줄·충실성을 경쟁할 상대는 없기 때문”에 그의 ‘어린 나이’를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아마도 자신감을 회복한 김정일은 대외관계에서 유화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도 “외부의 관찰은” “후계 구도가 불안하다느니, 대외적으로 강경해질 것이라느니, 급변사태니 붕괴니 하며 시한폭탄 취급”이고, “보수세력 사이에서 요즘 인기 있는 통일 논의도 그것의 한 변종”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이어 "김정은이 등장한 북한을 외면해서도, 김정은을 무시하고 우습게 봐서도 안 된다"며 “김정은의 북한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북한의 미래, 한반도의 미래를 김정은과 함께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진보 진영에서 촉발된 종북 논란에 대해 이준희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촌평을 하고 나섰다.

이 위원은 이날 칼럼 <북한에 갇힌 진보의 가치>에서 “1980년대 운동권, 특히 NL(민족해방)계열은 북한체제를 거의 절대선으로 떠받들었다”며 “생각해보면 그런 코미디도 없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 위원은 이어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이들이 정계ㆍ학계ㆍ문화계ㆍ시민사회 등으로 대거 진출”했는데, “반지성적인 종북의 유산이 민주화운동과 분리돼 정리되지 않은 채 사회저변에서 사이비 진보문화로 여전히 기능하고 있”다면서 “북한체제에 대한 무조건적 옹호입장이 진보성향임을 구별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라는 건 기막힌 난센스”라고 일침했다.

   
  ▲ 10월14일자 한국일보 38면  
 
그는 이어 “북한 3대 세습을 놓고 벌어진 최근의 논쟁은 우리사회가 이념적으로 얼마나 혼란스럽고 위선적으로 엉켜 있는가를 재확인시켜 준 사례”라며 “북한에 대한 진보진영 일부의 모순적 태도는 케케묵은 80년대식 인식 틀에 그들이 여전히 갇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곤란하면 내재적 접근법 따위로 명백한 실상을 비껴가는 건 진보의 가치를 스스로 폄하하는 비겁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라며 “진보진영이 북한 족쇄에서 벗어나 보편적 가치와 시각을 회복하지 않는 한 그들의 목소리는 대중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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