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11일 애플의 태블릿 컴퓨터 아이패드에서 구동되는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국내 일간지 가운데서는 코리아타임즈에 이어 두 번째, 한글 어플리케이션 가운데서는 최초다. 아직 애플 아이패드가 출시되지 않은 시점에서 발 빠른 대응이 돋보인다. 기획부터 최종 출시까지 4개월이 소요됐고 10여명의 전담 인력에 5천만원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 아이패드 앱은 미국 앱스토어에 등록돼 있으며 내려 받으려면 미국 앱스토어 계정이 필요하다. 가격은 무료, 한국경제 관계자에 따르면 당분간 유료화 계획은 없다. 프론트(초기화면)와 모닝리포트, 종합, 산업, 증권·부동산 등 5개 섹션으로 구성돼 있으며 향후 10개 섹션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국내 최초 아이패드 앱을 넘겨보면서 든 첫 느낌은 이 정도면 굳이 종이신문을 사볼 필요가 없겠다는 것이었다. 텍스트 중심이라 데이터 요금 부담이 크지 않고 와이파이 지역에서 한번 내려 받아두면 오프라인에서도 신문을 볼 수 있다. 종이신문의 기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자간이나 다단 구성도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출시 일정을 서둘렀던 듯 아쉬운 부분도 많다. 기사 페이지에서 다음 기사로 넘어가려면 일단 초기화면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상단 배너를 눌러도 반응이 없고 초기화면으로 옮겨가는 버튼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가로로 스크롤하는 방식이라 장문의 기사를 읽을 때는 시선을 놓치기 쉽다.

   
     
 

뉴욕타임즈나 USA투데이 등은 비슷한 디자인이면서도 기사 페이지 구분이 확실하고 화면을 쓸어 넘기는 것만으로 다음 기사로 옮겨갈 수 있도록 구성돼 있어서 비교된다. 한글 폰트가 약간 뭉개져서 전체적으로 벙벙한 느낌을 주는 것도 아쉽다. 다른 언론사 앱에 기본으로 포함돼 있는 트위터 포스팅이나 메일 보내기 기능도 빠져있다.

   
  ▲ 한국경제 아이패드 앱 초기화면.  
 

종이신문에 비교하면 콘텐츠가 많지 않아 아직까지는 종이신문을 대체하기에는 이르다는 느낌도 든다. 초기화면에 들어가는 기사는 사진 기사를 포함, 7꼭지나 되지만 섹션이 5개 뿐이라 전체적으로 종이신문의 요약본 같은 느낌을 준다. 향후 유료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다면 종이신문과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 아이패드 앱은 전체적으로 종이신문을 잘 흉내냈지만 종이신문에 비교하면 뭔가 아쉽다는 느낌을 준다. 단순히 종이신문을 닮는 것을 넘어 기꺼이 유료 결제를 끌어낼만한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이 같은 공짜 아이패드 앱이 종이신문 판매를 위축시키고 종이신문의 몰락을 앞당기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경제 전략기획국 최진순 기자는 "터치 한번으로 원하는 섹션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기뉴욕타임즈처럼 단락별로 끊는 읽기 방식은 추후 보완할 예정이고 소셜 네트워크와 연동 즉, 트위터 포스팅이나 메일 보내기 기능도 곧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최 기자는 "지면게재 기사를 연결해 편집하는 만큼 아이패드 에디션은 아티클 수로 보면 신문지면 기사량의 70~80%를 커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기자는 "아이패드 에디션은 스마트폰 뉴스 앱과 달리 일일이 편집기자의 손을 거쳐 편집하는 만큼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최 기자는 "모닝리포트 섹션을 위해 국제부와 증권부 기자들이 파견됐고 신문지면 조판을 하던 편집부 기자들이 아이패드 앱 편집기에 적응 훈련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여러 언론사들이 유행처럼 태블릿 앱을 개발하고 있지만 한국경제와 비슷한 고민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은 거의 안 되지만 엄청난 개발 비용과 인력이 소요되고 그러면서도 정작 종이신문이나 온라인 서비스와 큰 차별성을 보여주기 어렵다. 스마트폰 앱처럼 한번 개발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관리 인력을 상시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그러나 한국경제 아이패드 앱은 단순히 국내 최초의 시도라는 것 말고도 다양한 유통 채널과 멀티 플랫폼 시대, 뉴스룸 개편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종이신문과 온라인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이를 위해 오프라인 중심의 취재 편집 시스템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게 됐다.

최 기자는 "아이패드 뉴스 앱이 요구하는 뉴스는 기존 신문지면용 기사와는 많이 다르다"면서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이 신문기사 분량인데 원고지 5매 수준의 단신 기사보다는 15매 이상 장문의 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그래픽이나 사진의 품질도 격상하고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결합한 인포그래픽 서비스의 중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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