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사진작가 마크 하멜은 사진 공유 사이트 아이스톡포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적 있다. "나는 5년 전에는 100장의 사진을 팔아 6만8천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런데 지난해 아이스톡포토에 1천장의 사진을 올린 뒤에는 5만9천달러를 벌어들였다. 한때 500달러를 받았던 사진을 이곳에서 1달러를 받고 팔고 있다. 수요가 훨씬 많기는 하지만 결국 일은 더 많이 하고 돈은 조금 더 적게 버는 셈이다."

아이스톡포토는 일반인들이 찍은 사진을 올려놓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사이트다. 전문가 못지않은 퀄리티 높은 사진도 많은데 가격은 15달러 이하로 훨씬 저렴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굳이 무단복제의 유혹을 느끼지 않고 정당하게 값을 치르고 합법적으로 사진을 활용하려는 수요도 생겨나게 된다. 사진을 올리는 사람 입장에서도 푼돈이라도 수입이 생기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게티스이미지를 비롯해 기존의 사진 판매 사이트들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가 아이스톡포토로 옮겨가고 사진 저작권 판매 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는 누구나 디지털카메라를 소유하고 있고 전문가들 못지않게 멋진 사진을 찍는 이른바 프로추어들도 늘어났다. 프로패셔널의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를 일컫는 말이다. 기존의 사진작가들도 이제 프로추어들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록터앤갬블(P&G)은 감자칩 위에 글씨와 그림을 새기는 연구를 하느라 엄청난 연구개발 비용을 쏟아 붓고도 실패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높은 온도에서 튀기고 나면 잉크가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04년 크라우드소싱 연구개발 사이트, 옛투닷컴을 통해 이탈리아 볼로냐의 한 대학교수가 비슷한 기술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P&G는 이 교수와 제휴를 맺었고 프링글스 프린트는 1년도 안돼서 시장에 나왔다.

치약회사 콜게이트는 이노센티브(Innocentive)라는 사이트를 통해 플루오라이트 파우더가 공중에 흩날리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노센티브에 따르면 기업이 의뢰한 연구개발 과제의 40% 정도가 해법을 찾는다고 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이를 R&D(연구개발)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C&D(연결개발, Connect & Development)라고 정의했다. 외부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내부의 R&D 역량과 연결시켜 신제품을 개발한다는 이야기다.

마케팅 전문 잡지 컨테이저스매거진은 크라우드소싱에 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네 가지 요소로 명성(Fame)과 돈(Fortune), 재미(Fun), 만족감(Fulfillment) 등 이른바 4Fs가 조화를 이룰 때 적극적인 대중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LG경제연구소 유경훈 연구원은 "명확한 목적의식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절차를 마련하고 참여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적절한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마토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는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광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모집된 아이디어 가운데 5개를 방송에 내보내겠다고 약속했으나 신청자가 너무 많이 몰려드는 바람에 제대로 검토조차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외주 업체를 선정해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고 좋은 평가도 얻지 못했다. 자체적으로 광고를 기획하는 것보다 비용은 많이 들고 효과는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유 연구원은 크라우드소싱의 참여정도와 관련, 1:9:90의 법칙을 소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1%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콘텐츠를 생산하고 9%는 콘텐츠를 수정 및 평가하며 나머지 90%는 그냥 보기만 한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다양성과 전문성을 적절히 고려해 어떤 크라우드를 공략할 것이냐도 중요하게 된다. 오히려 해당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해 티셔츠를 만드는 스레드리스(Threadless)에서는 2주 동안 6점 척도로 티셔츠 디자인에 점수를 부여한다. 매주 10개 내외의 디자인을 채택하고 이 가운데 3∼5개 정도가 실제로 제품으로 출시되는데 채택된 디자이너는 현금 1500달러와 500달러의 포인트를 받게 된다. 스레드리스는 크라우드소싱 형태로 디자인을 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평가에도 크라우드소싱을 도입해 비용과 자원을 크게 줄인 성공 사례다.

온라인에서 마이크로크레딧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바(Kiva)도 크라우드소싱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여러 사람에게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고 이를 낮은 이자로 빌려준다. 키바의 회원이 되면 온라인에 올라있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을 골라 달마다 25달러씩 지원하게 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300달러에서 많게는 5천달러 정도의 돈을 빌려 이 돈으로 창업을 하고 돈을 조금씩 갚아나가게 된다.

금광 개발회사인 골드코프(GoldCorp)는 새로운 광산을 찾는데 크라우드소싱을 활용한 적이 있다. 57만5천달러의 상금을 걸고 2천만㎡, 400MB에 이르는 지질 정보를 웹 사이트에 공개했다. 지질학자를 비롯해 수학자와 물리학자, 군대 장교까지 1천명 이상이 이 온라인 골드러쉬에 몰려들었고 최종적으로 110개의 후보지를 찾아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골드코프가 눈여겨보지 않던 곳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후보지 가운데 80%에서 금광이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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