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 CJ그룹 이재현회장,  CJ 물류 독점 CJGLS '꿀꺽'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1996년 계열사인 CJGLS의 지분 95%를 사들인데 이어 2000년 나머지 지분 5%를 사들여 100%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CJ그룹의 물류를 독점하는 이 회사는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고 이 회장은 몇 차례에 걸쳐 지분을 매각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이익을 챙겼다. CJGLS의 계열사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외부 매출도 같이 늘어나고 있어 지난해 기준으로 계열사 비중은 34% 정도다.

사례 2. STX메탈,  STX건설 총수 개인회사 포스아이에 매각

STX메탈은 2005년 건설부문을 분할해 STX건설을 설립해 이 회사를 강덕수 회장이 지분 87%를 보유한 포스아이에 매각한다. STX건설은 STX그룹의 건설부문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2006년 기준으로 계열사 매출 비중이 90%가 넘었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총수 개인 회사에 넘어갔다. STX메탈은 STX엔진의 100% 자회사였기 때문에 그룹의 노른자위 사업이었던 STX메탈의 건설부문을 분리한 것은 STX엔진에게는 큰 손해였다고 할 수 있다.

사례 3. 대림H&L, 이중용 회장 지분 50% 소유한 대림코퍼레이션으로

대림H&L은 대림그룹의 해운 부문 계열사로 2007년 기준으로 계열사 거래 비중이 58%에 이른다. 이해욱 부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2008년 이준용 회장이 지분 50%를 갖고 있던 대림코퍼레이션에 넘긴다. 이 회사는 대림산업의 지분 22%를 확보하고 대림산업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회장과 이 부사장은 유상증자와 감자 등을 통해 각각 61%와 32%씩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비슷한 사례는 수두룩하다. 7일 경제개혁연구소가 발표한 '재벌 총수 일가의 주식 거래' 4차 보고서에 따르면 이처럼 알짜배기 계열사 지분을 총수 일가에 몰아주는 등 문제 있는 주식 거래가 107건이나 발견됐다. 2008년 3차 보고서 발표 때보다 30건이 더 늘어났다. 총수 일가가 회사 기회를 유용한 경우도 있고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손실을 다른 계열사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사례4.  CGV 영화관 광고 대행 재산커뮤니케이션은 왜 이재환 상무 개인회사인가?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상무는 CJ의 영화사업 부문 CGV의 영화관 광고를 대행하는 재산커뮤니케이션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액이 1098억원에 이른다. CJ는 왜 이 회사를 자회사로 두지 않고 이 상무의 개인 회사로 만들었을까? 과거 사례를 보면 이 회사의 가치가 충분히 높아지면 이 상무는 이 회사의 지분을 CJ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들에 비싼 값에 팔아넘길 가능성이 크다.

사례5. 동국제강그룹 해운운송업체 케이에스앤드, 회사 기회유용 의심사례 해당

동국제강그룹의 해운운송업을 맡는 케이에스앤드는 장세주 회장의 부인 남희정씨를 비롯해 총수 일가가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계열사 매출 비중이 93%가 넘는데 이 회사도 회사 기회 유용 의심 사례에 해당된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동국통운이나 국제통운 등의 자회사로 설립했으면 이들 회사의 이익이 늘어났을 텐데 지금은 총수 일가의 지분 가치를 높여주는데 그치고 있다.

사례6. 현대모비스 트럭 사업부문 소유 삼우, 현대 하이스코 회장 일가 100% 지분 소유

삼우라는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는 1998년 현대모비스의 트럭과 버스 휠 사업 부문을 넘겨받았다. 그때가 1998년. 자세한 지분 변동 내역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분 25%를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신 회장의 아버지 신용인씨가 50%, 자녀들이 나머지 25%를 나눠갖고 있다. 100% 가족회사인 셈이다. 신 회장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셋째 사위다.

사례 7. 6세, 9세 아들 지분 보유 회사?

GS그룹의 물류회사 STS로지스틱스의 지분 구조도 수상쩍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의 대주주는 GS홀딩스 허용수 상무의 아들인 6세 허정홍군과 9세 허석홍군으로 각각 70%와 3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계열사 매출 비중은 100%다. 이밖에도 코스모정밀화학과 코스모디앤아이 등이 총수 일가의 개인 회사로 남아있다. 정산이앤티라는 회사는 허경수 코스모화학 회장과 코스모디앤아이가 50%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사례 8. 현대투자네트워크, 현정은 회장 일가 지분 보유

현대그룹의 컨설팅을 맡고 있는 현대투자네트워크는 현대유엔아이가 5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데 현대유엔아이는 현정은 회장과 딸 정지이 상무가 77%를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의 아들 정영선씨도 현대투자네트워크의 지분 20%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대그룹의 사옥 매입이나 경쟁력 제고 등의 컨설팅 사업을 수주했다. 계열사 매출 비중은 100%에 이른다. 전형적인 회사 기회 유용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례9. 코오롱 마우나오션개발, 이웅렬 회장 등에 지원성 거래 의심

코오롱그룹의 마우나오션개발은 빌딩 관리를 하는 회사인데 당초 코오롱글로텍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2007년 이웅렬 회장과 이동찬 명예회장에게 지분 47%를 75억원에 매각했다. 계열사 비중이 30%를 넘기 때문에 역시 지원성 거래로 의심된다. 이밖에도 코오롱그룹의 시스템 통합 업무를 맡는 코오롱베이트는 이 회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여과기 제조업을 하는 코오롱워터텍 지분도 65% 보유하고 있다.

사례10.  회장 아들 투자손실 다른 계열사에 떠넘겨

 LS그룹의 예스코는 지난해 구태회 회장의 아들인 구자철씨가 보유한 한성 지분 65%를 573억원에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2007년까지만 해도 자본잠식상태, 2008년 기준으로 순자산가액이 20억원 밖에 안 되는 회사다. 구씨의 투자 손실을 다른 계열사에 떠넘긴 전형적인 지원성 거래다. 예스코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이 회사에 1093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그 손실은 고스란히 예스코 주주들의 몫이 된다.

재벌 총수들의 계열사 따먹기 수법은 이처럼 천차만별이다. 굳이 유형을 정리하자면 알짜배기 비상장 계열사를 헐값에 사들여 그룹의 핵심 사업을 몰아주도록 한 다음 가치가 올라가면 비싼 가격에 다시 팔아넘기는 수법이 가장 흔하다. 손실이 생기더라도 다른 계열사에게 떠넘기면 그만이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감독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비상장 회사들이 대부분이라 지분구조조차도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가장 바람직한 해결방법은 자발적인 원상회복"이라면서 "문제성 주식거래로 보유한 지분을 소각하고, 회사기회의 유용 및 지원성거래의 주체가 되는 회사가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지분을 인수해 내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이배 연구원은 "자발적인 해결이 되려는 이익을 얻고 있는 지배주주와 회사의 이사회가 문제성 주식거래를 문자 그대로 문제로 인식하고, 이해관계자들에게 손실을 끼치는 행위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이해관계가 있는 거래에 대한 이사 및 지배주주가 충성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자기거래 규제와 회사기회의 유용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사 및 지배주주는 사전 공시 및 승인 획득 의무 이외에 거래의 완전한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책임을 부담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한 경우 주주대표소송 등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비상장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중대표소송을 도입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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