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는 수척했다. 1일 방영된  ‘타블로, 스탠퍼드에 가다’에서 타블로는 스탠퍼드 교내 곳곳을 안내하며 학창시절을 회상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일했던 샌드위치 가게와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 나와 학창 시절의 사진을 보여주었고 그를 잘 안다는 교수들도 그가 틀림없는 스탠퍼드의 학생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의 증명서 제시는 의미가 없다. 솔직히 몇 명을 만나도 그 인터뷰들을 다 받고 그래도 결국 믿기 싫은 사람들은 계속 안 믿을 것이다. 이건 못 믿어서가 아닌 안 믿는 것이다”

타블로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억울해서 우는게 아니다. 누굴 원망하지도 않는다. 아쉬워서 울지도 않는다. 겁나서 울지도 않는다. 너무 벅차서 운다. 너무 많은 감회가 느껴져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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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학인 스탠퍼드의 학·석사를 3년 반 만에 마친 것으로 알려진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본명 이선웅)를 대상으로 누리꾼들이 제기한 학력위조 의혹을 검증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은 타블로의 입장에 대해 감성적인 접근방식을 보여줬다.

팩트 파인딩 프로그램이 아닌 다큐 프로그램으로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이 되어왔던 부분을 외면하지는 않았다. 은 ▲증명서에 혼재된 여러 이름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발언 ▲논문 없는 석사학위 취득이 가능한가 ▲전공과목이 아닌 공대 수업을 들은 이유 등에 대해 취재했다. 하지만 논란이 되었던 이중국적 보유 의혹에 대해선 언급이 없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스탠퍼드를 함께 다녔다고 주장하는 친구들은 타블로의 학창 시절 사진을 공개했고 그가 2000년에 교내 커피숍에서 샌드위치를 만드는 동영상도 나왔다.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 동영상으로도 잘 알려진 토마스 블랙 교무처장은 즉석에서 성적증명서를 출력해주기도 했다.

“타블로가 한국에서 공개한 성적표가 가짜라면 이곳에서 출력하는 성적표와 같을 리 없다. 하지만 당신들이 보기에도 똑같지 않은가. 다니엘 선웅 리는 이 학교에 한 명 뿐”이라고 타블로가 스탠퍼드를 졸업했음을 확신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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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논란이 됐던 ‘타블로가 스탠퍼드를 졸업한 다니엘 선웅 리와 동일 인물임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발언에 대해선 “나의 위치는 기록과 기록을 대조하고 확인하는 것이다. 그가 졸업했다는 사실은 그와 함께했던 학생들이 확인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블로의 여권도 공개됐다. 여권과 졸업증명서의 이름은 ‘다니엘 선웅 리’로 일치했다.

'논문없이 졸업이 가능한가'라는 의혹에 대해서는 스탠포드 대학 영문과의 데이비드 릭슨 교수가 "석사과정을 졸업하기 위한 졸업논문은 필요 없다. 시험을 통과하든지 에세이를 제출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스탠퍼드 대학 졸업생과 재학생도 타진요에서 제기한 의문에 답했다. 왜 전공과 상관없는 공대 수업을 들었느냐는 의문에 대해 졸업생들은 “타블로가 1학년 때 들었던 '공학문제와 실험적 조사'라는 과목은 1주일에 한 번씩 세미나를 수강하는 출석위주의 과목"이라고 설명했다. 또 졸업생은 타진요에 대해 “자신들의 상식을 남들에게 똑같이 적용한다. 그들의 주장을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 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간 논란이 되어왔던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발언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해명했다. 스탠퍼드 수학기간과 한국에서의 어학원 강사 생활 연도가 겹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타블로는 “예능프로그램의 편집점이 빨라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의혹을 제기한 타진요에 대해서는 운영자 ‘왓비컴즈’에게 스탠퍼드 동행 취재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이야기와 함께 타진요에서 강퇴 당한 사례를 보여줬다. 제작진이 직접 타진요에 ‘의혹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으니 다시 확인해보라’ 라는 글을 올리자 15분 만에 강퇴되는 과정이 화면에 담겼다.

스탠퍼드 3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학생도 일반적인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도 강퇴당했다고 주장했다.

타진요의 한 스텝은 “본질적으로 카페 방향은 학력위조의혹을 제기하는 카페라며 다른 견해는 다른 쪽에서 논의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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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언론은 로 타블로의 학력의혹이 종지부를 찍었다고 표현했다. 또 많은 누리꾼도 타진요의 의혹제기는 힘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아이디 이은정은 “결론적으로 스탠퍼드에서 공식적으로 인정을 했는데 무엇을 더 증명해야 하나” 라고 의견을 밝혔다. 현재 의 게시판에 많은 누리꾼들은 ‘타진요를 처벌해야 한다’라는 의견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타진요에서는 이 짜깁기 방송이며 출입국기록과 미국 대학을 외국인이 들어가기 위해서 받아야 하는 I-20 비자와 졸업증명서 등 정작 의혹을 종식시킬만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이 타블로의 눈물로 대변되는 '타블로=일방적인 피해자'라는 식의 감성적인 접근을 한 것은 객관적 사실증명의 가치를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누리꾼 아이디 윤정수는 “타진요를 묘사한 방식이 부정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공정한 방송을 기대했지만 타블로 측근들의 모습만 자세히 방송한 점이 아쉬웠다” 라고 의견을 밝혔다.

누리꾼의 지적대로 타진요를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으로 묘사한 부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논란거리일 수 있다. 타진요가 제기한 의혹이 설령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의혹이 제기된 과정 모두 ‘나쁜 행위’로 비난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논쟁과 누리꾼의 역할은 양면성을 가진다. 익명성에 기대 책임지지 못할 말로 남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치부되는가 하면 또 그 익명성에 의해 자유로운 표현과 토론이 가능하고 좀 더 합리적인 결론으로 향해가는 ‘집단 지성’으로서의 역할도 있는 것이다 .

단순히 이번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을 악플러의 근거 없는 공격이라고 매도한다면 얘기는 쉽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나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태를 발판삼아 한국 사회에서 인터넷의 위상과 그 안에서의 논쟁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 어마어마한 힘을 어떤 식으로 민주주의와 함께 발전시켜나갈 것인지 화두를 던지고 토론하게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닐까. 

또한 이번 사태는 한국의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 기능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기도 한다. 맨 처음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언론 본연의 기능인 팩트 찾기에 천착해 보도를 했다면 13만 명의 누리꾼이 한 사람의 학력을 검증하려고 이런 식으로 나서는 결과는 없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의혹이 타진요에서 제기되고 그 반박 의견이 다른 카페에서 나오는 등 처음부터 이 사안에 언론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다음 주 금요일  은 타블로 특집 2탄인 ‘타블로, 그리고 대한민국의 온라인’ 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제작진은 2탄에서 타블로 사태의 사회적 의미를 조망하고 한국의 인터넷 문화에 대해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악플러와 그에 의한 희생자’가 아닌 이 사태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며 앞으로의 인터넷 문화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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