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식탁에는 매일 배추김치 대신 값싼 양배추 김치가 올라오고 있다.”  

연합뉴스가 30일 오전 송고한 <李대통령, 배추값 폭등에 양배추김치로 대체>라는 기사의 첫 문장이다.

연합뉴스는 “과거 전방에서나 배추 김치 대용으로 배식했던 양배추 김치가 국가 원수의 밥상에 오르는 것은 비싼 배추 값을 걱정한 이 대통령의 지시 때문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주장대로라면 과거 전방의 군장병이 배추 김치 대용으로 먹던 양배추 김치를 ‘국가 원수’ 밥상에 올리고 있으며, 이유는 비싼 배추 값을 걱정한 대통령의 뜻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 생각에 여념이 없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기사였을까. 실제로 배추 값 폭등은 가뜩이나 힘겨운 서민들의 삶을 더욱 짓누르는 요인이다. 배추 가격이 1만 원이 넘어섰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올해 김장은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양배추 밥상’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연합뉴스는 “최근 장을 보러 마트에 다녀온 부인 김윤옥 여사가 1포기에 1만원을 훌쩍 넘는 배추 값에 놀랐다며 가격 폭등에 대한 우려를 전하자 직접 청와대 주방장을 불러 ‘배추가 비싸니 내 식탁에는 배추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를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30일 전했다”고 전했다.

대통령 부인이 장을 보러 직접 마트를 다녀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배추 값에 놀라서 양배추 김치를 올리라고 지시했다는 대통령의 뜻, 그 배경도 관심 사안이다. 여기에는 배추 값에 비해 양배추 김치가 가격 면에서 저렴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연합뉴스 기사를 더 살펴보자. 연합뉴스는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의 경우에는 양배추 김치 배식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는 뜻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 대통령은 또 배추값 폭등이 서민 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자주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관계 수석실에 치밀하고 효과적인 대책을 세워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눈물겨운 장면인가. 국가원수 밥상에 배추김치가 아닌 양배추 김치를 올리고 있고, 그 이유는 서민가계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는 게 연합뉴스 보도 내용 아닌가.

그런데 대통령도 대통령 부인도, 연합뉴스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게 있다. 양배추는 저렴하다는 기본 전제는 ‘참’일까. 연합뉴스 기사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30일 오전 11시30분 현재 미디어다음의 ‘댓글 많은 뉴스’ 1위로 떠올랐다.

   
  ▲ 30일 오전 미디어다음의 '댓글 많은 뉴스' 순위.  
 
오전 11시30분 현재 1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서민을 생각하는 대통령의 마음을 평가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었다. 격앙된 분노와 씁쓸한 냉소가 묻어나는 댓글이 쏟아졌다. 어떤 이유 때문일까.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즉 누리꾼들의 공감을 얻은 댓글 일부를 살펴보자.

‘희망’이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양배추값도 100%넘게 올랐는데>라는 제목의 글에서 “세상물정을 너무도 모르시네요 주위에는 아부하는 사람들만 가득하고 언론은 진실을 말하지 않으니 알 리가 있나요”라고 쓴소리를 전했다.

‘전문가’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양배추도 한통에 5000원이 넘어>라는 글에서 “양배추는 1000원쯤 하는 줄 아네”라며 “추석전날 배추 한통 5000원, 양배추 한통 5000원”이라고 설명했다.

양배추와 배추의 실제 가격은 어떨까. 30일 오전 이마트 서울 목동점 기준으로 배추 한 통은 6450원, 양배추 1통은 5980원에 거래됐다. 2~3개 한 묶음으로 판다면 가격은 둘 다 1만 원 선을 훌쩍 넘어섰다. 배추도 가격이 폭등했지만, 양배추 역시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와 언론의 ‘눈물겨운 드라마’ 합작품은 황당하고 씁쓸한 뒷맛만 남기게 됐다. 서민을 정말로 걱정한다면 배추값 안정을 위한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데 힘을 쏟는 게 마땅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미지 정치’에 신경 쓰는 모습으로 국민의 ‘진정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실체도 모호한 대통령 국정지지도 50%라는 ‘청와대 주장’이 아닌 국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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