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X 번호가 남아있어서 불편한 게 뭐가 있나. 010 강제 통합은 대 국민 사기극이다.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010 강제 통합을 반대해 왔던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15일 방송통신위원회의 010 번호 통합 정책 발표와 관련, "방통위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 방통위가 무슨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건가.

"서비스 정책과 번호 정책이 같은 것처럼 교묘하게 속이고 있다. 2세대에서 3세대 서비스로 옮겨가는 것과 01X 번호를 010으로 바꾸는 것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많은 국민들이 01X=2G, 010=3G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착각이다. 010 번호를 쓰는 2G 사용자도 1천만명이 넘는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2G를 언제 접거나 말거나 그것과 별개로 01X 번호를 남겨둔다고 해서 아무 문제될 게 없다는 이야기다."

- 번호 통합이 필요 없다고 보나. 그래도 다 같이 010 번호를 쓰면 효율적이지 않을까.

"번호 통합은 필요하다. 왜냐, 번호 자원이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으니까. 011-XXXX-XXXX에 할당할 수 있는 번호는 1억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가 5천만명이니까 011이든 016이든 010이든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애초에 011을 SK텔레콤에 주고 016을 KT에 주고 019를 LG유플러스에 준 것부터 잘못된 정책이었다.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했나. 방통위다. 자기들이 잘못된 정책을 해놓고 그걸 통합한다고 국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01X 번호를 버리고 010으로 옮겨 간 가입자들은 좋아서 옮겨갔나. 억지로 강제하니까 옮겨간 거다. 그래서 얻는 게 뭐가 있나. 누구 좋으라고 이런 식으로 강제로 밀어붙이는 건가."

   
  ▲ 방송통신위원회는 2G 서비스가 종료되는 2018년 01X 번호를 010으로 강제 통합할 계획이다. 사진은 휴대전화 매장. ⓒ연합뉴스.  
 

- 그게 궁금하다. 도대체 누구 좋으라고 하는 건가.

"이런 엉터리 같은 정책을 만든 공무원들이 좋겠지. 창피하니까. 빨리 없애고 싶으니까. 처음부터 010으로 하든지 이왕 01X 번호를 나눠줬으면 계속 쓰게 해야 한다. 왜 강제로 번호를 바꾸게 만드나. 잘못은 자기들이 해놓고 왜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나. 번호 통합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서두를 이유는 전혀 없다."

- 방통위는 2018년을 강제 통합 시점으로 잡았는데 그 정도면 여유가 있는 것 아닌가.

"그때 가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바꾸고 싶지 않은데 왜 강제로 바꾸게 만드나. 다시 말하지만 그렇게 바꾸면 뭐가 더 좋아지나. 그래서 얻는 게 뭐가 있나."

- 그럼 더 천천히 통합해도 된다는 말인가.

"죽을 때까지 쓰게 하고 죽고 나면 그 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 없도록 하면 된다. 아무 문제가 없다. 01X 가입자가 20% 밑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에게 번호를 바꾸라고 강제할 명분이 없다. 왜 그걸 2018년에 해야 하나. 천천히 해도 된다. 급하다면 급한 이유를 설명해야 할 거 아닌가. 그런 설명 들은 적 있나. 나는 못 들었다."

-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일 텐데 다른 해법은 없는 건가.

"방통위 위원들이 통신을 너무 모른다. 서비스 정책과 번호 정책이 다르다는 걸 아는 사람이 없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불편을 강요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 시민단체들은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를 하겠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까지 하겠다고 하던데.
 
"사업자들에게 3년 한시로 01X 3G 가입을 허용하는 약관을 만들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그 근거 조항이 전기통신사업법에 번호 이동 조항이다. 번호 이동이라는 건 통신회사를 바꿔도 번호를 바꾸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내년부터 하겠다는 건 3년 뒤에 번호를 강제로 바꾸도록 하는 정책이다. 위법한 행정결정이기 때문에 감사청구 대상이 된다. 또한 불공정 계약이기 때문에 공정위 제소 대상이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번호 통합을 안 해도 국민들은 불편할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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