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MBC 사장의 시사고발 프로그램(<후플러스> <김혜수의 W) 폐지와 주말 저녁 메인뉴스(<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 방침에 반발해 MBC 기자들과 PD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MBC 기자회(회장 성장경)는 14일 밤 70여 명의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한 기자총회에서 기자회를 개편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성장경) 체제로 전환하는 한편, △이번 개편에 결사 반대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계적으로 집단행동의 수위를 높여나가기로 결의했다.

그 첫 번째 행동으로 비대위 소속 기자 30여 명은 15일 아침 8시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로비 '민주의 터'에서 연좌 침묵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팻말을 통해 "시사고발 다 죽이는 경영진은 각성하라", "주먹구구 편성논의 뉴스가 무너진다", "비판도 못하면서 MBC가 언론인가", "후+ 지켜내고 MBC뉴스 살려내라"고 촉구했다.

   
  ▲ MBC 기자들 30여명이 15일 아침 후플러스 폐지, 뉴스데스크 주말 시간대 이동 방침에 반대하는 연좌농성을 벌였다. ⓒMBC 기자회  
 
기자들이 농성하는 동안 김재철 사장과 전영배 기획조정실장, 이주갑 제작본부장이 출근길에 이를 지켜보고 지나갔다. 비대위는 이날 점심 시간대인 11시30분부터 12시10분까지도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매일 아침 점심 시간을 이용해 경영진의 개편 저지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일단 개편안이 최종 결정되는 오는 20일까지 단계적으로  사내 출근길과 점심시간대 항의시위를 벌인 뒤 개편안이 확정되면 그 때 제작거부 돌입 여부 등을 다시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근행)는 16일 오후 열릴 노사 공정방송협의회에서도 <후플러스> <김혜수의 W> 폐지,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이동 등 이번 개편 방안을 의제로 올려 김재철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담판을 짓기로 했다. 공방협 개최에 앞서 기자 비대위와 함께 시사교양국 PD들로 구성된 PD 비상대책위원회는 공동으로 '시사고발 다죽이는 경영진은 각성하라', '뉴스를 죽이려느냐'고 촉구하는 등 연대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MBC 기자 비대위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개편 시도에 대해 "공영방송의 원칙인 사회 감시와 비판 기능을 아예 포기하려는 것이며, 뉴스 죽이기"라고 규정한 뒤 "이런 편성안을 밀어붙이는 사장과 경영진이 생각하는, 추구하는 MBC 뉴스는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비대위는 "'케이블 방송의 <슈퍼스타 K>가 시청률이 높으니 우리도 그런 걸 만들어야 한다'는 사장의 말 한마디에 덜컥 편성에 끼워 넣는 것이 고작 공영방송 MBC의 편성 전략인가"라며 '<후플러스> 폐지와 주말 뉴스데스크 이동' 방침을 백지화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 MBC 기자들 30여명이 15일 아침 후플러스 폐지, 뉴스데스크 주말 시간대 이동 방침에 반대하는 연좌농성을 벌였다. ⓒMBC 기자회  
 
다음은 15일 MBC 기자 비대위가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경영진의 목표는 뉴스 죽이기인가

경영진의 좌충우돌식 편성전략에 따라 <후+> 폐지와 주말 뉴스데스크의 8시 이동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MBC 보도 프로그램 가운데 날선 비판의 최선봉에 서 있던 후+를 명분 없이 없애고, 주말 뉴스데스크를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8시로 옮기겠다는 시도는 공영방송의 원칙인 사회 감시와 비판 기능을 아예 포기하려는 것이다. MBC 기자회는 이를 뉴스 죽이기로 규정한다.

그 간의 보도 프로그램 편성을 한 번만 돌아봐도 현 상황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자명해진다. 토요일 10시대에 10%대 중반을 넘나들며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던 <뉴스 후> 방송시간을 느닷없이 바꿔 시청률을 세토막 내고, 그 다음엔 시청률이 낮다며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했던 것은 누구였던가. 편성 실패의 책임은 지지 않고 이제와서는 듣도 보도 못한 '공헌이익'이란 잣대를 들이대며 퇴출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자는 지금 또 누구인가.

주말 뉴스데스크를 8시대로 옮기려고 하는 경영진의 편성 전략은 또 무엇인가. 아니 전략이 있긴 한 것인가. 뭘 어떻게 하겠다는 전략도 없이 일단 옮길 날짜부터 박아놓는 해괴한 편성 논의에서 공영성 제고와 권력 감시라는 뉴스의 본령을 고민한 흔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 없다. 40년 된 MBC 간판 뉴스 프로그램에 대한 편성 논의가 이처럼 철부지 불장난처럼 이뤄지는 상황을 지켜만 봐야 하는가.

이런 편성안을 밀어붙이는 사장과 경영진이 생각하는, 추구하는 MBC 뉴스는 도대체 무엇인가. 구성원들에게 동기 부여는 커녕 이유조차 납득시키지 못하는 이같은 편성으로 MBC 뉴스에 돌아올 것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케이블 방송의 <슈퍼스타 K>가 시청률이 높으니 우리도 그런 걸 만들어야 한다"는 사장의 말 한마디에 덜컥 편성에 끼워 넣는 것이 고작 공영방송 MBC의 편성 전략인가.

김재철 사장과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후+> 폐지와 주말 뉴스데스크 이동 방침을 백지화하고 진정한 MBC 뉴스의 경쟁력 방안은 무엇인지부터 강구하라.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MBC 기자회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맞설 것이며 이로 인해 벌어지는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경영진에게 있음을 분명히 경고한다.

2010년 9월 15일 문화방송 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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