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 현대·기아자동차, SK 등 4대 재벌 그룹이 4대 매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57%로 나타났다. 재벌의 광고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신문광고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가 7일 발표한 '재벌의 언론지배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4대 재벌의 방송 광고비 지출은 평균 1.91%, 신문 광고비는 평균 6.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는 "13개 주요 신문사들의 경영실적과 재무비율은 2006년에 다소 개선되는 듯 했으나 분양수익 등 일시적인 매출증가 요인이 사라진 2008년부터 다시 악화되고 있으며 광고 시장이 악화되면서 매출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신문사들에 대한 재벌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3개 신문사 합산 매출액은 2008년에 전년 대비 13.01%, 지난해에는 8.87%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 삼성그룹 신문광고비 총액에서 각 신문사가 차지하는 비중. ⓒ경제개혁연대.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2007년 11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 이후 삼성그룹은 과거와 다른 방식의 광고전략으로 언론에 대한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비판 신문인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광고를 일체 중단하는 한편, 이건희 회장의 행보와 관련한 특정 시기에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3사에 대해 물량공세를 집중함으로써 확실한 '선택과 집중·배제' 전략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신문광고비 총액에서 각 신문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에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각각 5%대였는데 2009년에는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각각 0.03%와 0.02%로 급락했다. 반면 조중동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6.04%에서 2009년 33.85%로 늘어났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의 이런 전략은 삼성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경향과 한겨레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삼성그룹의 신문사별 광고비 변동 추이 (단위: 백만원) ⓒ경제개혁연대.  
 
   
  ▲ 4대 매체 광고비 총액에서 4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 (단위: 억 원, %) ⓒ경제개혁연대.  
 
삼성그룹 뿐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구속된 2006년 4월부터 6월까지 14개 주요 신문사 광고금액을 비정상적으로 늘렸다가 정 회장이 보석으로 석방된 뒤 광고 물량을 줄였다. 2007년 들어 항소심 재판이 진행된 3월부터 9월까지는 다시 광고물량을 늘렸다가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명령에 대한 논란이 이어진 10월부터 더 늘렸다. 이런 광고 공세는 기사 논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그룹도 2005년 10월 검찰의 박용성 회장 소환을 전후해 광고량이 급증했고, 박 회장의 재기 움직임과 사면복권 운동이 본격화됐던 2006년 10월과 11월, 박 회장이 두산중공업 등기이사로 선임된 2007년 3월에도 광고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었다. 한화그룹도 2007년 5월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5월부터 1심 선고가 있었던 7월까지 광고물량이 급증했고, 김 회장이 항소심 선고 이후 9월에 다시 비정상적으로 늘었다.

경제개혁연대 이승희 연구원은 "신문광고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들이 시장 지배력을 토대로 광고를 무기삼아 언론을 통제하고자 한다면 자본력이 부족한 신문사는 스스로 재벌에 굴종하거나 살아남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문제는 이것이 단지 몇몇 신문사의 존폐를 넘어 다양한 여론 형성과 소통, 합의를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지금처럼 광고효과와 상관없이 모든 신문에 광고를 집행하는 원턴 광고 방식은 광고주와 언론의 부적절한 관계를 상징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신문사는 의견 저널리즘을 구사하여 차별화되면서도 안정적인 독자층을 형성함으로써 광고효과를 높이고 광고주는 실제 광고효과를 근거로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서로 상생하는 방안이며 이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되살리는 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광고주와 신문이 광고를 통해 유착하는 방식이 아니라 광고효과를 근거로 건전한 상생관계를 이루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광고매체로서 광고효과를 높이는 것은 각 신문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나 광고주인 기업들도 광고를 집행하면서 광고효과 이외의 반대급부를 노리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신문산업의 공공성이 유지·강화될 수 있도록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자, 궁극적으로 소비자인 독자의 몫"이라면서 "이러한 위험에 대한 재벌과 신문업계 모두의 진지한 성찰과 변화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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