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 이지문 중위'로 세간에 기억되고 있는 이지문(42)씨가 삼성그룹을 상대로 18년만의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부대표로 일하고 있는 이씨는 지난 4월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관련자로 인정받았다. 위원회는 이어 지난 6월 삼성그룹에 이씨의 복직을 권고했지만, 지난 1일 그룹을 대신해 삼성전자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위원회에 통보했다.

이씨에 따르면, 이씨는 1991년 3월 고려대 ROTC(학군사관)로 임관하기 직전인 그해 1월 전국의 ROTC 200여명과 함께 삼성그룹에 특채됐다. 이씨는 삼성에서 3주간 연수를 받은 뒤, 전역 후 복직하겠다는 휴직서를 내고 입대했다.

그러나 이듬해 3월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이씨는 현역 중위 신분으로 내부고발을 하게 된다. 자신이 근무하던 9사단 군부대 내에서 일어난 여당 지지 정신교육, 공개투표 행위, 기무사 선거 개입 등을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에서 양심선언한 것이다.

   
  ▲ 지난 1992년 3월 22일 밤 육군보병9사단 소속 소대장 이지문 중위(우)가 공선협 사무실에서 회견을 갖고 자신의 부대내에서의 부재자 투표 부정사실을 폭로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씨의 양심선언으로 그해 12월 대통령선거부터 군인들이 부대 밖으로 나가 민간인들과 함께 부재자투표를 하게 됐고, 군부대내 부정선거 시비는 잦아들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근무지 무단이탈 혐의 등으로 구속 후 이등병으로 파면 조치됐으며, 이후 찾아간 삼성 쪽으로부터도 "장교 신분이 아니기에 복직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후 3년여의 재판 끝에 1995년 2월 파면 취소 처분을 받아 예비역 중위로 다시 전역할 수 있었지만, 삼성에서는 "1993년 6월 말일자로 돼 있는 복귀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복직 할 수 없다"며 또 거절했다. 그리고 15년 만에 위원회의 복직 권고가 있었지만, 삼성 쪽이 "복직권고 대상자에게 적합한 직무를 고려해 보았으나 회사의 인력운영상황을 고려해 볼 때 적합한 직무가 없다고 판단"해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3일 "삼성 쪽이 '복직권고를 존중해 검토했다'고는 하지만 '적합한 직무가 없다'고 하는 것은 핑계밖에 안 된다"며 "어차피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어서 오래 일할 형편은 아니기에 전향적으로 검토해줬다면 좋았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쪽은 "연구개발 직종이라면 모르겠지만 18년이나 지나서 이씨에게 줄 수 있는 업무가 무엇이 있겠나"라며 "여럿이 함께 근무하는 기업 입장에서 현실적인 어려움도 많다"고 밝혔다.

한편 이씨는 2일 삼성의 복직 수용을 촉구하는 보도자료를 공익제보자와 함께하는 모임 명의로 보도자료 배포사 두 곳에 의뢰했으나, 약관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뉴시스와이어는 자사 이용약관 중 '기타 관련법령이나 회사가 정한 이용조건에 위배되는 경우'를 들어 거절했고, 연합뉴스는 "민주화운동심의위와 삼성 쪽에 확인취재가 필요하다"며 포털사에는 배포를 하지 않고 언론사 쪽에만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에는 이씨의 전력과 복직 논란 과정 등이 담겨 있다.

   
  ▲ 삼성전자가 이지문씨 복직 권고와 관련해 지난 1일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 보낸 공문. ⓒ이지문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교육 강사로도 일하고 있는 이씨는 1995년 당시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서울시의원에 당선된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