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에게 모든 팔로어를 팔로잉하라는 것은 모든 팬레터에 답장을 쓰라는 얘기와 같다. 박중훈씨 정도면 맹렬 트위터 사용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십만 명의 팔로어를 가진 유명인이 겨우 대여섯 명의 팔로잉 대상만 가졌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타인의 글에도 약간은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동아일보가 인용 보도한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의 말이다. 그런데 이찬진 대표는 본인은 이런 취지로 말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어떻게 된 일일까.

누군가가 나를 팔로우하면 나도 그 사람을 팔로우하는 게 예의라는 이른바 트위터 '맞팔' 논쟁은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해묵은 주제다. 김주하 MBC 기자의 경우 팔로워가 11만명이 넘는데 정작 그가 팔로잉하는 사람은 6명 뿐이다. 이 때문에 쌍방향 소통이 아니라 일방향 소통 아니냐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지만 누군가를 팔로잉하고 하지 않고는 전적으로 개인의 취향일 뿐이라는 게 대다수 트위터 사용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동아일보는 26일 "트위터가 쌍방향 소통수단이라고? 사실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해묵은 논쟁을 다시 끌어내 "대중은 유명인과 트위터를 통해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적잖은 유명인의 트위터는 사실 일방향의 정보 전달 도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런 양상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을 낳는다"고 단정지었다. 이 기사는 오프라인판에서는 "유명인사의 일방통행 홍보 확성기"라는 제목으로 나갔다.

 

   
  ▲ 동아일보 8월26일 20면.  
 

그러나 이 대표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물론 유명인도 팔로우하는 사람 수가 많으면 좋겠지만 자기 일에 아주 바쁜 분들을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을 더 고려하셨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런 경험을 자꾸 하게 되면 인터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점점 줄어들 것 같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김주하 기자의 경우도 팔로잉은 적지만 많은 분들의 글에 댓글을 아주 많이 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인천공항 매각설 등의 트위터 루머를 소개하면서 "대중은 유명인과 트위터를 통해 직접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적잖은 유명인의 트위터는 사실 일방향의 정보 전달 도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런 양상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으로 인한 부작용을 낳는다"고 덧붙였다.

블로터닷넷은 26일 동아일보의 맞팔 논쟁을 소개하면서 "트위터를 즐기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이용자 자유"라고 전제하고 "내가 올린 글에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고 진솔한 태도를 보이는 건 트위터 뿐 아니라 모든 대화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욱 기자는 "사실은 '검증된 확성기'를 자처한 미디어들이 온라인 소통 도구의 확산으로 인해 이 같은 지위가 무너지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동아일보의 논조는 지난달 3일 소설가 이문열씨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인터넷의 '쌍방성'에 대해 집단적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씨는 "(인터넷의) 쌍방성을 누리는 사람은 이데올로기를 가진 소수, 메커니즘을 잘 이용하는 소수"라면서 "인터넷에서 발신자가 되는 사람은 전체 이용자의 5% 정도며 이 5%와 나머지 95% 사이에는 10대 1이 아니라 100대 1, 1000대 1의 불균형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수만 대 1에 이르는 이 비율은 '쌍방향 직접 소통'을 내세운 트위터가 실제로는 일방향의 정보 전달 도구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정확히 이문열씨의 표현 그대로다. 동아일보의 이번 기사는 보수진영이 트위터를 비롯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확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보수 언론의 트위터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6월 14일 "트위터 너마저… 음란물 전파 통로로 전락"이라는 기사에서 "트위터가 온갖 음담패설과 매춘 정보를 주고받는 음란물 전파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앞서 6월 4일 중앙일보는 "경찰이 지난달 말 서울 지역에 대거 뿌려진 엽서 형태의 '천안함 조사 비방' 유인물이 트위터에서 최초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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