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다양성위원회(위원장 오택섭)의 ‘신문 구독률의 시청점유율 환산’에 대해 지난 1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공청회장에 모인 이들은 위원회의 노력은 높이 평가하면서도 환산안에 대해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신문 구독률이 과연 공신력 있게 조사될 것인가의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5일 일간신문 부수 인증 기관으로 한국ABC협회를 지정, 공고해 신문 구독률도 ABC협회 조사결과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김대호 인하대 교수(언론정보학)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국내 신문산업시장의 역사에 비춰볼 때 구독률이 얼마나 정확하게 조사될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인식의 연장선인 셈이다.

다음은 이번 환산공식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교환율’을 구하는 데 있어 자기보고식 설문조사가 과연 과학적인가라는 의문이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는 신문과 텔레비전방송의 이용 및 영향력을 묻기 위해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전국 16개 시도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를 진행해 결과를 얻었다.

이에 대해 박지훈 고려대 교수(미디어학)는 “본인 스스로 얼마나 신문을 읽었는지를 물었는데 수용자 생각을 바탕으로 매체 의존도를 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청률 조사처럼 과학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해진 MBC 시청자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TV를 보는 1시간과 신문을 읽는 1시간을 같은 것으로 평가했다”며 설문방식의 단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매체교환율에서 이용자 측면의 매체 영향력 비율과 함께 50%를 나눠 가진 광고주 측면의 비율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일례로 그동안의 지상파 광고매출은 한국방송광고공사를 통해 억제된 측면이 있는데 현재의 수치를 놓고 비교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것이다.

정용국 동국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그동안 사회적 합의처럼 방송광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해왔는데 갑자기 광고매출이 매체 영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용자 영향력과 광고주 영향력을 산술평균하는 것도 맞는 방법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미디어다양성위원회가 방송을 1로 놓고 신문이 0.49라는 매체교환율은 ‘(이용자 측면의 매체 영향력 비율 + 광고주 측면의 매체 영향력 비율) ÷ 2’라는 공식에 따라 나왔다고 밝힌 것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러 종이와 TV수상기가 아닌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다른 기기로의 신문 구독과 TV 시청은 매체영향력에 합산되지 않는 점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도 제기됐다. 성기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유료방송 현장에서 보면 TV는 여러 단말기 중 하나일 뿐”이라며 “신문도 스마트폰으로 읽고 있는 시대이기에 현재의 아날로그 시청률 조사 등은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포털 등에서 보는 신문기사, DMB 등으로 보는 TV프로그램은 이번 매체 영향력 조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미디어다양성위원회 쪽도 인정했다. 최선규 미디어다양성위원(명지대 교수)은 “현재 방송법의 시청점유율 규제정책과 교환율 산정방안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한계는 변화하는 매체 환경을 잘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기존 종이신문 구독률과 TV 수상기를 통한 TV 시청이라는 아날로그적 행위를 기반으로 한 규제”라고 말했다.

이 외에 독일이나 미국의 전례와 달리 신문과 방송의 매체영향력만 조사하는 게 타당한가,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특수한 상황이 있을 때 이를 중계하는 방송의 시청점유율은 어떻게 할 것인가, 19개 지역계열사가 있는 MBC의 경우 방송법 상 특수관계자 합산 조항에 따라 점유율 제한의 최대 피해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등의 지적과 의문이 제기됐다. 궁극적으로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시민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매체를 사후 규제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이냐는 지적도 나왔다.

정재욱 변호사는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방송사를 문 닫으라고 하는 것은 물론 상장 주식이 아니어서 주식을 팔라고 하는 것도 어렵다”며 “(방송시장 진입 사전에) 구조를 규제해야지 (사후에) 폐해를 규제하자는 것은 사실상 규제 포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법 자체가 잘못돼 있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향후 법 개정 때 시청점유율 환산 매체는 어디까지인지 시장을 획정하는 등 여러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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