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자활을 돕기 위한 월간지 ‘빅이슈코리아’가 잔잔한 반향을 얻고 있다. 지난달 5일 발간을 시작해 창간호(사진)만 4200부가 팔렸다. 타사에 견줘 대단치 않은 수치일 수 있지만, 판매원 14명이 올린 실적이란 것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1991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빅이슈’는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는 매체로 해외에선 일찌감치 주목받은 모델이다. 이 잡지는 가판대에서만 매매되며 판매는 노숙인이 전담한다. 수익은 잡지사와 판매인이 절반씩 나눠 갖는다.

‘빅이슈코리아’의 경우 1부 당 3000원이며, 이 가운데 1600원이 판매인 수중에 떨어진다. 창간 뒤 한달 동안 판매원 14명이 그렇게 500만 원 넘게 벌었다. ‘빅이슈코리아’는 이들을 ‘빅판(빅이슈 판매사원)’이란 약칭으로 부른다.

처음 ‘임시빅판’으로 일하다 15일 동안 꾸준히 매상을 올릴 경우 정식 ID카드를 발급받고 판매지역을 배정 받는다. ‘정식빅판’이 되면 고시원을 지급받고, 저축액이 300만 원을 넘으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나아가 개인이 희망하면 취업과 창업도 지원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영국에서만 노숙인 5500여명이 자립했다는 게 ‘빅이슈코리아’의 설명이다.

   
     
 
‘빅이슈’는 현재 남아공, 호주, 미국 등 전세계 9개국 13개 도시로 퍼졌을 만큼 성공을 거뒀다. 한국의 경우 2년 전 이 모델에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온라인 카페에서 의견을 교환하다 홈리스 자립지원단체 ‘거리의 천사들’과 손을 잡고 지난달 창간했다. 아시아에선 일본 대만에 이어 세 번째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신촌·홍대입구·을지로입구·서울대입구·역삼·선릉·강남역 등지와 3호선 고속터미널역, 5호선 공덕·여의도역 등에서 살 수 있다.

외국에선 조니 뎁, 폴 매카트니 등 유명인사들이 보수를 받지 않고 표지모델로 나서거나 아멜리아 노통브, 조앤 K. 롤링 같은 작가들이 무료로 글을 기고하기도 한다. 한국에선 광고기획자 이제석씨가 50호까지 표지디자인을 담당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이른바 ‘재능 기부’다. 기사 역시 정신과의사, 블로거, 에세이스트 등으로부터 ‘기부’ 받고 있다. 그만큼 제작비가 적게 든다. 다만 언론매체로서 광고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어떻게 뛰어넘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심샛별 문화사업국장은 “2만 부 정도 팔리면 광고 없이 운영할 수 있지만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사회 문화 트렌드를 반영하는 ‘스트리트 페이퍼(street paper)’인 만큼 재미에 방점을 찍되 사회적 의미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인들이 서로 요령을 가르쳐 주며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사회를 바꾸는 방식도 누군가를 힘들게 돕는 것보다 이처럼 즐겁게 참여하고 나누는 형태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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