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해 시민들의 분노가 치솟고 있다.

13일 밤과 14일 아침 신문 등을 통해 조 후보자의 발언이 보도된 이후 조국 서울대 교수(법학)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차명계좌 발언은 현 권력핵심층 등 뒤에서 칼질하고 죽은 시체 위에 또 칼질하고 건달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아치 행태"라고 적나라한 비판을 가했다.

트위터 상에도 "조 후보자가 지옥가면 지옥까지라도 쫓아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격분하는 반응과 조현오 파면 서명운동까지 격렬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 홈페이지 '국민마당'의 자유게시판에도 14일 조 후보자 비난 글이 쇄도 하고 있다. 누리꾼 이아무개는 "신임청장 후보가 어디 아프신 양반인가, 아님 조금 모잘라는 분인가"라며 "어디 할말이 없어서 조직 강연에서 죽은 사람 악담을 아무 근거도 없이 거의 상상력 수준으로 하느냐. 앞으로 경찰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개탄했다.

   
  ▲ 13일 밤 방송된 KBS <뉴스9>. 조현오 당시 서울청장이 강연하고 있는 동영상.  
 
안아무개도 "경찰에게 언제부터 자기가 한 말에 대해 면책특권이 생겼느냐"며 "자식 교육을 그렇게 시키느냐"고 되물었다. 오아무개도 "괜히 돌아 가신 분 욕이나 쳐 해대는 당신은 뭔가"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적어도 당신 보다는 깨끗하게 일을 하셨다. 조용히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조 후보자의 발언을 패륜적 행태로 규정하고 경찰청장 후보자 지명철회를 요구했다.

전현희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조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비극적으로 서거하신 전직 대통령을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로 욕보이는 패륜적 망언"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두 번 죽이는 용서 못할 정치적 패륜"이라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발언으로, 절대로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여과되지 않은 말을 무책임하게 내뱉는 정권,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오만하게 행동하는 MB 정권의 모습을 그대로 상징한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 14일 오후 현재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망언에 대한 트위터상의 격한 반응들.  
 
전 대변인은 "이런 분을 경찰의 수장으로 삼겠다는 대통령의 안목이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앉을 자격조차 없다. 조 후보자는 즉각 국민들 앞에 사죄하고 스스로 사퇴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는 조현오 내정자의 지명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조 후보자는 서울경찰청장 시절인 지난 3월 강연에서 노 전 대통령 자살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무엇 때문에 사망했습니까? 뭣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이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차명계좌가... 10만원짜리 수표가,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이 됐는데"라고 말했다.

조 서울청장은 또 당시 특검이 도입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특검 이야기가 나왔지 않습니까? 특검 이야기가 나와서 특검 하려고 하니까 권양숙 여사가 민주당에 얘기해서 특검을 못하게 한 겁니다. 그거 해봐야 그게 다 드러나게 되니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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