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궁금하다. 타블로에게 (미디어오늘에서) 물어봐 주었으면 좋겠다. 정말 언제 캐나다 국적을 취득했는지….”

11일 법무부 한 관계자의 말이다.

‘타블로’는 법무부에서도 중요한 관심 현안이었다. 무엇 때문에 법무부에서도 ‘타블로’에게 이런 관심을 갖고 있을까?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려진 것처럼 인터넷에서는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본명 이선웅)와 누리꾼의 ‘진실공방’이 뜨겁다. 타블로의 ‘학력’과 ‘국적’이 주요 쟁점이다. 미국 스탠포드 학석사 과정을 3년 반 만에 마친 것으로 알려진 타블로에 대해 누리꾼들은 ‘미심쩍다’며 온갖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타블로의 형인 ‘데이브(한국명 이선민)’의 학력도 문제 삼아 결국 그는 진행 중인 EBS 방송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여기에 타블로가 캐나다 국적을 취득하고도 상당 기간 한국 국적을 같이 유지했다는 ‘이중국적’ 논란이 겹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의 확대 재생산’ 과정을 밟고 있다.

   
  ▲ 가수 타블로  
 
온갖 의혹 제기에 시달리던 타블로가 마침내 법적 대응에 나섰다. 타블로는 지난 2일 법무법인 강호를 통해 누리꾼에게 1주일 말미를 주고 그 동안의 비방글을 모두 지울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누리꾼들이 알아서 비방글을 지운다면 선처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타블로는 지난 8일 법무법인 강호를 통해 일부 누리꾼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8일 일부 누리꾼 고소 …진실 밝혀질까
법무부 관계자 "우리도 언제 캐나다 국적 취득했는지 궁금"

그렇다면 타블로를 둘러싼 진실 공방은 이제 정리될 것인가? 대다수 언론은 타블로가 그동안 제시한 스탠포드 ‘성적증명서’와 ‘캐나다 시민권증’ 등을 들어 “타블로가 확실한 증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타블로도 법무법인 강호를 통해 “학력위조가 아니라는 증거는 이미 여러 차례 제시했다”며 “계속되는 허위주장으로 가족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며, 누리꾼들에 대한 법적 조치가 불가피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타블로의 학력과 국적을 둘러싼 공방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타블로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들의 모임인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이하 ‘타진요’)의 회원들도 타블로 측의 법적 대응에 응전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타블로 측에서 문제삼을 수 있는 ‘인신공격성’ 글을 자진 삭제하는 대신 그동안 제기됐던 ‘핵심 의혹’을 추려 문제의 쟁점이 무엇인가를 부각시키는 등 카페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카페를 열자마자 4만여 명을 넘겼던 ‘타진요’ 회원은 9일 현재 10만을 훌쩍 넘어섰다.

   
     
 
타블로는 학력과 국적 논란이 증폭되자 ‘성적증명서’와 ‘캐나다 시민권증’을 공개했다. 네티즌들의 의혹 제기에 나름 성의있게 응답한 것이다. 그런데도 네티즌들은 왜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 것일까? 논란의 핵심은 당초 ‘학력’ 문제였지만, ‘이중국적’ 문제가 제기되면서 타블로 측이 ‘이중의 딜레마’에 빠진 측면이 강하다.

누리꾼 왜 성적증명서 믿지 않나…'다니엘 선웅 리=타블로 아니다?'
92년 취득한 캐나다 시민권증 공개…법무부에 신고한 캐나다 국적 취득 시기는 98년

타블로가 스탠포드 대학의 ‘성적증명서’까지 공개했는데도 ‘타진요’ 회원들이 학력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는 것은 타블로가 제시한 성적증명서 등에 나온 이름은 '다니엘 선웅 리'인데 타블로는 2002년 캐나다 국적을 취득했으니 그 당시엔 한국 국적의 '이선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타블로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강호 측에서는 타블로의 ‘캐나다 시민권증’을 제시했다. 스탠포드 대학 성적증명서에 나오는 ‘다니엘 선웅 리’가 타블로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이 캐나다 시민권증이 1992년 때의 것이라는 점이다. 이 시민권증에 따르자면 타블로는 1992년, 즉 12살 이전에 이미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게 된다. 하지만, 2003년 10월 발행된 관보에 따르면 타블로가 ‘한국’ 국적을 상실한 것은 ‘2002년 12월 27일’이다. 법무부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주고 있다. 누리꾼들은 따라서 그렇다면 타블로가 1992년부터 2002년까지 캐나다와 한국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묻고 있다. 위법적인 이중국적자 아니었느냐는 의문인 셈이다.

한국은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 등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나라 현지에서 출생하거나, 이민자 자녀로서 현지에서 출생한 경우 등 아주 제한적으로 18세 까지 잠정적인 이중국적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을 뿐이다. 타블로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외국으로 이민 간 경우는 이런 이중국적 허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타블로가 만약 이중국적을 일시적으로라도 갖고 있었다면 이는 위법적으로 국적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지적을 살 수 있다.

문제는 타블로 측이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타블로가 당초 캐나다 국적 취득 시기를 ‘1998년 7월’이라고 법무부에 신고했던 것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타블로는 당초 캐나다 국적 취득 시기를 이같이 신고했지만, 국적 취득 확인서 등이 없어 결국 ‘캐나다 여권 발급일’을 기준으로 2002년 캐나다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들이 타블로가 정말 언제 캐나다 국적을 취득했는지 궁금해 하는 까닭이다.

타블로의 법적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강호와 소속사 울림엔터테인먼트는 이중국적 문제에 대한 미디어오늘의 확인 취재에 답변을 거부했다.

뜨거운 감자 '이중국적'  상류층 이기적인 행태로 반감

타블로의 학력 공방이 국적 논란으로 이어진 데는 ‘이중국적’ 문제에 대한 누리꾼들의 정서적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중국적문제는 오랜 기간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공직자 청문회 때 단골로 등장하는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는 한국의 지도층이 그만큼 이중국적을 많이 취득해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은 이중국적 문제를 한국 사회 상류층의 대표적인 ‘이기적 행태’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사회에서 누릴 만큼 누리고 가질 만큼 가진 이들이 병역 의무 등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대중적 반응은 이른바 ‘홍준표 국적법’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서도 확인되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005년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 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이탈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외국인이 된 때에는 재외동포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아니한다’를 골자의 국적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법안 주요 내용들에 대한 논란이 커 결국 입법화는 되지 못했지만, 단지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이중국적을 취득하는 자를 엄격히 다루겠다’ 는 취지를 설명한 것 만으로 대단한 인기몰이를 했다.

정운찬 전 총리도 총리 인준 청문회에서 아들의 이중국적 문제로 야당의 공격에 시달렸다. 지난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가수 유승준은 ‘병역기피를 위한 국적포기’로 간주되어 입국금지자 명단에 올라 아직도 한국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당초 학력 문제로 시작된 타블로 사태가 이중국적 논란으로 비화되면서 더 큰 논란을 부르고 있는 배경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 국회는 지난 4월 만 22살 이전에 국내서 외국국적을 행사하지 않는다는서약을 할 경우 이중국적을 유지 할 수 있게 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복수국적자들을 폭넓게 구제해주고 자발적 포기자들만 바보로 만든다는 논쟁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통과되어 '대한민국 1%를 위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타블로 대 악플러 구도 만드는 언론 … 소모적 논란 부추겨

이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은 어떨까? 대다수 언론은 의혹을 제기하는 누리꾼을 악플러로 간주해 이번 고소 사건을 ‘타블로 대 악플러’ 구도로 몰고 있다. 또 대다수 중앙 언론들이 타블로가 인기연예인임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달리 ‘침묵’하고 있는 데 대해 누리꾼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한 언론사 사회부 기자는 “연예부 담당 사안 아닌가? 데스크에서 별도 지시도 없어서 관심조차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들의 이런 일방적 혹은 방관적 태도가 결과적으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정리해주고, 사실 관계 등을 확인 취재해 보도한다면 굳이 누리꾼들이 스스로 진상 규명을 하겠다며 나서는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인 셈이다. 이중국적 논란에 대한 타블로 측의 성의 있는 해명과 함께 언론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는 대목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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