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 당시를 목격했던 해병대 초병이 진술한 사고 지점이 군 당국이 발표한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사고 경위 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 해병은 또 천안함 사고 직후 천안함과 구조 함선 등에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등 사고 초기 상황를 상세하게 진술했지만, 군 당국 발표에는 이 같은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또 다른 은폐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최근 입수한 백령도 모 대대 소속 A초병(상병)의 진술서에 따르면 이 초병은 사고 당일 밤 “9시 30분경 해군함 3척이 연화리 해안 쪽(방위각 170도 2㎞ 지점)에서 그 인근(방위각 180도 2㎞ 지점)으로 와 좌초된 천안함(PCC·초계함)을 구조했다”고 진술했다.

이 초병은 사고 직후인 3월 28일 작성한 진술서에서 “21시30분 경 (초병이 근무하던) □□□ 초소 기준 방위각 170도 2㎞ 지점에서 해군 함정 3척이 와서 구조했다"며 "해안 탐조등으로 □□□ 초소 근처 해안을 비추면서 해군들이 이쪽으로 올 수 있게 비췄고, 생존자가 있지 않을까 탐조등을 계속 비췄다. 그 후로 □□□ 초소 기준 방위각 180도 2㎞ 지점으로 해군함이 계속 와서 좌초된 PCC(초계함)를 구조했"다고 천안함 사고 당시 목격 상황을 진술했다.

   
  ▲ 백령도 연화리 앞바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 해병 초병의 진술에 따르면 천안함 사고 지점은 군 당국이 발표한 사고 지점 보다 남동쪽으로 대략 2km 정도 떨어진 곳으로 추정돼 차이가 난다. 이 초병이 근무한 초소를 기준으로 할 때 천안함의 사고 발생지역은 군이 발표한 폭발 원점(백령도 연화리 남서방향 2.5㎞ 떨어진 해역)과 크게 다르다. 이 해병 초소를 기준으로 초병이 목격한 사고 지점은 거의 정남(방위각 170~180도, 2km 지점)쪽인 반면 군 당국이 발표한 사고 지점은 남서(방위각 220~240도, 2,5km)지점으로 큰 차이가 있다.

   
  ▲ 백령도 해병대 초병이 지난 3월28일 진술한 것을 토대로 국방부 합조단의 발표와 사고지점을 재구성한 것.  
 
특히 초병이 진술한 사고 지점은 암초인 ‘수심여’와 ‘노출여’ 등이 있는 곳과 가까워 천안함 사고 원인이 좌초에 의한 것일 개연성을 높여 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문순 의원은 지난달 2차 백령도 현장조사 때 이 초병을 직접 만나 목격한 위치를 재확인한 결과 “‘확실하다’는 응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 초병은 자신의 진술 내용을 번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1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초병은 해군과 거리를 두고 있는 해병대 소속인 만큼 사건에 대한 객관적 진술이 가능할 뿐 아니라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백령도 해역 초소에서 근무한 유일한 목격자"라며 "내용과 시간이 군 발표와 많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또한 이 초병이 “해군함이 와서 ‘좌초’된 PCC를 구조했다”는 진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 의원은 면담 때 이 초병을 만나 “‘왜 좌초됐다고 진술했느냐’고 묻자 이 초병은 ‘상황실로부터 (그렇게)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이 이 초병과 면담 때 동행했던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관은 초병의 이 같은 진술과 발언에 대해 “(사고) 초창기의 혼란 때문에 그렇게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최 의원은 전했다.

최 의원은 “초병의 진술 내용을 볼 때 사고 지점이 군 당국이 발표한 것과 다를 수 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천안함의 항적 기록이 먼저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 초병이 지목한 지역 부근의 해역에서 암초의 존재 여부와 천안함의 좌초 가능성 등을 알아보기 위해 세차례의 수중 탐사 작업을 벌였다. 최 의원은 지난 4일부터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등과 실시한 3차 해저 탐사에서 군 당국이 발표한 천안함 사고 지점 반경 200m 안팎 지점에서 2천톤급 규모의 침몰선박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를 수중 촬영하기도 했다.

최 의원 등 민간조사단이 3차례 수중 탐사를 벌인 곳은 바다 밖으로 돌출된 '노출여'와 수중에 있는 '수심여' 등이 곳곳에 있는 해역으로 해병 초병이 목격한 사고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역들이다.

다음은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최근 입수한 백령도 초병의 진술서 전문이다.

09-◇◇◇◇◇◇◇◇ 상병 OOO

모대대 모중대 X포 부사수 상병 OOO은 2010년 3월 26일 후임 근무자 상병 △△△과 □□□ 초소 야간 근무 시간에 근무를 수행하던 중 21시23분에 낙뢰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들어 '쿵' 소리와 함께 하얀 불빛이 □□□ 초소 기준 방위각 280도 4㎞ 지점에서 보였습니다. 불빛은 섬광처럼 보였는데 좌우 둘 중에 좌쪽이 더 밝아 보였습니다. 우쪽은 두무진 돌출부에 의하여 불빛이 가려진 상태였습니다. 야시(야간감시) 장비(PVS-7)을 이용해 불빛이 일어난 쪽을 관측했는데 불빛은 2∼3초 후에 바로 꺼졌고 그 날 해무가 심해 시정이 500미터여서 PVS-7으로 관측이 불가능하였습니다. 그 후 21시30분 경 □□□ 초소 기준 방위각 170도 2㎞ 지점에서 해군 함정 3척이 와서 구조하였습니다. 해안 탐조등으로 □□□ 초소 근처 해안을 비추면서 해군들이 이쪽으로 올 수 있게 비추었고 생존자가 있지 않을까 탐조등을 계속 비추었습니다. 그 후로 □□□ 초소 기준 방위각 180도 2㎞ 지점으로 해군함이 계속 와서 좌초된 PCC를 구조했고 22:50분에 □□□ 초소 기준 방위각 270도 6KM 지점 아군 함정 경고 사격 약 20발정도 발사했고 그 후에 구조헬기가 □□□ 초소 기준 방위각 60도 방위각 10도 등 수많은 헬기가 구조하기 위해 초소와 연화리 위쪽을 날라 다녔습니다. 헬기 구조 작업은 2010년 3월27일 02시10분경까지 계속되었으며 02시40분경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이상입니다. 필승!

2010년 3월28일 상병 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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