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고 현장 인근에서 정체불명의 대형 선박이 침몰돼 있다는 사실은 5일 미디어오늘의 단독 보도로 알려졌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등이 직접 현장 조사를 실시하면서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새로운 사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천안함 사고 현장에서 북서방향으로 250미터 지점에서 발견된 이 대형 선박은 해양안전심판원이나 인천항만청, 옹진군청 등 어느 곳에서도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았다. 미디어오늘 취재 기자들이 백령도 주민들을 탐문한 결과 현지 주민들도 대부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현장에서 수거된 일부 구조물을 근거로 "수십년 전에 침몰된 상선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언론이 이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이 침몰 선박은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지금까지 어떻게 이뤄졌으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왔는지를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정부와 합조단이 국민들에게 숨기고 있는 게 또 없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방부는 침몰 선박에서 인양한 구조물 사진 두 장을 공개했는데 이 사진에는 "2010/05/11"이라고 날짜가 찍혀있다. 합조단은 비교적 조사 초기에 이 선박의 존재 사실을 확인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무렵은 좌초나 어뢰 공격이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가 진행 중인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합조단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만약 최 의원 등 민간 조사단의 현장 조사가 없었다면 이 침몰 선박은 영원히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국방부는 5일 브리핑에서 "천안함 사고와 침몰 선박은 관계가 없고 원인 규명에도 도움이 안 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이달 중 공개될 천안함 종합 보고서에는 침선에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침몰 선박이 천안함과 관계가 없으며 원인 규명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전적으로 국방부와 합조단의 의견이다. 설령 그렇게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정황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가뜩이나 합조단 조사 결과를 놓고 온갖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합조단이 임의로 정황 근거를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합조단은 천안함의 오그라든 프로펠러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합조단 관계자는 비용 문제로  모의 시뮬레이션만 했다고 밝혔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밝혀줄 결정적 근거가 될 지진파 역시 마찬가지다. 합조단 관계자는 조사위원 가운데 지진파 전문가가 없었다고 시인했다. 어뢰 추진체의 부식 상태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합조단은 "이미 결정적 증거가 확보된 상황이라 추가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는 대부분 뒤집혔거나 이미 증거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정부가 국민들의 합리적 의문을 해소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끝낼 생각이 있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점에서부터 여러 정황 근거를 면밀하게 다시 검토해야 한다.

합조단이 임의로 정황 근거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고 부실 조사 논란도 확대되고 있다. 납득할만한 결론을 얻지 못한채 합조단은 해체된 상태다. 이제 합조단 역시 조사 주체가 아니라 조사 대상이 돼야 한다. 천안함 사건은 이제 국제 문제로 확대됐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것은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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