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 육해공 해상 대잠수함 훈련이 벌어지기 시작한 5일 천안함 함수가 발견된 백령도 인근 앞바다에서 돌연 4300톤급 대형 상륙함이 나타나 천안함 순직장병 추모행사를 벌이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 행사는 특히 중앙일보와 해양문화재단의 요청에 해군이 상륙함을 내어준데 따른 것으로, 군사훈련이 벌어지기 시작한 시기에 훈련지역에서 행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눈총을 사고 있다.

5일 아침 7시부터 백령도 장촌포구 '용트림 바위'로부터 400m 거리의 인근 앞바다에서 해군 '681 고준봉호'가 등장했다. 닻이 내려진 듯 정지해있었다.

이 장소는 한주호 준위 사망 직후 UDT 동지회가 추모제를 지낸 용트림 바위로부터 지척의 거리로 육해공 훈련시에 왜 이런 위치에서 상륙함이 등장했는지 의문을 자아냈다.

   
  ▲ 5일 아침 백령도 장촌 용트림바위 앞 400m지점서 등장한 4600톤 규모의 상륙함 '고준봉호'. 이치열 기자  
 
오전 9시22분께부터 이들은 돌연 '천안함 순직장병 해상 추모제-46인 그대들에게 보내는 편지'라 쓰인 대형 현수막을 갑판 쪽에 펼쳐들었다. 비교적 넓은 갑판에는 동일한 흰티와 반바지를 입은 일반인 200여 명이 참여했었다.

확인결과 이 같은 행사는 중앙일보 등의 요청으로 이들이 해양영토 순례 행사를 벌이는데 해군과 해경이 전투함 또는 경비정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군은 육해공 합동훈련이 벌어지는 서해상에서 그것도 훈련 시작 시기에, 천안함 함수발견 지점 부근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전투에 사용되는 전함을 내어준 것이다.

김영규 해군본부 공보과 소령은 "대학생들이 '대한민국 해양영토대장정'이라는 행사를 하는데, 후원사인 중앙일보와 해양문화재단이 (군함 지원에 대한) 요청이 들어와 지원 승인을 한 것"이라며 "해군 해경 함정이 백령도 제주도 마라도 등을 가는 행사에 쓰인다"고 밝혔다.

   
  ▲ 5일 아침 백령도 장촌 용트림바위 앞 400m지점서 등장한 4600톤 규모의 상륙함 '고준봉호'. 이치열 기자  
 
   
  ▲ 5일 아침 백령도 장촌 용트림바위 앞 400m지점서 등장한 4600톤 규모의 상륙함 '고준봉호'. 민간인 참여자들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천안함 해상 추모제를 벌였다. 이치열 기자  
 
해병대 출신 인사들에 따르면, 고준봉호는 주로 해명대와 UDT 등이 주로 탑승하는 상륙함으로 훈련시 공해상으로 나갔다가 육지 부근에서 함수 또는 함미 쪽이 열리면서 수중장갑차(KAAV) 등이 상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함수 침몰지점과 가까운 곳에서 이런 행사를 왜 했는지 의문"이라며 "그것도 군이 이런 행사에 전함까지 동원해 훈련구역까지 와서 이러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두무진의 한 어부는 "천암함 이후로 관광객이 크게 줄었는데, 이번 훈련 같은 것도 안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일이 없는 게 우리한테는 가장 좋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편, 군은 서해상 해상훈련을 진행하면서도 백령도와 대청도·소청도로 들어오는 관광객에 대한 아무런 통제도 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