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고발·폭로 전문 소셜 미디어인 위키리크스는 지난 25일 아프가니스탄 전쟁 기밀문서 9만여건을 공개했다. 끔찍하고 추악한 전쟁의 실상이 폭로되면서 미국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군대에 협력해온 현지 정보원과 이중 스파이 수백 명이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했다며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개인 신상 정보를 최대한 삭제했다고 밝혔지만 타임스에 따르면 "미군에 첩보를 제공한 아프간 정보원 수십명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부 장관은 "기밀 문서를 공개한 것은 미군과 동맹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철저하게 공격적인 수사로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정보 유출자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받고 있는 사람은 지난 4월 아파치 헬기 동영상을 유출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군인 브래들리 매닝이다. 매닝은 이라크에서 정보 분석 업무를 맡아왔는데 아파치 헬기 동영상 유출 직후 구금됐다. 매닝은 이밖에도 23만여건의 기밀 문서를 위키리크스에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는 29일 "매닝이 쿠웨이트 아리프잔 기지를 떠나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기지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이번에 유출된 기밀문서가 매닝이 빼돌린 문서 가운데 일부인 것으로 확인될 경우 최대 52년형을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2세인 그가 74세가 돼야 바깥 세상에 나올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미국 정부는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안 어샌지 역시 수배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유럽 일대를 떠돌고 있는 어샌지는 최근 기자들을 만나 "제보자가 누구인지는 우리도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파문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당초 아프간에 3만명의 병력을 증파해서 전쟁을 끝내고 내년 6월부터 철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미국 의회의 예산 승인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전략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바마는 일단 "공개된 문건에는 새로운 사실이 거의 없다"면서 "아프간 전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어샌지와 매닝 등을 구속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매닝 뿐만 아니라 다른 정보 유출자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터넷 프로토콜 등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정보 유출의 책임을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여론의 반발도 무시하기 어렵다. 어샌지는 오히려 이라크 전쟁 기밀 문서를 추가 폭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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