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연구원의 칼럼을 2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1. 분업과 자본주의의 발전

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국부론’에는 바늘 생산에 대한 유명한 예가 등장한다. 한 명의 노동자가 혼자서 바늘을 생산할 경우, 하루에 한 개의 바늘을 생산할 수 있다. 반면 바늘 생산 과정을 18개로 구별하고, 이 구별된 제작과정에 10명의 노동자가 참여할 경우, 하루 바늘 생산량은 4800개로 증가하게 된다. 1명 대 1개 바늘에서 10명 대 4800개 바늘이라는 도식에서 분업을 통한 노동 생산성 증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때문에 노동분업은 근대 자본주의 탄생의 핵심 배경으로 설명된다.

 

   
  ▲ 찰리 채플린의 고전 영화, 모던 타임즈의 한 장면.  
 
2. 포드 모델 T와 대량생산

한편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20세기 자본주의 빛깔을 탄생시킨 사람은 미국인  핸리 포드(Henry Ford)다. 그는 세계 1차대전을 전후해서, 이른바 ‘포드 모델 T’라는 자동차를 선보인다. 1885년 독일인 벤츠에 의해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1900년까지 75개에 이르는 자동차 제작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자동차 수는 총 4192대에 불과하다(출처보기). 그런데 ‘포드 모델 T’는 1908년부터 1927년 사이에 무려 약 1500만 대가 생산되었다. 4192대와 1500만 대! 아담 스미스의 노동분업만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수치 비교다. 이러한 생산력의 놀라운 증대를 가능케 한 것은, 노동분업을 극대화시키고 자동화시킨 핸리 포드의  조립라인(Assembly Line) 생산방식이다.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매우 단순화된 일을 반복적으로 진행한다. 바늘 생산장의 노동자가 이른바 장인 또는 수공업자였다면, 핸리 포드의 조립라인에서 노동자는 단순 작업공이다. 이렇게 조립라인을 통해 현대식 노동자와 공장이 탄생한다. 또한 조립라인 생산방식은, 단일 품목의 대량생산을 가능케하고 이를 통한 단일 품목의 평균비용(Average Cost)을 크게 절감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20세기 대량생산(mass production)이 본격화되었고,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이고 소비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위해 공장의 조립라인에서 일하는 다수 노동자는, 안토니오 그람시의 지적과 찰리 채플린의 묘사처럼, 하나의 공장부품이 되어 ‘노동소외’에 지쳐 쓰려져 갔다. 이렇게 포드주의는 대량생산 또는 대량소비 그리고 노동소외라는 짙은 명암을 20세기에 길게 드리웠다.

3. 디맨드 미디어(Demand Media)

지난 2006년 디맨드 미디어(Demand Media)를 창립한 샨 콜로(Shawn Colo)와 리차드 로젠블래트(Richard Rosenblatt)는, 웹 콘텐츠(web contents)의 새로운 생산방식 및 유통방식을 현실화시켰다는 점에서 21세기 핸리 포드라 칭할 수 있다.  이 두 명은, (1) 웹 사용자들이 현재 궁금해하고 관심있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동으로 추출해 내고, (2) 이에 대한 답볍이 제공될 경우 ‘궁금증과 답변이라는 문맥’에 맞는 광고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였다. 예를 들면, 한 소비자가 자신의 자동차 전조등을 직접 교체하고 싶다. 그런데 경험도 없고 자신도 없다. 하여 eHow.com 등 다양한 플랫폼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를 감지한 디맨드 미디어 검색 로봇은, 자동차 광고 또는 자동차 수리 등 연관 구글 광고를 찾아내고 약 200 달러의 수익성을 분석한다. 이러한 판단 직후 디맨드 미디어는 약 1만5천 명에 이르는 프리랜서 네트워크에 ‘구매 주문’을 올린다. 답변을 동영상 형태로 제작할 경우 20달러, 블로그 포스팅으로 작성할 경우 15달러라는 ‘사자 주문’을 내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디맨드 미디어는 2008년 한 해 동안 135,000 개의 동영상을 구매하였고 340,000개의 블로그 포스팅을 사들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2008년 약 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한 2008년 유튜브(Youtube)에는 한 달에 약 1만개에서 2만개의 동영상이 디맨드 미디어를 거쳐 올라갔다. 유튜브 입장에서 볼때, 디맨드 미디어는 가장 큰 동영상 중계업자 또는 제공자이기 때문에 이들 동영상에 AdSense 또는 AdWords 형식의 광고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업무에 속한다.

디맨드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을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디맨드 미디어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중계할 뿐이다. (1) 소비자의 정보욕구(demand), (2) 광고주의 소비자 접촉수요(demand) 그리고 (3) 방대한 네트워크에 의해 생산된 콘텐츠를 연결하고 중계하는 것이 디맨드 미디어의 역할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은 이른바 ‘유통 마진’이 디맨드 미디어의 핵심 수입원이다.

4. 콘텐츠 농장(Content Farms)

디맨드 미디어는 2009년 11월 하루 평균 4천 개 블로그 포스팅을 중계하던 서비스에서 최근 매일 7천 개의 블로그 포스팅을 중계하는 규모로 성장하였다. 디맨드 미디어의 (경제적) 성공은 북미 대륙과 유럽에 디맨드 미디어와 비슷한 서비스의 급성장을 가져왔다. 현재 디맨드 미디어와 유사한 형태의 콘텐츠 중계업체를 ‘콘텐츠 농장(Content Farms)’이라 부르고 있다.

약 38만 명에 이르는 프리랜서 네크워크를 자랑하는 Associated Content가 지난 2010년 5월 야휴(Yahoo!)에 약 1억 달러에 매각되면서 성장세를 타고 있다. 독일 미디어 기업 버다(Burda)가 소유한 Suite101.com은 5천 명의 프리랜서 네트워크를 조직하면서 지금까지 약 650만 개에 이르는 콘텐츠를 생산 및 중계하고 있다. 뉴욕타임즈 또한 자사 소유의 About.com을 콘텐츠 농장 모델로 개편하였고, Answers.com, AOL의 Mahalo.com과 Seed.com, 동영상 중심의 Howcast.com 등 또한 같은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suite101.de, clickworker.com, 동영상 중심의 wiegehtdas.tv 등이 성업 중이다. 또한 새롭게 시작된 페이스북 질문(Facebook Questions) 서비스 또한 ‘콘텐츠 농장’의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5. 디지털 포드주의: 디지털 노동분업 시대

포드 자동차 공장에서 자동화된 조립라인(Assembly Line)은 노동의 극단적 단순화를 통해 노동분업효과를 극대화시킨 핵심 인프라다.

디맨드 미디어에는, (1) 1만 5천명에 이르는 저가 프리랜서(low-paid freelancers) 네트워크, (2) eHow, livestrong.com, answerbag.com, trails.com 등 다양한 사용자 플랫폼 그리고 (3) 작가 네트워크와 사용자 플랫폼을 연결하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 다양한 네트워크 인프라가 존재하고 있다.

포드 공장에는, 각자 맡은 일에 집중하며 다른 사람의 일에 대해 알지 못하는 단순 조립공이 존재한다. 그리고 공장을 소유한 사람은, 그를 위해 일하는 단순 조립공을 언제든지 필요해 따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다.

디맨드 미디어는, ‘디지털 노동분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현실화시키고 있다. 1만 5천명의 프리랜서는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체 디맨드 미디어를 통해 일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방식을 혹자는 ‘클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라 칭한다.

디지털 노동자! 우리는 이들을 때에 따라 블로거, 프리랜서, 작가, 또는 기자라 부른다. 그들은 콘텐츠 농장에서 하루의 과제를 받는다. 그들이 공장 주임에게서 오늘 받아 온 일은, 총부채상환비율(DTI)에 대한 간략한 조사와 설명글일 수도 있고, 영화 인셉션(Inception)에 대한 감상평일 수도 있고, 아침 8시 한강대교 교통량에 대한 동영상 라이브 중계일 수도 있다. 때로는 온라인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일이 주어질 수 있고, 때로는 모 정당 댓글 알바 공고를 보고 ‘클릭’할 수 있다.

20세기 공장 노동자에게 노동계약서와 노조가 있었다면, 21세기 디지털 노동자에게 이 두가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디지털 노동자의 ‘노동 소외’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들은 현재 인터넷이 주는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하며 서로 연결하며 서로 소통하며 스스로의 인터넷 코뮨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6. 한국에도 콘텐츠 농장이 성업할 수 있을까?

나의 대답은 YES다. 콘텐츠 농장은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의 새로운 재편 방향일 수 있으며, 테터앤미디어가 이미 농장의 기초를 잘 다져놓았다. 콘텐츠 생산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동영상 제작자 네크워크 정도일 것이다. 문제는, (1) 한국의 폐쇄적인 웹 구조와 (2) 온라인 문맥광고의 미성숙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제작될 콘텐츠에 사전(!)에 개입하는 유아기적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또는 월드와이드웹이라는 새로운 생산도구는 이제 기업간 분업, 개별 노동자 사이의 분업 등 새로운 디지털 노동분업 질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변화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점, 새로운 산업지도와 노동지도가 만들어 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새로운 디지털 조립라인(Digital Assembly Line)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 이어질 글: 디지털 포드주의 (2): 언론/방송기업에 공포가 될 아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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