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수정 30일 오후 5시27분)

KBS가 한 달 만에 총파업 잠정중단을 선언하고 30일부터 업무에 복귀한 KBS 새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일부 아나운서와 기자에 대해 이들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다시 복귀하지 못하도록 해 파업초기부터 표적징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아나운서에겐 방송진행이 가장 중요한 업무라는 약점을 이용해 파업에 참여할 권리마저 차단하고 뉴스진행을 하던 기자도 파업에 참가하면 교체하는 악의적 징계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KBS는 김윤지(주말 <뉴스9> 앵커) 박노원(<5시뉴스> 진행) 등 뉴스를 진행하거나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새 노조의 파업에 참여하기 위해 진행을 중단한 아나운서들의 복귀가 불가하다고 30일 밝혔다. 이미 방송을 안하고 파업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순간 이들에게 교체하겠다는 사전 경고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애초 KBS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파업에 참가한 새 노조 소속 아나운서(정세진 이광용 등)의 복귀도 안된다는 입장이었으나 30일 오전 라디오MC선정위원회를 열어 라디오 진행 아나운서는 전원복귀시키기로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인 KBS 1FM <출발 FM과 함께>(매일 아침 7∼9시)의 MC 정세진 아나운서, 2라디오의 <함께하는 세계 이광용입니다>(매일 아침 6∼7시) 등이 모두 복귀하지 못한 채 대체 MC가 진행했었다.

   
  ▲ 김윤지 KBS 주말 <뉴스9> 앵커. 새노조 아나운서 조합원.  
 
KBS는 그러나 TV 프로그램과 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의 복귀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이며 교체된 앵커로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KBS 새노조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며 즉각 복귀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KBS는 이미 교체한 상태이며, 파업 참가에 따른 책임을 져야한다며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TV 프로그램의 경우와 보도 프로그램의 경우 파업으로 나가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통보했다"며 "이미 당시 편집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라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S 1TV주말 <뉴스9>를 진행하던 김윤지 아나운서(새노조)가 빠지고, 박지현 아나운서가 새 앵커가 됐고, <뉴스5>를 진행하던 박노원 아나운서(새노조)도 이규봉 아나운서로 교체됐다고 KBS는 밝혔다. 30일 오후 <뉴스5>의 진행도 박노원 아나운서 대신 이규봉 아나운서가 진행했다.

이밖에도 KBS 2TV <뉴스타임>을 진행해온 이수정 기자도 프로그램 진행에서 배제됐다. 대신 이현주 아나운서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KBS는 전했다.

   
  ▲ 박노원 KBS <뉴스5> 앵커. 새노조 아나운서 조합원.  
 
파업에 참가하느라 프로그램 진행을 놓았던 아나운서들은 '터무니없고 몰상식한 표적징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BS 새노조의 중앙위원을 맡고 있는 김태규 아나운서는 30일 "터무니없고, 어이가 없는 노릇"이라며 "공식적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파업을 접고, 합의서까지 썼음에도 이런 식으로 파업참가 아나운서와 일부 기자에게만 복귀 첫날부터 프로그램을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징계한다는 것은 몰상식하고 비상식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아나운서는 "파업이라는 단체행동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탈헌법적 발상"이라며 "외부 출연자만이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새노조 소속 아나운서 등도 노골적인 블랙리스트가 돼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세진 아나운서도 "이렇게 바로 징계와 보복을 하는 것은 의외였다"며 "우리가 새로운 블랙리스트가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KBS 새노조측은 일단 30일부터 복귀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강력히 촉구해나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KBS측은 이미 아나운서들이 방송에서 일손을 놓는 순간 끝이라는 걸 통보했다는 입장이다. 한상덕 홍보주간은 "TV와 보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에겐 사전에 이미 교체하겠다는 통보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일부 아나운서는 그래서 파업에 불참하고 계속 진행하기도 했다"며 "이미 아나운서들이 파업 참여로 일손을 놓는 순간 프로그램 진행은 끝"이라고 주장했다.

   
  ▲ KBS 2TV <뉴스타임>을 진행하는 이수정 기자. 새노조 기자 조합원.  
 
박경희 아나운서실장은 "(새노조 소속) 아나운서가 방송에 안들어가는 게 제 탓도 아니다"라며 "향후에도 완전히 배제하기로 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아나운서실)는 자유롭게 아나운서를 어디에 넣고 빼고 하는 부서가 아니라 지원부서다. 해당 제작부서의 제작권 차원에서 (방송 복귀 불가 요구가) 들어온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 역시 "이미 방송을 안한다고 선언하고 나간 순간부터 대체인력이 앞으로도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태희 노동부장관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KBS 새노조의 파업이 불법인지 여부를 현 단계에서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음에도 KBS가 자신의 일방의 주장으로 불법 규정을 한 뒤 일방적인 MC교체를 단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