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한국 대사관 직원 전아무개씨가 간첩 혐의를 받고 리비아 당국에 체포돼 조사를 받다가 지난달 18일 추방된 것으로 27일 공식 확인됐다. 리비아 당국은 전씨 조사 직후 선교사 구 아무개씨와 농장주 전아무개씨 등을 구속했다. 이 같은 사실은 외교통상부의 엠바고(보도유예) 요청에 묶여 알려지지 않고 있다가 미디어오늘이 리비아 현지 언론을 확인해 보도하면서 뒤늦게 공개됐다.

지난 5월 말 천안함 침몰 사고를 독자적으로 조사하고 돌아간 러시아 조사단이 천안함은 어뢰가 아닌 기뢰 폭발로 침몰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국과 중국 등에 보낸 사실이 공개돼 논란이다. 국방부는 27일 한겨레 보도와 관련 "정체 불명의 문서"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러나 CCTV 시간 설정 등과 관련, 여전히 속시원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고 왜 이런 사실을 처음부터 공개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리비아 사건과 천안함 사건은 참담한 외교 실패라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리비아 사건의 경우 세계가 다 아는 사건을 우리 국민들만 모르는 결과를 불러왔고 천안함 사건은 국내 비판 여론을 무시하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정부의 소통 부재와 언론의 침묵 또는 방관이 사태를 키웠고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정부는 여전히 사건을 축소·은폐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28일인 오늘은 7·28 재보궐 선거일이다. 다음은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국정농단 선진연대 KDI까지 주물렀다.
국민일보, 대기업 독식 반도체 산업 대수술.
동아일보, 리비아, 정보수집 한국 외교관 추방.
서울신문, 리비아, 한국 정보담당 외교관 추방.
세계일보, "한·리비아 관계 이상기류 국정원 직원 첩보활동 탓."
조선일보, 국정원 직원 리비아서 추방
중앙일보, 한국 외교관 리비아서 추방
한겨레, 김상곤 교육감 1심 무죄.
한국일보, 리비아, 한국 외교관 스파이 혐의로 추방.

대부분 언론이 리비아 사건을 1면 머리기사로 올린 가운데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한겨레만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향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정인철 전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등이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등과 비공개 정례 토론회를 갖고 경제 정책 전반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선진국민연대 핵심인물인 이들이 국책연구기관까지 사적인 싱크탱크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 원장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순수한 토론모임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말 안 듣는 교육감, 막무가내 법적 대응에 제동

한겨레는 시국 선언 교사들 징계를 거부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는 사실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신속한 징계보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자는 접근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검찰이 주장한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교육과학기술부는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교육감의 징계재량권을 인정하지 않고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 중앙일보 7월28일 8면.  
 

교육부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한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과 학생들에게 일제고사 선택권을 주겠다고 밝힌 민명희 강원도 교육감 등을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노동당 가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원노조 소속 교사 징계문제를 두고도 갈등을 빚고 있다. 한겨레는 3면 "교과부 말 안 듣는 교육감 고발 제동 걸릴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교과부의 처지가 옹색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보수성향 신문들은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이럴 바에야 모든 공무원 징계는 대법원 판결 후에 하라고 규정을 모두 바꿔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고 동아일보는 "같은 사안이라도 교육감의 이념과 판단에 따라 징계의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징계의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돼서는 곤란하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러시아 천안함 보고서, 큰 의미 둘 필요 없다?

한겨레는 러시아 조사단의 천안함 보고서와 관련, "러시아 조사결과 요약본을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부는 적잖이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러시아가 한국에 통보를 하지 않은데다 조사결과도 민군 합동조사단의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전해 들은 뒤 '러시아가 변한 게 없다', '외교적 결례'라는 취지로 러시아에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했다.

한겨레는 국방부의 반박을 재반박했다. 국방부는 CCTV의 녹화시각이 실제 시각과 달랐다고 해명했는데 한겨레는 6대의 CCTV가 동일하게 오차가 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프로펠러가 해저 접촉으로 손상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국방부는 급정거로 인한 관성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겨레는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국방부도 지난달 20일 언론단체 검증위 회의에서도 시뮬레이션 오류를 시인한 바 있다.

   
  ▲ 한겨레 7월28일 6면.  
 

러시아 조사단 보고서에 따르면 천안함에 전류가 끊겨 CCTV가 끊긴 시간은 3월26일 저녁 21시17분03초로 합조단이 밝힌 21시21분58초보다 4분 이상 앞선다. 러시아 조사단은 "이는 합조단이 발표한 시각보다 최소한 4~5분 가량 앞서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특히 CCTV와 휴대전화 통화사실 등을 국내에 밝히지 않은 것 등은 증거조작 논란까지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러시아 조사단은 어뢰 추진체의 증거 능력을 정면 부인했다.

국방부는 "CCTV 카메라 설치 시점에 시간을 입력한 뒤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시각과 오차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쉽게 납득이 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겨레는 CCTV 업체 간부의 말을 인용, "군에 납품하는 CCTV는 고성능 장비로 1천대 가운데 1~2대 정도만 시간 오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천안함 CCTV는 지난해 9월에 장착된 신품이다. 이 간부는 "설치된지 1년 미만이라면 기껏해야 1분 정도의 오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조단은 TOD(열상감지장치) 시각과 사고 시각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을 때도 TOD 시각이 잘못됐다고 해명했고 KNTDS(전술지휘시스템) 좌표가 사고 지점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사고 이후 10분 동안은 오차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11대의 CCTV 가운데 복구된 6대가 모두 시간이 맞지 않는다는 국방부의 설명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건 계속되는 말 바꾸기와 어설픈 해명 때문이다. 국방부 시계는 왜 제대로 맞는 게 없는 것일까.

   
  ▲ 동아일보 7월28일 사설.  
 

보수 성향 신문들은 러시아 보고서에 큰 의미부여를 하지 않거나 국방부 해명을 중심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설사 출처가 러시아 정부기관이라고하더라고 큰 무게를 둘 필요는 없다"면서 "서해에서 벌어진 천안함 폭침을 러시아가 우리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근거 없는 의혹의 싹을 자르려면 러시아발로 보도된 문건의 실체를 조속히 파악해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비아 사건, 왜 애꿎은 선교사 탓

리비아 사건과 관련 국민일보는 "사고는 정보당국이 쳐놓고 애꿎은 선교사와 기독교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특히 "외교부가 국익보호를 이유로 한달 이상 이 사건을 비밀에 부쳤고 그러다 보니 현지 교민과 기업인 등에게 양국 외교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리려는 노력도 뒷전이었다"고 지적했다. "겉으로는 국익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이번 사태로 인한 비난과 책임 공방을 우려해 사실을 숨겨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사건이 외교부의 엠바고 요청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며 기자들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어느 신문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26일 일부 인터넷 신문이 미디어오늘을 인용해 보도했을 뿐 정작 이 문제를 보도 통제와 정부의 소통 부재 문제로 인식한 곳은 많지 않았다.

한편 이와 관련 리비아 진출 기업들의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리비아는 4대 건설시장으로 꼽히는 나라로 지난해 건설 수주액만 31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리비아 당국이 경제협력과 정치문제를 분리해 다루는 분위기가 강해 경제적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제지들에 따르면 기업들은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최대 관심지역은 단연 이재오 대 반 이재오의 구도로 맞붙고 있는 서울 은평을 지역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이 장상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에 성공해 이명박 정권 심판을 내걸고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를 공략하고 있다. 이 후보가 앞선다는 관측도 많지만 투표율이 25% 정도로 예상되는 만큼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민주노동당이 비민주당 야권 단일화에 성공한 광주 남구 결과도 주목된다.

   
  ▲ 중앙일보 7월28일 사설.  
 

최근 이 대통령이 부쩍 친서민·친중소기업 기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과 관련, 보수 성향 신문들 반응은 못 마땅하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대중 영합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다며 대기업 때리기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경제에디터 칼럼에서 "왠지 어정쩡하다"면서 "차라리 대놓고 성장보다 분배라고 말하는 게 낫겠다"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27일에는 이 대통령이 "대기업들은 미소금융 같은 서민정책에 적극 동참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거와 맞물려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가 더욱 가속화하는 분위기지만 보수 성향 신문들은 이 대통령의 이런 발언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고 포장하고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은 "대기업들이 은행보다 돈이 많다"면서 이 대통령을 거들었다.

   
  ▲ 세계일보 7월28일 1면.  
 

지지부진 개각, 벌써 레임덕 왔나?

동아일보는 “개각이 늦어지면서 정부가 일손을 놓다시피 하고 있다"면서 정부 부처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이 신문은 "개각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부처를 중심으로 주요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부처간 업무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해 교체 설이 나오는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사실상 업무공백 사태를 맞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토해양부의 한 직원은 "휴가나 다녀와서 개각이 어떻게 되나 지켜보고 부동산 실태 점검을 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결재 서류가 안 올라온다"는 3면 기사 제목이 단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설명해 준다. 총리실 관계자는 "총리의 입지가 불안정하다보니 총리실이 주요 현안과 관련한 부처 간의 이견을 조율하려고 해도 영이 서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고학력 가구와 저학력 가구의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학력자의 소득이 감소한 반면 고학력자는 소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가구주가 대졸인 가구 월평균 소득은 498만원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보다 17.3% 늘어난 반면 고졸자 가구는 9.1% 늘어나는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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