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조사단이 천안함이 북한 어뢰 피격으로 침몰했다는 민군합동조사단 발표와 실제 사고가 들어맞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이제는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조사단이 제시한 △사고당일 밤 9시12분 해안 통신병에게 구난 요청 △9시17분에 CCTV가 끊겼다는 사실은 향후 사고 발생 시각을 둘러싸고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2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겨레가 보도한 러시아조사단 검토 결과에 대해 "당일 밤 9시12분 부상자가 있다는 구난 전화가 있었고, CCTV가 9시17분에 끊겼다는 새로운 사실 두 개가 나왔다"며 "12분 전화 통화는 전혀 새로운 시간으로 과거 9시 15분에 아버지와 통화하다 '비상'이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는 것보다도 앞서는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CCTV 전류가 밤 9시 17분에 끊어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이제 밤 9시 22분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합조단 주장은 처음부터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최 의원은 군이 주장하는 사고 발생 시각인 9시 22분 이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CCTV 녹화시간이 4분 가량 빠르다는 국방부 주장에 대해 최 의원은 "CCTV 녹화시간이나 TOD 동영상 녹화시간이 실제보다 빠르다는 주장은 납득이 되지 않는, 매번 하는 주장"이라며 "더구나 3∼4분이 더 빠르다는 얘기는 처음 나온 것으로, 군이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 사실 나오면 둘러대 왔던 군의 행태가 다시 반복된 것"이라며 "이번엔 해외 조사단에 의해서까지 은폐했다는 사실이 파헤쳐진 것은 망신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했다.

   
  ▲ 최문순 민주당 의원. 이치열 기자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CCTV 등에 대한 정보를 우리 국회에는 하지 않고, 러시아에만 그런 얘기를 한 것이 말이 되느냐"며 "국민을 기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1번 어뢰'의 부식상태가 6개월 이상 됐다는 러시아 전문가의 판단은 북한 잠수정에 의한 어뢰 공격이라는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을 뿌리부터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다. 이종인 대표는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함미 스크루가 휜 것이 해저에 닿은 것이라는 분석도 "상식적인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기뢰 폭발 가능성을 제시한 러시아 조사단의 결론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이종인 대표는 "함체를 들여다보면 폭발의 근거가 전혀 없다"며 "사체의 훼손 상태, 파편 자국이 없는 점, 기름 냄새는 맡았는데 화약 냄새를 못 맡았다는 생존자 증언, 물기둥이 처음부터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뢰 폭발설 역시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최문순 의원도 "좌초됐다가 그물에 걸렸을 것이라는 분석은 합리적이지만 이후 기뢰의 폭발로 침몰했다는 설명까지 간 것은 너무 복합적"이라며 "합조단 주장을 완전히 뒤집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최 의원은 "그럼에도 합조단 발표보다는 훨씬 합리적"이라고 평했다.

   
  ▲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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