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변화를 요구하는 젊은세대를 언급하며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라"고 발언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유 장관은 지난 2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일정 중 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응해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어떡하느냐'고 질문받자 "계속 북한한테 당하고도 제발 봐주쇼, 북한에게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 응대하면서 문제의 발언을 시작했다.

유 장관은 "(6·2 지방선거 때) 젊은 애들이 전쟁과 평화를 얘기하면서 한나라당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 찍으면 평화라고 해 거기에 다 넘어갔다"며 "이런 정신상태로는 나라 유지하지 못하고,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 나라로서의 체신이 있고 위신이 있고 격이 있어야지"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노컷뉴스  
 
유 장관은 이어 "왜 민주주의의 좋은 것은 다 누리면서 북한을 옹호하고 그러느냐"며 불만을 토로하면서 "진보적인 젊은 애들이 군부독재와 싸워서 민주주의 하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은 찬양하면서 북한 독재에 대해서는 왜 한마디도 안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또 "6·25 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미군은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서 3만7000명이나 맞고 죽었다"면서 "자유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하면 그걸 지키는 희생도 해야 하는데 요새 젊은이들은 (자유민주주의의) 좋은 것만 향유하려고 한다"고도 말했다.

유장관의 이런 발언은 젊은 세대의 정치적 판단과 투표 행위를 정치적 선동에나 넘어간 무책임한 행태로 매도하고, 북한과도 만나 대화를 해야 할 외교부장관이 시민들의 정치적 선택을 '친북'과 '반북' 식으로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판단해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파문이 예상된다.

한겨레는 26일 사설에서 유장관의 발언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진 젊은 유권자들을 모두 '친북주의자'로 매도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유장관)는 그것도 모자라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 유지 못한다' 따위의 막말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한겨레는 "그의 발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도 반할 뿐 아니라 고위 공직자가 지녀야할  최소한의 품위마저 상실했다"며 과거 그의 행적을 볼 때 "그의 잇따른 망언이 결코 말실수가 아니라 평소의 왜곡된 사고와 인식의 결과물임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1973년 외교부에 들어와 대통령비서실 파견(79년, 85년), 북미국장(96년), 주미국공사(98년), 주 이스라엘 대사(2002년), 주 일본 대사(2007년) 등을 거쳐 지난 2008년 2월 외교통상부 장관에 임명됐다.

한편, 유 장관의 이 발언은 26일 주요 언론들을 통해 보도됐지만 언론들은 유 장관의 발언이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나온 백그라운드브리핑(사건의 배경상황을 취재원을 공개하지 않는 조건으로 브리핑해주는 것)이어서 유 장관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정부고위당국자로만 처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