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신제품 아이폰4의 안테나 수신 불량 문제를 공식 인정했으면서도 다른 회사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라는 '물타기' 전략을 계속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애플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아이폰4의 수신 불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스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잡스는 그러나 "케이스를 감싸 쥘 경우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이른바'데스 그립(death grip)' 현상은 아이폰4 뿐만 아니라 노키아와 블랙베리, 삼성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나타나는 공통된 운명"이라고 해명했다.

잡스의 이 같은 변명에 경쟁회사들은 비겁한 물타기 전략이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애플은 경쟁회사 제품 역시 데스 그립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홈페이지에 아이폰4와 리서치인모션 블랙베리 볼드 9700, HTC 드로이드 에리스, 삼성전자 옴니아 2 등의 테스트 동영상을 공개했다. 23일에는 모토로라 드로이드 X의 동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애플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TV와 라디오, GPS, 휴대전화 안테나를 비롯한 모든 안테나는 수신 감도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휴대전화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안테나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손으로 잡을 때 신호 끊김 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 옴니아 2 동영상에서는 안테나가 내장된 바닥 부분을 손으로 감싸자 수신 감도 표시 막대가 4개에서 1개로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다.  

   
  ▲ 삼성 옴니아2에도 수신불량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애플의 테스트 동영상.  
 
   
  ▲ 애플은 홈페이지에 아이폰4와 리서치인모션 블랙베리 볼드 9700, HTC 드로이드 에리스, 삼성전자 옴니아 2 등의 테스트 동영상을 공개했다.  
 
리서치인모션은 성명을 내고 "대중의 관심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다른 회사를 끌어들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반발했고 모토로라도 "애플의 주장은 솔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비겁하다"면서 "자체조사 결과 모토로라의 드로이드X는 소비자들이 손으로 쥐었을 때 아이폰4보다 훨씬 뛰어난 수신율을 보인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 애플의 최고 경영자 스티브 잡스, 지난 16일 기자회견 동영상 캡춰.  
 
언론 보도 역시 매우 비판적이다. 심각한 결함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동안 애플의 고압적이고 오만한 태도에 불만을 느꼈던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아이폰의 독주에 위기감을 느낀 경쟁회사들의 반발도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른바 '안테나게이트(Antennagate)' 이후에도 애플은 20일 사상 최대의 3분기(3~6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는 실적 덕분에 주가도 가파르게 뛰어올랐다. 결산 시점이 9월인 애플은 3분기 순이익이 32억5천만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78%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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