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에서 한국인 목사가 체포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23일 밤이었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를 통해 단독보도라며 한국인 목사 1명이 최근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구속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목사는 리비아에서 불법선교를 하다가 체포됐다고 하는데, 기사를 봐도 해소되지 않는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MBC의 보도를 재구성해보면 이 한국인 목사는 선교가 금지된 리비아에서 선교를 하다 구속됐다. 혼자 체포된 것도 아니다. 여러 명의 목사와 기업체 관계자들도 함께 연행돼 조사를 받았지만 풀려났다. 그러나 유독 구속된 목사만 행방이 묘연하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인사회가 술렁이고 있다는 것이다.

   
  ▲ MBC 7월23일자 뉴스데스크.  
 

의문점 중 하나는 체포시점이다. 이 목사는 구속된 것은 이미 한달 전이다. 한달 전 리비아 당국에 의해 우리 국민이 체포됐다면 현지 대사관이 모를 리 없고 외교부에서도 일찌감치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보도가 나온 것은 사태발생 후 한달 뒤다. 두 나라간 외교마찰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사태를 풀려고 했을 수 있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외교 당국자들은 이 목사의 체포사실을 언론에 밝히기를 꺼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 리비아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묻는 MBC 보도진에 "이 나라에 선교로 들어가셨습니다. 선교로... 불법선교로"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불법선교로요?"라고 재차 확인하자 이 관계자는 "예예, 거기까지만 알려드릴게요"라며 더 이상의 확인을 거부했다. 이 목사가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등도 밝히지 않았다.

이 문제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 걸려 있는 문제다. 구속이 사실이라면 왜 구속이 되었는지, 신상에는 문제가 없는지, 구명을 위한 외교적인 노력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등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정부 당국이 해야 할 일이다. "거기까지만 알려드릴게요"는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정부의 올바른 대답이 아니다.

가장 중대한 문제는 리비아와 우리나라 사이에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중대한 외교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24일자 아침신문들도 이 내용을 전하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리비아 대표부가 지난달 24일부터 비자발급을 비롯한 영사업무를 중단하고 직원 3명 모두 귀국했다는 것이다. 이 목사가 체포된 시기와 일치한다.

외국 대사관이나 대표부가 사무실을 폐쇄할 경우 해당국에 폐쇄 이유와 일정 등을 미리 통고하는 것은 외교적 관례다. 그러나 리비아는 별다른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 외교부 또한 리비아 대표부 업무 중단 이유에 대해서 일절 함구하고 있다.

영사업무가 중단되면서 리비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인력확보와 물류배송에 큰 불편을 겪고 있으며 1000여 명에 달하는 교민들도 불안해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우리나라와 리비아 사이에 뭔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리비아는 수니파가 97%를 차지하는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지만 한국과 경제협력이 활발한 편에 속한다. 리비아에서 선교는 불법으로 금지돼 있지만 한국인이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또 하나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전격적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것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기도 한 이 의원은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당초 예정과는 달리 리비아 최고위층을 만나지 못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달 만에 언론에 알려진 한국인 목사의 리비아 구속 사건, 리비아 대표부 폐쇄와 직원들의 귀국, 이상득 의원의 리비아 전격 방문. 한국 정부는 왜 이 사안에 대해 속시원히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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