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영국 ‘더 타임즈(TheTimes.co.uk)‘가 지난 2010년 7월 1일 유료화를 단행하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결과는 매우 초라하다.

1. 과거 더타임즈 기자였던 Dan Sabbagh는, 더타임즈가 현재까지 약 1만5천 명의 온라인 유료회원을 확보했고, 반면 더타임즈 아이패드 유료 앱은 12500 명의 회원을 얻었다고 전하고 있다(출처보기). 그는 이 대조적인 두 숫자에서 언론산업이 음악산업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타당한 의심을 제기한다. (불법으로) 내려받은 무료 음악파일과 애플 아이튠즈에서 유료로 구입한 음악파일로 음악시장이 양분되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2. 영국 가디언도 ‘더타임즈’가 90퍼센트에 이르는 온라인 독자를 잃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출처보기).

이러한 소식을 접할 때, ‘온라인 뉴스 유료화는 불가능하다’(예1, 예2 등)고 수없이 주장한 나는 “거봐, 내 말이 맞잖아!”라며 환호하고 기뻐했을까?

더타임즈의 유료화 전략이 90퍼센트의 독자를 앗아간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유료화로 인해 독자들의 관심이 급속하게 줄어든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유사한 수준의 내용을 전달하는 온라인 매체는, 특히 영어권에서 말그대로 셀 수 없이 많다. 그리고 이들 절대 다수는 유료가 아니다. 제한된 시간에 읽고 듣고 볼 수 있는 내용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둘째, 독자는 더타임즈에서 ‘무엇을 구입해야할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유료화 담장(paywall) 뒤편에 있는 글과 그림과 동영상이 매우 훌륭한 것이라고 해도, 독자들은 이 가치를 알 길이 없다. 독자들에게 ‘인지되지 않은 가치(non-perceived value)’는 헛되고 헛된 것이다. 결코 무료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무임승차(free-riding)’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기사를 유료화 담장에 가두워 놓는 정책이 기자들의 값진 노동을 길거리에 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료화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증거를 얻을 때 마다 기뻐하기에는, 기자들이 처한 현실과 괴로움이 너무나 크다.  디지털 시장에서 작동하는 시장논리를 여유있게 연구하고 저널리즘의 경제성을 사유하기에는 저널리즘에게 앞으로 남겨진 시간이 너무 짧다.

지난 7월 19일, 뉴욕타임즈는 공포와 슬픔에 잠긴 ‘젊은 기자들’의 모습을 가슴 아프게 전하고 있다(출처보기). 한국이라고 해서 다를까? 다수의 기자들이 취재원과의 끈끈한 관계를 통해 정치인, 기업인 등 미래 직업전망을 키워하고 있는 것이 한편이라면, 다른 한편에서는 소수이지만 일부 기자들이 처절하게 저널리즘의 양심과 시대적 과제를 초라한 월급수준에서도 아파하며 고민하고 있다.

2009년 11월부터 아이폰 충격(iPhone Trauma)이 한국시장에 몰려든 이후, 통신산업, 전자산업 등이 새롭게 전열을 가다듬고 지난 시기에 대한 반성과 미래 산업 투자에 다시 한번 열을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다수 언론사 편집장은, 한 명의 기자가 하루에 기사 몇 꼭지를 쓸 것인가를 걱정하고 있다. 여전히 다수 온라인 뉴스 편집장은 자사 뉴스사이트의 페이지뷰를 어떻게 올릴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전히 기자들 중 자사 뉴스사이트가 (성인)비뇨기과광고로 도배당하고 있음을, 하여 자신의 기사를 온라인에 올릴 수 없다고 양심선언하는 기자는 단 한명도 없다. 여전히 그들 중 다수는 기자라는 ‘특권의식’이 자신을 그리고 한국 저널리즘을 병들게 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한국 저널리즘이 처한 현실이 가슴 아프고, 디지털 경제 논리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고, 새롭게 떠오르는 소셜미디어가 기자의 노동 강도만을 높일 뿐인가? 남들은 뛰고 있는데, 나는 계속 걷고만 있다고 생각하는가?

데이터 마이닝, 타깃 소비자, 저널리즘의 새로운 생태계 등 웹에서 작동하는 경제 논리가 이제야 서서히 규명되고 있다. 아이폰을 위시한 스마트폰은 앱이라는 새로운 채널을 저널리즘에 선사하고 있다. 아이패드 등 태블릿 또한 새로운 도전임에 분명하다. 웹은 더이상 저널리즘이 뜨거운 화로가 토해내는 완성된 빵(product)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웹은 저널리즘이 취재원과 독자를 연결하기를 원한다. 웹은, 취재원과 독자 사이의 지속적인 대화를 가능케하는 과정(process) 그 자체가 저널리즘이라고 이야기한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기자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 편한 직장 얻기 위해서? 출퇴근 시간 자유로운 여유있는 노동을 위해서?

긴장을 잃지 않으며 사는 것, 안개 자욱한 현실에서 조심스럽게 방향감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 기자의 몫이다. 그리고 이것이 저널리즘의 미래다. 하여 앞으로 펼쳐질 온라인 저널리즘의 다양한 도전은 흥미 그 자체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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