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다시 불거진 '성희롱' 사건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강용석 한나라당 의원의 '성희롱' 발언은 중앙일보 7월20일자에 보도되면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발언의 수위와 내용 모두 입에 담기 민망할 정도의 '성인용'이다.

강용석 의원은 7월16일 홍익대학교 인근 고깃집에서 여대생 등을 만나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들의 선망 직종인 아나운서를 준비한다는 여대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OO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는 주장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강용석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도 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했던 여대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면서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중앙일보 7월20일자 20면.  
 
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그 여대생의 전화번호를 따갔을 것이란 주장은 한국사회를 1970년대 철권통치 시절로 되돌아가게 했다. 강용석 의원의 발언은 자체로 충격적인 내용이다. 농담이라고 주장한다면 농담대로, 사실이라면 사실대로 정치권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걸어다니는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의 인식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천박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성희롱 성추행 문제에 여러 차례 연루됐던 정당이다. 누리꾼 사이에서는 '성나라당'으로 불리기도 했다.

7·28 재보선을 8일 앞둔 상황에서 불거진 성희롱 파문은 여권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문제의 특성상 그 파장이 오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성들과 젊은층들의 거부감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대형 사건이다.

당사자인 강용석 의원은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례적으로 신속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여성 국회의원 일동은 20일 성명에서 "강용석의원의 여성비하 내지 성차별적 발언은 그동안 개혁과 쇄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한 해당행위(害黨行爲)"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은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행위로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과 소양을 의심케 하는 중차대한 행위이다. 이에 한나라당 여성국회의원 일동은 강용석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 등 상응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당 지도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한나라당 안상수 당 대표께서는 오늘 조간에 보도된 한나라당 소속 강용석 의원의 발언과 관련하여 당윤리위원회에 지시를 하셔서 윤리위원회가 즉각 회의를 소집하고 보도된 내용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서 보도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에는 출당을 포함해서 단호하고 엄중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의 긴급 진화 노력에도 이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이런 입에 담기에도 거북스러운 발언을 젊은 대학생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믿을 수가 없다. 낯 뜨겁고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노영민 대변인은 "할 말이 없다.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젊은 학생들 보기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다. 그저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빌 뿐이다. 강용석 의원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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