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파격적인 요금 인하 계획을 내놓으면서 떠들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담해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14일 월 5만5천원 이상을 내면 무선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T와 LG텔레콤 등 경쟁 통신회사들이 앞다퉈 데이터 요금을 인하하는데 맞서 초강수를 둔 셈이다. KT는 무료 와이파이 접속 가능지역을 늘리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고 LG텔레콤도 가족단위 요금제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무선 데이터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되면 굳이 와이파이 접속 가능 지역을 찾지 않더라도 비용 부담 없이 언제 어디서나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데이터 폭증을 막기 위해 주문형비디오(VOD)와 주문형음악(MOD), MP3 다운로드와 각종 스트리밍 등은 제한된다. 미국에서도 업계 1위 AT&T가 월 30달러에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했다가 폐지한 바 있다. AT&T는 트래픽 폭주로 음성 통화 품질까지 저하돼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SK텔레콤의 무제한 요금제도 이름만 무제한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대신증권 김회재 연구원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빠른 속도의 와이파이를 선호하기 때문에 3G 네트워크에서 무제한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큰 유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가장 큰 용도는 단순 인터넷 접속이기 때문에 무제한의 데이터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음악 듣기와 동영상 보기 등의 용도도 많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속도 때문에 3G 네트워크를 통한 사용에는 제약이 있고 500MB 정도만 돼도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 SK텔레콤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떠들썩한 마케팅을 시작했지만 이름만 무제한일 뿐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국내 와이파이 존은 올해 말까지 5만3천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SK텔레콤과 KT가 경쟁적으로 와이파이 존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공짜 와이파이가 가능한데 굳이 비용을 더 내면서 무제한 요금제를 쓸 필요성을 못 느낄 거라는 이야기다. 김 연구원은 "무제한 요금제의 성공 관건은, 아직까지는 사용자들이 3G 네트워크 보다는 와이파이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SK텔레콤이 그 동안 금기시됐던 무제한 요금제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지만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내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 무선 인터넷 사용 용도. 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폰 사용자 조사 결과.  
 
   
  ▲ 무선 인터넷 사용 장소. 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폰 사용자 조사 결과.  
 
유진투자증권은 좀 더 냉담한 평가를 내렸다. 김동준 연구원은 "SK텔레콤이 실질적으로 고객들 혜택이나 단기 실적에 편화가 없는데도 표면적으로 파격적인 요금제를 발표한 이유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이동통신시장의 주도권이 KT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는 위기의식 아래 주도권을 회복하기 위한 선제적인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네트워크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일일 사용량 제한과 속도 제한 등이 있어서 사실상 무제한이 아닌 조삼모사 성격이 강해 실질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KT 스마트폰 사용자 사용량 및 접속방법.  
 
주식시장에서 SK텔레콤의 주가가 출렁이긴 했지만 증권사들은 주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진화하고 나섰다. 이는 거꾸로 보면 추가 비용 부담이 거의 없으며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도 별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오히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고가 스마트폰 사용자들 유입을 늘리고 가입자당 매출을 늘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언론이 "혁신적", "네트워크 전쟁 선포", "통신시장 파란 예고" 등 온갖 찬사를 늘어놓았지만 실제로 들여다 보면 특별할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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