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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최고 권력
‘신의 아들’로 구성된 대한민국 최고 권력
[기자칼럼] ‘병역면제 트리오’ 완성한 이명박 정운찬 그리고 안상수

웃고 넘어가기에는 참으로 서글픈 현실이다. 대한민국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이들의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다. 이명박 대통령, 정운찬 국무총리,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대한민국과 행정부와 여당을 대표하는 이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병역면제자'라는 점이다.

남자 세계에서 병역면제자는 '신의 아들'로 통한다. 부러움과 비판의 대상이다. 돈 없고 빽 없는 자신에 대한 원망과 자책도 곁들여진다. 모든 병역면제자들을 불법과 부정으로 연결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병역면제자들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과거에는 시국사건에 연루돼 복역 때문에 병역을 면제받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건강상 어쩔 수 없이 병역을 면제받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신의 아들'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어쩌면 그렇게 힘있는 분들과 그 자제들, 그 친척들은 병역면제 비율이 높은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고위층 병역면제가 많은 이유는

평범한 이들에게 그런 현실은 분노와 박탈감을 안겨줄 뿐이다.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은 20살 이후 '군대'에 대한 고민을 떨치기 어렵다. 가장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에 군대에서 2년 안팎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도 미래도 '국방색' 가득한 그곳에서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군대는 또 하나의 사회이다. 적응하기 어려운 곳도 아니지만, 적응이 쉬운 곳도 아니다. 훈련소에 입소해 자신의 몸에 품었던 사복을 고향집에 보내면 우편물을 받아든 가족들은 눈물이 앞을 가릴 수밖에 없다.

옥이야 금이야 키웠던 그 자식이 어느덧 장성을 해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있겠지만, 혹시나 다치지나 않을까, 적응은 잘 할까, 걱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낯설 수밖에 없는 내무반 생활과 고된 훈련, 매일같이 반복되는 심야와 새벽의 경계근무 등은 이 땅 젊은이들이 거쳐가는 삶이자 시간이자 눈물의 이야기다.

젊음의 황금기를 '국방색'과 함께 보내야 하는 현실

   
  ▲ 이명박 대통령이 15일 오전 춘천 남이섬에서 열린 제8차 국가고용전략회의에 참석, 메타세콰이어길을 지나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군가는 군대에 가길 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은 안 갈 수만 있다면 군대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군대는 한 번은 거쳐가야 하는 곳이지만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곳이라는 게 솔직한 심정 아닐까.

서울에서 차를 몰고 교외로 나가 보라. 도심지만 조금 벗어나면 군부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나 유적지로 유명한 곳이나 도로 주변의 군부대를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는 지금도 우리의 아들이 동생이, 오빠가, 애인이 군 생활을 하고 있다.

그 젊은이들은 단지 하루가 아니 한 시간이 지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을지 모른다. 하루 빨리 천연색 가득한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것을 꿈꾸며 오늘도 내무반 모포 속에서 잠을 청할지도 모른다.

한국 청년들이 그 가족들이 병역문제에 민감한 것은 함께 짊어져야 할 우리의 과제를 누군가는 힘있다고 돈 있다고 빽 있다고 슬쩍 빠지는 그런 모습은 부당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높은 분들일수록 국민의 의무는 더 적극적이고 철저하게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라를 위해 큰 일 하겠다면 '국민의 의무'부터 지켜야

적어도 국민을 대표해 무엇인가를 하겠다는 분들은 국민 기본 의무는 지킬 것이란 믿음이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 어떤 거물 정치인이 대통령 문턱에서 그것도 두 번씩이나 고배를 마신 데는 아들의 병역문제와 무관치 않다.

당사자는 해명을 했지만 국민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자신이, 아들이 국방색 가득한 그곳에서 흘렸던 땀과 눈물을 생각한다면 높은 분들의 석연 찮은 병역문제는 이해보다는 의문, 의문보다는 분노가 앞설 수밖에 없다.

병역면제자 입장에서는 억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불법적인 방법에 의해 병역을 면제받지는 않았다고 항변하기 이전에, 적어도 큰 뜻을 품고 나라의 일을 하고자 한다면 스스로 병역을 이행하겠다는 적극성을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느 나라의 왕자처럼 전쟁터에 솔선수범 뛰어들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평범한 이들처럼 국방의 의무를 다하라는 요구가 지나친 것일까. 

대통령, 국무총리, 여당 대표 모두 '병역면제' 이런 역사 있었나?

현실이 서글픈 이유는 대한민국 역사상 이런 일이 있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도 군대를 면제받았고, 국무총리도 군대를 면제받았고, 여당 대표까지 군대를 면제받은 그런 시기가 있었는가. 대한민국에서 그런 역사가 있었는가. 심지어 누군가의 병무청 기록에는 '병역기피' '행방불명'이라는 기록이 담겨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병역기피를 10년 하다가 고령자로 병역 면제된 사람이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 한나라당은 병역기피당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로 그 의혹의 당사자는 한나라당 대표가 됐다.

결국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당 대표 '병역면제 트리오'를 완성시켰다. 씁쓸한 웃음을 짓기에는 서글픈 현실 아닌가. 군 문제와 관련해 사연 많은 분들이 대한민국 최고 권력 자리에 올라 있는 이 시간에도 우리의 아들은 흙먼지 나는 훈련장에서 '눈물 젖은 짬밥'을 먹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움보다 미안함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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