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9일 안보리가 결의안이 아닌 의장 성명을 채택한 것과 관련, "천안함이 공격을 당했다는 걸 인정했지만 공격 주체를 밝히지 않고 평화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도로 정리했기 때문에 남북한의 의견을 단순히 나열한 것일 뿐"이라면서 "누가 됐든 공격 주체에 대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 신선호 북한 유엔주재 대사가 지난 9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 채택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외교적 승리”라면서 앞으로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노력과 평화협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이에 앞서 지난 5월 우리나라를 방문해 독자적인 조사를 하고 돌아간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이 합조단이 제시한 폭발 시점보다 이른 시각에 조난 신호를 보냈으며 합조단이 제시한 1번 어뢰는 천안함 피격 이전부터 물속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해 합조단의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기도 했다. 러시아가 조사결과를 우리 정부를 배제한 채 미국과 중국에만 통보한 것도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치욕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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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3단체가 구성한 검증위원회 조사에서는 프로펠러가 급정거로 인한 관성으로 오그라들었다는 합조단 발표가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노종면 검증위 책임위원은 "합조단이 프로펠러 변형에 대한 분석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며 "합조단의 기존 발표는 과학적 근거를 잃게 됐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흡착물 분석과 관련 발표 일부를 번복한데다 엉뚱한 어뢰 설계도를 잘못 제시한 사실도 인정한 바 있다.
합조단은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여러 정황근거를 꿰어맞추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정부는 의혹을 규명하기 보다는 색깔론 공세를 펼치면서 6 2 지방선거를 공안정국으로 몰아갔다.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은 사고 직후부터 북한의 공격으로 단정 짓고 '안보장사'에 열을 올렸다. 정부가 부실한 조사결과를 들고 국제사회에 나간데는 보수언론의 압박이 중요한 요인이 됐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국방부도 언론에 끌려다닌다고 했을 만큼 섣불리 북한의 공격으로 몰고 간 측면이 있고 여러 가지 의혹에 침묵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제적 망신을 초래한 건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아직 중간 발표만 나왔을 뿐 최종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설령 북한의 공격이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외교적 조치를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면서 "언론은 과거 황우석 사태나 서해 훼리호 오보 사건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