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공식조사단까지 파견했던 러시아가 조사 결과 보고서를 미국과 중국 등에 통보한 가운데 정작 한국 정부에만 이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정부가 러시아의 조사 보고서를 입수하고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독자적인 조사 결과 내용을 미국과 중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10일 “러시아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고 자체 조사 결과를 미국과 중국에 비공식적으로 알렸으며, 한국 정부는 간접적으로 이 내용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8일자 온라인 기사<천안함 조사 러시아 “1번어뢰, 침몰과 무관”>에서 복수의 외교소식통의 전언을 인용하며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이런 자체 조사 결과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로 알려줬으며, 러시아 정부는 미국 정부에도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 7월10일자 경향신문 3면.  
 

이들 신문들의 보도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도 지난 9일 미디어오늘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 정부는 방한 전문가팀이 수집한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조사 검토 작업을 계속 중이고 우리가 최근에 추가로 제공한 최종 보고서를 러시아 쪽이 검토 중”이라며 “천안함 관련 내용이 우리 정부에 통보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 쪽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이며, 조사결과의 공식 통보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러시아측에 항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향신문은 10일 러시아측이 미국과 중국에게만 조사 결과를 통보한 데 대해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은 4일 콘스탄틴 브누코프 주한 러시아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한국 측 조사결과에 배치되는 판단이 나온 것에 놀라움을 표하고, 미국과 중국에만 결과를 알려준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8일자 온라인 기사에서 “러시아 정부가 자체 조사 결과를 한국 정부에는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해 한국 정부가 상당히 당혹해하고 있다”고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 7월10일자 한겨레 5면. 한겨레는 8일자 온라인 기사에 이어 10일에도 관련 내용을 전했다.  
 

이들 신문들의 보도 내용이 사실일 경우 러시아는 독자적인 조사 결과를 미국과 중국에는 통보하면서 정작 공식조사단의 방한까지 허용했던 한국 정부에는 이를 통보하지 않은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외교 관례에 크게 어긋나는 것으로 한국 정부의 러시아 외교가 사실상 파탄난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러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에 조사 결과를 통보했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식적인 조사단을 한국에 파견했던 러시아 정부가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고, 미국과 중국에만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는 것이 외교관례상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인데다가,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 국방부는 지난달 29일 언론인 3단체(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로 구성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를 대상으로 국방부 대회의실과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혹들에 대해 설명회를 열었다. 합조단의 선체구조분과 노인식 교수(가운데)가 휘어지고 훼손된 천안함 프로펠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지난 8일 러시아 조사 결과를  첫 보도했던 MBC는 “러시아가 이런 입장을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보도했었다. MBC는 “러시아가 자체 조사 결과 ‘1번 어뢰’의 부식 정도로 볼 때 어뢰 추진체가 천안함 침몰과 직접 관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침몰을 북한 어뢰 공격으로 단정키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하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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