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취재>

"우리를 세뇌시키려하는 것 같아 불쾌해요."

9일 미디어오늘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을 연세대생이라고 밝힌 이 학생은 "지난주부터 학교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관 학내신문 배포대 2곳에 조선일보가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학생은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 직접 취재에 나섰다. 조선일보 본사와 연희지국에 확인한 결과 한 기업인이 후원해 이들 신문들이 무료로 배포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학생은 조선일보가 무료로"지난 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보수진영은 20∼30대의 표심을 잡지 못한 것을 그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는데, 학생들에게 무료로 조선일보를 나눠주는 것은 젊은 세대를 포섭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향후 대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사보 7월2일자 1면.  
 
실제 취재 결과 이들 조선일보는 고양시의 모 기업인 후원으로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사보 2일자는 이 기업인의 조선일보 기증 사실을 '고마운 미담'으로 전했다.

조선사보에 따르면 이 기업인은 평소 친분이 있던 경기북부취재본부장에게 지난 주 전화를 걸어 "젊은 친구들에게 조선일보를 읽히고 싶다"며 "자신이 구독료를 낼 테니 아들이 다니는 연세대에 신문 50부를 넣어주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집어가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기업인은 최근 한 대학교 강연에 갔다가 '좌파신문'만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고 대학생들에게 조선일보를 읽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 기업인은 "대학교에 조선일보를 3년만 기증하면 교내 분위기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하고, "최근 참석한 중소기업 포럼에서도 모교에 조선일보를 보내자고 제안"도 했다는 것.

조선사보는 "지난 1일 이 기업인이 제공한 50부 등 조선일보 100부는 1시간도 못 돼 동이 났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사보의 '보도'처럼 공짜 조선일보에 대한 연세대생들의 반응이 꼭 좋은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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