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의 스크루(프로펠러)가 관성력에 의해 회전의 반대방향으로 휘었다고 강변하며 시뮬레이션 분석결과까지 공개했던 민군 합동조사단이 끝내 분석결과의 오류를 시인함에 따라 합조단이 제시한 과학적 근거는 그 어떤 것도 신뢰하기 힘들어지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 조사단이 북한 어뢰 피격이라는 합조단의 조사결과에 대해 '1번 어뢰'와 천안함 침몰과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로 구성된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원회'(검증위)는 9일 "합조단이 스크루 변형에 대한 분석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했다"며 "이에 따라 어뢰 폭발로 급정지하면서 이른바 '관성력' 때문에 스크루가 휘었다던 합조단의 기존 발표는 과학적 근거를 잃게 됐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합조단이 지난달 29일 검증위 소속 언론인을 대상으로한 공개 설명회에서 스크루가 관성에 의해 휘어진다는 시뮬레이션 결과(회전방향인 시계방향으로 휘어진다는 것)를 제시했지만 실제 스크루가 변형된 방향은 정반대 방향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해당 시뮬레이션 분석을 진행해온 합조단 민간위원은 "현재의 시뮬레이션으로 현 상태의 스크류 변형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혀 사실상 기존의 설명이 잘못됏음을 시인했다고 검증위가 전했다.

   
  ▲ 합조단이 천안함 함미 스크루 변형이 관성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고자 제시한 시뮬레이션 분석결과.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  
 
   
  ▲ 실제 휘어진 스크루 부분.  
 
   
  ▲ 천안함 함미의 스크루 날개부위가 회전(시계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휘어져있다.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  
 
검증위는 이밖에도 합조단이 스크루의 손상 상태에 대해 거짓말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정면 비판했다.

스크루 날개 파손에 대해 합조단은 줄곧 '국부적 손상(파손)'이나 '표면에 긁힌 자국' '날개 앞쪽 손상'이 없다고 역설해왔다. 그러나 검증위는 현장 확인과 근접 촬영 등을 통해 천안함 스크루에는 '심각한 국부적 파손이 뚜렷했고, 표면 곳곳에 긁힌 자국 역시 뚜렸했으며, 날개 앞쪽에 심각한 손상이 뚜렸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검증위가 근접 촬영한 스크루 사진을 보면 날개 5개가 회전하는 방향의 반대방향으로 휘어져있고, 특정 부위 곳곳이 긁혔거나 깎인 모습들이 드러나있다. 또한 일부 부위는 날개가 휘어진 것과는 무관한 형태로 울퉁불퉁해져있다. 날개 표면에 흠집이 곳곳에 분포돼있기도 하다.

   
  ▲ 천안함 함미 끝부위.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  
 
   
  ▲ 천안함 함미 스크루 날개 흠집.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  
 
또한 스크루 유압장치에 있는 기름이 누출된 것과 방향타의 손상의 경우 관성력과는 전혀 무관해보인다.

검증위는 이를 두고 "2∼4가지의 복합 요인에 의한 손상 및 변형"이라며 "손상의 종류와 손상 부위에 대한 정밀 분석으로 사건의 원인과 관련한 중요한 단초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검증위 자문위원들의 판단"이라고 분석했다.

검증위는 "향후 스크루 손상에 대한 과학적이고도 정밀한 분석이 진행돼야 하며, 이와 별도로 합조단이 스크루의 손상 상태를 고의로 은폐해 온 것인지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검증위는 "아울러 시뮬레이션 결과가 실제 변형과 정반대로 나타났음에도 이를 스크루 변형의 근거로 활용해온 합조단은 그 자체로 사실 호도와 분석 결과 왜곡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 천안함 함미 스크루 손상부위. ⓒ천안함 진상조사 언론보도 검증위  
 
이와 관련해 러시아 조사단이 지난 5월31일부터 지난달 7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1번어뢰'와 천안함 등을 살펴보고 증거 관련 시료등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천안함의 스크류가 합조단의 발표와는 달리 천안함이 함수와 함미로 분리되기 이전에 '다른 원인'으로 스크루가 먼저 훼손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겨레가 보도한 바 있다.

앞서 합조단은 지난달 초 흡착물 분석과 관련해 일부 입장을 번복했고, 지난달 말 설명회에서 기존에 제시한 실물 크기의 어뢰 설계도가 잘못 제시됐다고 시인했다. 게다가 물기둥 목격 진술과 관련해서는 물기둥이 아닌 섬광을 본 것을 물기둥으로 해석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데 이어, 섬광이 있었다는 장소가 천안함 침몰과 무관한 장소였다는 점 또한 드러난 바 있다. 검증위는 이를 두고 "이런 상황에서 스크루 변형 분석의 오류와 스크루 손상 사실까지 확인되었으니 합조단의 조사결과는 총체적 부실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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