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출연금지 문건,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들었다며 사실여부를 밝혀달라는 방송인 김미화씨에 이어 문화평론가 진중권씨와 시사평론가 유창선씨에 대해서도 KBS가 법적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혀 KBS가 개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상덕 KBS 홍보실 주간은 자신의 출연경험을 들어 프로그램이 폐지됐다는 주장을 펼친 진중권씨와 지난해 초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통보를 받았던 유창선 박사에 대해 "진중권씨와 유창선씨에 대해 민형사로 고소할 수 있도록 법무팀에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며 "있지도 않은 김미화씨의 'KBS 블랙리스트론'을 거드는 식으로 '자신도 블랙리스트에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 주간은 "진씨의 경우 자산의 출연 때문에 윗선에서 프로그램 폐지 지시가 있다고 했는데, 이런 사실 자체가 없다"며 "폐지는 프로그램 개편에 따른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주간은 김미화씨에 이어 KBS에 의혹을 제기하기만 하면 닥치는 대로 법적 대응을 남발하는 것이 거대언론인 공영방송의 자세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렇다고 한 사람만 고소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고려가 있어 진중권씨와 유창선씨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검토하라고 한 것으로, 고충이 있다"고 해명했다.

   
  ▲ 문화평론가 진중권씨.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시사평론가 유창선씨. ⓒ유창선 닷컴  
 
앞서 진중권씨는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 와서 하는 얘긴데, KBS 'TV, 책을 말하다'의 높으신 분께서 진중권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리라고 했다"며 "그래서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했다가 영원히 못 뵙게 됐다"고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유창선 박사 역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KBS가 정말로 김미화씨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건다면, 나라도 증인으로 나서서 KBS로부터 블랙을 당한 사례를 증언할 것"이라며 "나는 지난 2009년 1월, 당시 고정출연 중이던 KBS 1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하차 통보를 받았고 담당 PD에게 확인한 결과, 사유를 알 수 없는 위로부터의 지시에 따른 것임이 확인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한편, 김미화씨는 KBS에 대해 정식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8일 밝혀졌다. 하루 전날만 해도 KBS는 김씨가 '블랙리스트' 파문이 확대되길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했으나 앞으로는 변호사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MC를 맡고 있는 방송인 김미화씨.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한상덕 주간은 "우리가 수긍할 만한 (김씨측의) 액션이 있으면 법적으로 취한 조처를 취하할 수 있지만, 어제 얘기로는 김씨가 향후 대응을 변호사를 통해 얘기하겠다고 하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주간은 "이 사안이 확대되는 걸 원치 않는 것은 김씨나 KBS 모두 마찬가지"라며 "KBS의 경우 거대 언론사로서 연예인 한 명을 상대로 이렇게 싸움을 계속 벌이면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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