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쪽(한국언론진흥재단) 사람들이 안쓰럽다. 요즘에도 프레스센터 19층과 20층에서 아이폰을 들고 돌아다니며 무선AP(Access Point. 인터넷 공유기)를 점검하더라."

이성준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의 과도한 정부 충성심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7일자 동아일보 기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무선인터넷 공유기 'MB OUT!' 클릭해야 접속>.

재단이 관리하는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려 했더니, 촛불시위대가 이명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인 'MB OUT!'이 AP로 뜨더라는 게 이 기사의 요지다.

동아일보는 "AP 이름을 'MB OUT!'으로 정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네트워크 관리자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재단이 발칵 뒤집혔다. 프레스센터에 입주해 있는 한 기관 관계자는 지난 5일 "당시 이 이사장의 지시로 비상령이 소집돼 'MB OUT!' AP 정체를 밝히기 위해 직원들이 동분서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이튿날 동아일보의 후속기사 <무선공유기 'MB OUT!' 설정 단체는 언론노조>에서도 일부 확인된다. 당시 재단 쪽은 재단의 네트워크 보안 상황을 점검 했으며, 결국 언론노조가 이 AP의 주인인 것을 밝혀낸 것이다. 재단 쪽은 언론노조에 이 AP 이름을 바꿔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 SSID가 'MB OUT'이라고 된 와이파이 AP. 아이폰 캡춰 화면.
 
 

문제는 그 다음이다. 'MB OUT!' 이름 수정에 실패한 재단 쪽이, 더 많은 AP를 증설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럴 경우 수많은 AP 속에서 'MB OUT!'이 노출될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AP들 속에서 'MB OUT!'의 노출이 어느 정도인지를 관리하기 위해 매일같이 프레스센터 19층과 20층에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으로 이를 점검한다는 전언이다. 입주사 관계자는 "이미 그 AP의 주인이 언론노조라는 것이 밝혀진 마당이라 '윗선'에서 책임을 묻지도 않을텐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이 이사장의 과잉충성 때문 아니겠나'라는 말이 재단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재단 쪽은 "(이 이사장의 지시가 아니라) 주무부서 자체의 업무일환"이라며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한 경우 사실여부를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반박했다. 재단 쪽은 "19~20층은 기자회견장과 국제회의장이 있는 중요 대관시설이라 관리 유지 차원에서 AP를 증설한 것"이라며 "(이후 점검도) 시설물 관리를 위한 관리자의 당연한 의무이자 일상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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