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외부로부터의 충격을 받았다는 그 순간에 당시 생존자들 상당수가 기름냄새를 맡았다고 증언한 것과 관련해 최초 사고가 9시22분이 맞느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30여 명의 생존자가 한결같이 기름냄새를 맡으려면 적어도 함체 내의 유류탱크가 터진뒤 선체 곳곳으로 기름이 퍼진 상태이거나, 선체 외부인 바다로 유출돼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생존자들이 한목소리로 '꽝'하는 소리를 듣기 이전에 이미 유류탱크에서 기름이 새어나와 선체로 퍼지고, 바다로 유출됐다는 것이다. '꽝'하는 소리 이전에 무슨 사고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그래서 제기되고 있다.

26일 국방부가 최문순 국회 천안함침몰사건특별조사위원회 소속 위원(민주당 의원)에게 최근 제출해 공개된 '생존장병 58명의 주요 진술내용'을 보면 생존 장병 58명 가운데 31명이 한결같이 기름냄새를 직접 맡았다고 진술했다.

특히 이들 중 19명은 '쿵' '꽝' 등 충격음(또는 폭발음, 굉음 등)을 들으면서 동시에 기름냄새를 맡았거나 사고직후 기름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또한 6명은 사고직후 갑판에 갔거나 취침하다 탈출했을 때 기름냄새를 맡았으며, 1명은 넘어져 출입문 쪽이 열리면서 기름냄새를 맡았고(허아무개 상사), 갑판 행정실 문 옆으로 떨어지니 기름냄새를 맡았다고 증언했다(오아무개 일병). 이는 천안함 주변 바닷가에 기름이 유출됐음을 뜻한다.

또한 1명은 연돌에서 기름타는 냄새를 맡았다고 했다. 이밖에 3명은 충격으로 침실에서 떨어지거나 몸이 붕 떴다가 떨어져 정신을 일었다가 깨었거나 정신을 차렸을 때 기름냄새가 진동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외부의 강한 충격을 받았을 당시 이미 선체 내부에 광범위하게 기름이 흘러나와 격실로 밀폐된 틈이나 공조기(함내 강제 통풍장치)를 통해 기름냄새가 광범위하게 확산돼있었으며, 천안함 주변의 바다 표면으로 상당량의 기름이 새어나왔음을 의미한다.

또한 기름냄새를 맡았다는 승조원 대부분이 충격음을 들은 동시 또는 직후에 맡았다는 것은 충격이 발생하기 이전에 천안함 함미(절단면 쪽 위치)의 유류탱크가 깨지면서 기름이 새어나왔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 천안함 함미 우현부분.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중요한 것은 냄새를 맡았을 때의 시점인데, 충격음을 들은 직후 기름냄새를 맡으려면 주변 바다에 기름이 유출돼있는 상태에서 충격음을 들었다든지, 아니면 돌아가고 있는 공조기(함내 강제 통풍장치)를 통해 후각까지 도달하는 경우"라며 "사고초기 또는 동시에 기름냄새를 맡았다는 것은 자기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 통풍된 상태라는 것이고, 이는 이미 기름이 함체 주위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배에서 기름냄새가 날 곳은 유류탱크인데 충격으로 두동강 나면서 동시에 선체 곳곳에서 기름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또한 이미 상당량의 기름을 바닷가에 흘리면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고직후 갑판에 올라온 승조원이 기름냄새를 맡은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대표는 "다시 말해 기름냄새를 맡기까지 이미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라며 "아마도 사고시각이라고 발표한 사고당일 밤 9시22분 보다 몇분 전부터 기름이 샜다는 것이고, 다른 무슨 사고가 있었다는 얘기"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한 사고 직후 천안함 주변 바다에 퍼진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실제로 해병 6여단과 해경 오염방재과에서 수시간 동안 방재작업을 벌였다는 건 천안함에서 바다에 엄청난 양의 기름이 새어나왔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 천안함 함미 뒷부분. 이치열 기자 truth710@  
 
다음은 국방부가 제출한 58명의 생존장병 진술내용 가운데 기름냄새를 맡았다는 생존장병 31명의 증언내용 전문이다.

-41포 R/S실에서 동료들과 대화중이던 김아무개 중위 : '쿵'하는 충격음과 함께 정전이 됐고, 기름냄새가 났으나, 사고원인은 판단되지 않는다고 함.
-침실에서 취침중이던 오아무개 상사 : '꽝'하는 소리와 함께 해수와 유류 냄새가 났으나 사고원인은 모르겠음
-침실에서 취침중이었던 김아무개 상사 : 당시 충격음이나 폭발음은 듣지 못했으며, 침대가 푸욱 꺼지는 느낌은 있었으나, 화약 냄새는 없었고 기름 냄새는 맡았으며, (사고원인은 북한 잠수정이나 반잠수정 소행으로 본다)
-CPO 침실 2층 침대에서 취임중이던 김아무개 상사 : 외부에서 '꽝'하는 소리와 함게 머리가 3층 침대에 부딪히면서 바닥으로 떨어졌고, 화약냄새는 없었으나 기름 냄새는 많이 났음.(외부 충격에 의한 사고로 판단)
-통신당직임무 수행중이던 허아무개 상사 : '꽝' 소리와 함께 몸이 30∼40cm 정도 공중으로 떴고, 당시 충격으로 출입문이 열렸으며, 기름냄새가 났음
-침실에서 취침중이던 정아무개 상사 : '꽝' 소리와 함게 몸이 좌측으로 쏠리면서 가재도구 등이 넘어지는 소리를 들었음. 기름냄새 외 특별한 것은 없었음.
-CPO침실에서 수면중이던 강아무개 상사 : 충격음은 듣지 못했으나 3층 침대에서 떨어졌고, 정신을 차려보니 해수가 들어오면서 기름냄새가 났음.
-병기행정실에서 업무중이던 오아무개 상사 : '꽝'하는 폭발음과 동시 정전이 되면서 몸이 공중으로 떴다가 떨어졌으며, 순간 배가 90도 기운 것으로 생각되고 기름냄새는 났으나 화약 냄새는 없었다 함.
-항해부 침실에서 취침중이던 조아무개 중사 : '쿵'하는 충격음(폭탄이나 폭발 같은 소리보다는 무척 큰 것에 세게 부딪히는 듯한 소리)이 있은 후 기름 냄새가 났음.
-침실에서 취침중이던 김아무개 중사 : 충격으로 인해 깨었으며 탈출당시 기름냄새를 맡았음
-포술부 침실에서 취침중이던 송아무개 중사 : 폭발음이 났으며 당시 화약 냄새는 없었으나 기름냄새는 맡았고, 함교가 90도 정도 기울어 있었으나 함미쪽은 확인할 수 없었음.
-포당직 근무중이던 손아무개 중사 : '쿵'하는 소리와 함께 전원이 차단됐고, 몸이 붕떠서 날아간 느낌이고, 기름냄새를 맡았고, 당시 함미는 연돌부분부터 보이지 않았음.
-전투상황실 당직근무중이던 김아무개 중사 : 강한 충격으로 인해 몸이 우측 격벽으로 튕겨져 나갔으며 화약 냄새는 없었고, 기름냄새는 맡았음.
-작전부 침실에서 휴식중이던 유아무개 하사 : '꽝'하는 충격음ㅇ과 동시에 배가 요동치며 우현으로 기울었으며 당시 화약 냄새는 없었으나 기름냄새는 맡았음. 중앙통로로 올라가 보니 원·상사 식당 이후 함미가 보이지 않았음.
-작전부 침실에서 취침중이던 진아무개 하사 : 충격이 온 후 배가 기울어지면서 체스터 등이 넘어졌고 갑판에 올라 왔을 때 기름냄새가 많이 났음.
-전부 침실에서 취침중이던 전아무개 하사 : '꽝'하는 폭발음이 1회 들린 후 정전이 되면서 침대가 오른쪽으로 기울었음. 정신을 차렸을 때 기름냄새가 진동함.
-침실에서 독서중이던 함아무개 하사 : '꽝'하는 소리가 길게 난 후 몸이 붕 떴다가 떨어져 의식을 잃었고, 깨어보니 기름냄새가 남.
-전자정비실에서 휴식중이던 라아무개 하사 : '꽝'하는 폭발음과함께 배의 우현이 물에 잠겼고, 함미쪽은 보이지 않았음. 함내에 기름냄새가 심한 것으로 보아 내부 폭발은 아닌 것 같음.
-작전부 침실에서 취침중이던 박아무개 하사 : 큰 충격음과 폭발음 등이 뒤섞인 소리가 난후, 배가 90도로 기울어졌고, 침대에서 우현쪽으로 날아가서 처박힘. 물기둥 섬광 등 보지 못했으나 기름냄새는 풍겼음.(기뢰 어뢰 등 외부충격으로 사료)
-갑판 행정실에서 음악을 듣던 허아무개 하사 : '꽝'하는 소리와 동시에 몸이 뜨는 것을 느꼈고, 곧바로 배가 좌측으로 기울었습니다. 당시 화약냄새는 느끼지 못했고, 기름냄새만 났습니다.
-타수 임무 수행중이던 최아무개 병장 : 좌현 함미에서 큰 굉음이 들렸고, 동시에 몸이 뜰 정도로 함수가 들린 후, 배가 우현으로 90도 기울었습니다. 큰 고이움이 층격음인지 폭발음인지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지만 선체가 뜯겨나가는 소리가 들렸으며 함미방향에서 기름냄새가 올라옴.
-항해부 침실에서 취침중이던 정아무개 병장 : '꽝'하는 소리가 1∼2초 들리고, 배가 우현으로 기우는 느낌과 기름 냄새가 강하게 풍겼음.
-항해부 침실에서 세면 준비중이던 김아무개 병장 : '꽝'하면서 뭔가 때리는 듯한 느낌, 엄청난 무게감을 느꼈고, 동시에 배가 갑자기 흔들리면서(좌우측) 우현으로 기울어짐, 사고직후 물이 들어오는 소리와 기름냄새가 났음.
-침실에서 샤워를 하기 위해 준비중이던 강아무개 병장 : '쾅'하는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몸이 뜨면서 오른쪽으로 넘어졌음. 그 때 정전이 돼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화염이나 연기는 없었고, 기름냄새는 났음.
-당직근무중이던 최아무개 병장 : 철판끼리 부딪히는 묵직한 충격음이 난 후, 배가 바로 기울어졌음. 갚판에 나왔을 때 기름냄새가 약간 났음. 외부 갑판으로 나왔을 때 함교 부분이 1/3 정도 잠겨있었음.
-당직근무중이던 김아무개 상병 : 큰 물체가 부딪히는 듣한 '쿵'하는 소리가 난 후 함수가 90도 기울었고, 격실에서 탈출해 외부 갑판으로 올라갔을 때 진한 기름냄새가 났고, 화약 냄새는 나지 않았음.
-포당직 근무중이던 안아무개 상병 : '꽝' 소리와 함께 정전이 됐고, 배가 우현으로 기울었는데 기우는 동안 '콰아앙' 하는 소리가 계속 나면서 함미가 찢겨져 나는 소리같았음. 화약 냄새는 없었고, 충격 때문인지 기름냄새가 났음.
-전부침실에서 세면을 준비중이던 정아무개 상병 : 엄청난 폭발음이 났고, 화약냄새는 나지 않았지만 선저 부분에서 기름냄새가 났음. 탈출해 보니 함미가 보이지 않았음.
-화장실에서 용변중이던 오아무개 일병 : '쿵' 소리와 함께 배가 우측으로 90도 기울어 화장실 안쪽에서 갑판 행정실 문 옆으로 떨어졌고, 당시 기름 냄새가 심하게 났음.
-취침중이던 김아무개 일병 : '꽝'하는 소리와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고, 외부 갑판으로 탈출해보니 함미가 보이지 않았고, 당시 기름냄새 말고는 다른 냄새는 없었음.
-세탁기로 세탁후 탈수기로 가던 전아무개 이병 : '땅'과 '쿵'의 중간 소리를 내며 철판에 무언가 부딪히는 느낌을 받은 뒤 배가 떠오르는 느낌도 받았음. 연돌에서 기름타는 냄새외 섬광·연기 등은 보지 못했음.

   
  ▲ 휘어진 프로펠러 옆에 드럼통으로 잔여 기름을 받고 있는 장면. 이치열 기자 @trh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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