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침몰됐던 전후과정이 담긴 TOD 동영상을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편집된 일부만 공개하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이 책임 회피를 위해 장관부터 부하직원까지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하고 거짓말을 해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정희 국회 천안함침몰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민주노동당 의원)은 25일 야당 의원만 참석한 4차 천안함 특위 회의에서 "지난 3월30일 TOD 동영상 공개할 때 사고시각 혼란에 대한 군의 잘못을 은폐할 목적으로 김태영 장관의 승인아래 (일부만 편집된 채 공개하도록) 진행된 것이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명확히 드러나있다"며 "김 장관은 특위에서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피해갔지만 감사보고서엔 확인된 사실로 적시돼있다"고 폭로했다.

이 의원이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적시된 내용을 문구 그대로라며 이렇게 소개했다.

"2010년 3월30일 11시경 합참 지휘경보과에서 (초병) 한 명이 21시23분58초(실제시각은 25분 38초)부터 시작하는 TOD 동영상이 있음을 확인하고.…장관 지시사항에는 TOD 동영상을 편집하라고 지시한 후, '초기화면이 공개되면 21시30분으로 사건발생시각으로 정리발표한 군의 입장이 난처해진다는 이유로 최초화면 제외하고 공개하겠다'고 장관에게 건의하고 이를 승낙받아 이날 16시40분경 (TOD 동영상의) 21시33분38초부터 시작하는 1분21초 분량의 편집본을 공개하도록 함."

이 의원은 이후에도 국방부가 TOD 동영상과 관련해 4월1일, 7일 추가 공개하면서 그 때마다 '더이상의 TOD는 없다, 전날 존재사실 알았기 때문에 공개한다' 주장한 것을 들어 "거짓말의 연속"이라며 "군 발표를 국민이 못믿게 된 것은 바로 사고발생 직후 TOD 동영상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24일 천안함 특위 4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국회 영상회의록  
 
이 의원은 김 장관에 대해 "군의 문민통제 책임있는 국방부장관이 있는 그대로 알리고 잘잘못을 국민에게 평가받게 하도록 통제하기는커녕 은폐를 승낙하고, 거짓말이 되풀이되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감사원이 김 장관에게 책임자 징계 등 인사조치할 것을 통보했으나 장관이 자신의 승낙을 받아 일한 하급자를 징계할 수 있겠느냐. 더구나 장관은 '사직서를 냈는데 수리하지 않으니 당당하다'는 태도다. 대통령은 도대체 언제까지 거짓말한 장관을 비호할 것이냐. 당장 해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의원은 천안함 견시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국방부 주장에 대해 "직접 천안함을 보니 좌측 견시병 근무하는 곳이 함수로부터 30m 떨어진 지점으로 물기둥이 한가운데 위치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보여질 만한 위치였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현장에서 합조단 관계자가 '함수가 90도로 엎어졌기 때문에 110cm되는 난간이 지붕처럼 돼어서 이 견시병에게 물벼락이 쏟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며 "그러나 견시병의 사고조사시 진술 요약본에는 자신의 몸이 1m 정도 붕 떴다 내려앉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 때 물벼락을 맞았어야 하지 않느냐. 도대체 이 견시병의 위치와 물기둥이 존재했다는 것은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 김태영 국방부장관. 이치열 기자  
 
모의수중폭발시 나타난 흡착물 성분 논쟁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합조단이 흡착물에 대해 가장 결정적인 증거라고 했지만 내게는 (이런 발표내용이) 지나친 표현이라고 인정했다"며 "여러 과학자들의 문제제기에 이어 캐나다 매니토바대 지질학과 분석실장으로 있는 양판석 박사가 '천안함이 채취한 흡착물은 산화알루미늄이 아니다'라고까지 했다. 흡착물에 대한 합조단 조사결과는 과학적 근거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합조단이 이에 대해 책임있게 설득하지 못하면 '북 어뢰에 의해 이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있었다'는 것 자체에 대해 어떤 과학적 증거도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며 "국정조사가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사고발생시각과 TOD동영상 등 사건관련 내용을 왜곡 조작시킨 당사자들은 장관의 승인 묵인 속에 한 것으로 본다"며 "장관도 해당 사건의 징계 대상자 중의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감사원은 국방부 장관에게 기소나 징계 등 처벌 권한을 위임했는데 장관은 권한을 위임받을 자격이 없다. 장관을 해임한 뒤 후임장관에게 이런 권한이 위임돼야 맞다"고 지적했다.

   
  ▲ 24일 천안함 특위 4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선숙 민주당 의원. ⓒ국회 영상회의록  
 
박 의원은 "천안함 조사를 받은 대상자 중에는 천안함 관련 기초정보를 고의로 누락 조작한 사람이 있는데, 합조단 참여했다"며 "합조단 신뢰도 떨어뜨린다. 자료들이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미국 대사관에 제출했다는 215쪽 보고서에 대해 "이 자리에서 국회에도 제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이와 함께 실체적 진실에 대해 △물기둥이 과연 존재하는가 △흡착물 폭발에 의한 것인가 △어뢰잔해의 1번쓰인 부분이 고온에서 존재할 수 있는가 △스크루가 왜 안쪽으로 휘어져있는지 진실이라고 볼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며 "특위는 계속 돼야 하고, 다시 한 번 국정조사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 24일 천안함 특위 4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최문순 민주당 의원. ⓒ국회 영상회의록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알루미늄 산화물 성분에 대한 과학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초병은 없다는 진술도 나왔는데, 이는 객관적 발표를 뒤집는 내용"이라며 "이런 (알루미늄 성분에 대한) 과학적 논쟁의 해결법은 '중성자' 해결법 있다고 제시했지만 아직도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심각한 안보무능과 군기강해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방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4차 회의는 국방부와 합조단 뿐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만으로 진행됐다. 야당 의원들 대부분은 특위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한채 특위활동시한인 27일을 앞두고 마지막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데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부실한 특위 운영에 대해 한나라당과 정부가 조직적으로 특위를 무력화시키려 했다는 점도 집중적인 질타를 받았다.

   
  ▲ 24일 천안함 특위 4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 ⓒ국회 영상회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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