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수백 쪽에 이르는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한 상세보고서를 미국 측에 제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런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인해 왔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는 민군합동조사단 조사가 끝난 뒤 251쪽 분량의 천안함 사고 관련 공식문서를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했으며, 특히 미 대사관에 이 보고서의 존재여부를 외부에 알리지 말아달라고 요청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일신문 24일자 1면 <'없다던' 천안함 상세보고서 있다> 기사에 따르면 미 대사관 관계자는 지난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보좌진을 대상으로 개최한 비공개 설명회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한국 국방부로부터 받은 공식문서는 251쪽 분량의 보고서"라고 확인해 줬다.

미 대사관 관계자는 이 보고서에 대해 "한국 국방부에서 유엔사에 보낸 자료"라고 설명했으며 공식명칭은 '천안함 침몰 민군합동조사단 보고서(Civilian Military Joint Investigation Report on The Sinking of P.O.K Ship Cheonan)'라고 밝혔다.

   
  ▲ 내일신문 6월24일자 1면  
 

이 관계자는 민주당 보좌관들에게 이런 내용을 설명하면서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은 조사결과 보고서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기반으로 잘 씌어져 있으며 그 결론에 동의한다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일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미 대사관이 민주당 보좌진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언급에서 촉발된 논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6일 방한했던 클린턴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400쪽에 달하는 (천안함) 조사 보고서는 매우 철저하고 상당히 전문적이며 매우 설득력이 있다"며 천안함 사고 상세보고서의 존재여부를 암시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민주당은 이에 "미국에는 400쪽 짜리 보고서를 주고 국민들에게는 고작 7쪽 짜리 보도자료만 줬다"며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공세를 폈지만, 정운찬 국무총리는 "국방부는 물론이고 어느 부처에서도 400쪽 짜리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미국 등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맞섰다. 김태영 국방장관도 국정질의에서 "클린턴 장관하고 직접 협조해 보시면 좋을 것 같다"며 상세보고서의 존재를 일축하는 등 부인으로 일관했다.

내일신문은 그러나 이번 미 대사관의 브리핑으로 정부가 부인해 온 수백 쪽의 공식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특히, 군 당국이 보고서의 존재여부를 외부에 알리지 말아 달라고 미 대사관에 요청한 배경에 대해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국방부는 이 보도에 대해 해당 보고서는 클린턴 장관이 봤다는 보고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방부는 "모 언론 매체에서 주장한 '국방부가 미측에 전달했다는 250여쪽의 보고서'는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그동안 민군 합동조사단이 조사해왔던 자료 및 데이터를 담은 초안으로써, 지난 6월초에 사전정보 협조 차원에서 유엔사에 제공된 것"이라며 "이 자료는 현재까지 계속 작성 보완중이며 천안함 침몰에 관한 동영상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최종 첨부해 7월말쯤 종합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완성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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