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사업권 획득을 위해 뛰고 있는 신문사들이 결승선을 앞두고 각자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종편 세미나 이후 이들은 지면을 통해 자사를 내세우는 한편 상대를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당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권만우 경성대 교수(디지털콘텐츠학부)는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은 1개 컨소시엄만을 선정하는 것이 종편채널 성공 확률을 높인다"며 "복수 종편이 필요하다면 1차 선정 후 그 결과에 따라 추가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주장은 당장 세미나 현장에서 지적을 받았다.

매일경제의 한 관계자는 "1개 사업자를 먼저 주고 순차적으로 다른 사업자에게 사업권을 주면 정치적 특혜나 물밑에서 결정됐다는 의혹을 피할 수 있는 장치가 있나"라고 물었다. 2개사 이상이 선정될 경우 종합일간지 1개사와 함께 기존 mbn의 운영능력을 인정받아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매일경제 입장에서는 '1개사 우선 선정'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도 발끈했다. 권 교수는 이날 "제작능력 혹은 콘텐츠 확보 능력의 경우 검증이나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간주된다"고 했다. "기존 방송 경험만 아니라 새로운 제작능력을 볼 수 있는 평가 항목 개발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중앙일보가 경쟁사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고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콘텐츠다. 그런데 이는 별로 중요치 않은 것으로 치부한 것이다. 이보다 더 민감한 대목은 바로 매출액을 거론한 부분이다.

   
   
 
"순이익의 경우 조선일보를 제외하고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기업의 경영구조상의 건실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 또한 조선일보를 제외하고 높음을 볼 수 있다. 2009년 부채비율 또한 중앙일보가 580%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조선일보가 낮게 나타나고 있다. 종편채널 선정의 1대주주가 될 기업(신문사)의 재무구조는 매우 중요한 평가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앙일보는 19일자 2∼3면 취재일기 <오얏나무 밑에선 갓끈 고쳐매지 말자더니…종편 특정 입장 편들어서야>에서 "종편 사업을 준비 중인 특정 신문사 출신 교수가 선정방식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한 발제를 맡았기 때문"이라며 세미나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조선일보 출신인 권 교수가 조선일보에 유리한 내용으로 주제발표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달리 조선일보는 관련내용을 전한 18일자 2면 기사 제목을 <"종편, 복수선정 땐 과당 경쟁…우선 1개가 적당">으로 달았다. 이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단 조선일보 1개사만 선정되는 게 좋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눈여겨 볼 곳은 조선일보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한국경제다.

한국경제도 같은 날 2면 기사 제목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1개 선정 바람직">으로 달았다. 같은 날 사설 <종편채널 사업자 1곳만 선정돼야 한다>에서도 "(1개 사업자 허용은) 지극히 옳은 지적이다"라며 "일각에서는 자격있는 사업자를 모두 허가해 시장에서 자율 경쟁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세미나에서 권 교수 외에 많은 이들이 '1개사 선정'을 지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자사가 선정될 확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쟁사 일각에서는 '한경은 매경만 떨어뜨리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mbn과 한국경제TV 경쟁 초기 과도한 신경전을 벌이던 이들이었기에,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만있을 중앙일보와 매일경제가 아니었다. 18일자 기사 제목을 <종편 선정, 특혜냐 경쟁이냐… 요건 갖추면 허가해 시장에서 승부를>이라고 달았던 매일경제는 21일자에 사설도 냈다. 매경은 이날 사설 <종편TV 선정, 특혜의혹 피하면서 성공하려면>에서 "종편을 1곳에 우선 허용하고 또 기회를 봐서 주자는 방식은 정권의 유효 시한까지 감안할 때 결국 '1곳에 특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중앙일보도 조선일보가 '1개사 선정'을 강조한 18일 자사 기사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트 제작능력'을 강조한 뒤, 22일자 C7면(하반기투자전략)에 재차 <미디어 / 콘텐트 쥔 업체가 시장 주도할 듯> 기사를 실었다. 이렇듯 조선-중앙-매경-한경이 불꽃 튀는 '지면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동아일보는 무척이나 신중한 모양새다.

동아는 18일자 기사 <"종편, 내달 초까지 사업자 수 공표해야">에서 세미나 내용을 건조하게 전한 이후 이와 관련된 어떠한 기사나 칼럼도 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 사이에서는 청와대(이동관 홍보수석)와 방송통신위원회(최시중 위원장)에 포진된 동아일보 출신의 영향력, 그리고 그동안 비교우위에 있었던 친정부 성향의 논조에 기대를 갖고 굳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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