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르헨티나의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둔 17일. 언론은 한국 국가대표팀이 그리스전에서 보인 기량을 평가하며 자신감에 찬 기사를 쏟아냈다.

그런데 이날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국민일보 1면이었다. 제주도와 전남 일부 지역에 배달되는 1판 1면 제목이 다소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밤 (이명박 대통령 캐리커처) 이 남자를 울린다>. 이날 국민일보 1면 톱기사 제목이다. 국민일보는 제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남자’라는 단어 밑에는 ‘국민’, ‘울린다’라는 단어 밑에는 ‘감동’이라는 작은 글씨를 써넣어 덧붙였다. 제목에는 이명박 대통령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이 제목과 함께 빨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선수의 사진을 함께 편집했다.

이날 국민일보 1면 제목과 사진만 놓고 보면 ‘축구 국가대표팀이 이날 아르헨티나 경기에서 승리해 이명박 대통령에 감동을 준다’는 것으로 읽힐 소지가 있다. 물론 남자라는 단어 밑에 ‘국민’이라고 설명해 뒀으니 ‘국민을 감동하게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 캐리커처가 ‘국민’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 국민일보 6월17일자 1면 1판.  
 
1판 1면을 본 기자들은 어이가 없었다. 기자들은 “상식을 벗어났다”, “대통령을 감동하게 한다는 뜻이냐, 당혹스럽다”, “국민일보 기자로서 모멸감을 느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부장단 회의에서도 1면 제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국민일보는 결국 3판부터는 제목을 <오늘 밤 이 남자를 울린다 (마라도나 사진)>으로 제목이 바꿨다. 제목의 주체가 이명박 대통령(혹은 국민)에서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바뀐 셈이다.

하지만 이미 배포된 신문 탓에 타 언론사에서는 ‘1면 사고가 아니냐’며 경위를 파악하기도 했고, 일부 언론사에는 정보보고를 올리기도 했다. 정작 이날 1면 제목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조차 난색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 국민일보 6월18일자 1면 7판.  
 
이에 대해 임순만 편집국장은 18일 “17일만 해도 우리 국가대표팀이 아르헨티나를 이길 것 같은 축제분위기였다”며 “이를 특별하고 재미있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임 편집국장은 “처음에 나온 아이디어는 ‘이 남자를 울린다’의 주체를 마라도나 감독으로 하자는 것이었는데 국민을 감동하게 한다는 의미로 ‘이 남자’는 국민으로, 울린다는 ‘감동을 준다’는 뜻으로 제목을 뽑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상징하는 의미로 넣은 것”이라며 “1판이 나간 뒤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아 처음 아이디어로 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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